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니 저러니 말은 많아도, 역시 남편을 사랑하는거 아니예요?' 란 말을 들었을 때는 우울했다. 그렇다 옳은 말이다. 사랑하지 않는다면, 당장에 이혼할텐데.
때로, 이혼하면, 하고 혼자 생각한다. 홀가분하겠지. 적어도 집안의 청결은 유지될 테고, 반찬도 내가 먹고 싶은 것만 만들면 그만이다. 강아지도 키울 수 있고, 시끌시끌한 텔레비전을 하루 종일 켜놓지 않아도 된다. 여행도 돌아올 예정 없이 떠날 수도 있고, 차분하게 지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욱 남편을 좋아할 수 있다. 싸우는 일도 없겠지. 열을 받아 고함을 지르고 깨물고 걷어차는 일도 없겠지.
훨씬 더 친절하게 굴 수 있겠지. 남편 역시, 훨씬 깍듯하게 나를 대하겠지. 이혼하면. 거기까지 생각하다가, 불현듯 외로워진다.
에쿠니 가오리의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