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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나무에 물을 주고, 청소기를 윙윙 돌리고, 세탁기에서 꺼낸 아이들 옷을 탁탁 털어 빨래건조대에 걸면서 또 하루를 넘기다 보면 몇 년은 후딱 지나간다. 식탁에 둘러앉아 밥을 먹고, 오락프로그램을 보면서 웃고 떠들다 보면 창가에 새로운 봄이 찾아온다. 결혼하고 아무것도 한 것 없이 세월만 흐른 것 같지만 그렇다고 특별하게 잘못된 것도 없다. 어쩌면 다행한 일인지도 모른다. 학교 갔다 돌아오는 아이가 까치발을 하고 초인종을 누른다. 앞으로도 죽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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