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스케치 - 오롯이 나를 위한 행복한 5분 5분 스케치 시리즈
김충원 지음 / 진선아트북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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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실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로 많은 취미를 갖고 있는, 소문난 인도어파 취미 부자인데, 한때는 컬러링북에 미치기도 했었다. 그러다 점점 영역(?)을 확장해, '채색만으로는 부족하다! 직접 그린 그림에 채색을 하고 싶다!' 하는 경지에까지 이르게 되었는데.. 그 때 이런저런 미술 용품들을 많이 구비해뒀었다. 하지만 그림에는 정말 소질이 없기 때문에 어린 시절 미술학원을 다녔음에도 주로 발그림에 능한 관계로, 결국에는 시작하는 단계에서 포기하고 말았다는 슬픈 전설.
돌이켜 생각하기에, 그림 독학이 실패했던 그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아무것도 없는 하얀 종이에 자유롭게 무언가를 그려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아니었나 싶다. 수채화 기초 책도 살펴보고, 여러가지 손그림 책을 둘러봤지만 역시 가장 기초인 스케치부터 시작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이 책을 손에 알게 되었다.

우선 책에 대한 첫 느낌을 말하자면 '우와 엄청 작다!' 였다. 생각했던 사이즈보다 더 작아서 들고 다니며 그림그리기 안성맞춤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그림이든 글씨든 너무 빤질거리는 종이보다는 약간 질감이 있는, 서걱거리는 종이를 좋아하는 편인데, 이 책은 딱 스케치북 정도의 질감이라 마음에 들었다.



책을 펴면 이렇게 손으로 그린 자연스러운 느낌의 그림들이 많다. 그냥 슥슥 그린 것 같아 보이는데도 그림을 못 그리는 나 같은 사람한테는 뭔가 대단해 보이는 그림. 이 책을 다 그려갈 무렵에는 나도 저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저거 반만큼은 그릴 수 있으려나?ㅎㅎ




원래는 연필로 시작하려고 했는데 책의 초반에 이런 글이 있길래 그래! 용기를 내서 스테들러 피그먼트 라이너를 장착!ㅋㅋㅋ




왼쪽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고 그 아래에는 설명이 달려 있다. 기타처럼 스트로크가 그림 그리기의 가장 기초라고 하니 나도 열심히 그려 봄!


가로줄은 어느 정도 그리겠는데 세로줄은 엉망진창이라 세로줄만 연습해 봤다. ㅋㅋㅋ 나름 공들여 그린 건데 왜 저렇게 난리가 났는지 모르겠네ㅋㅋㅋㅋ 이거 하는 내내 손이 뇌의 지배를 받지 않는 오묘한 경험을 한 기분. ㅋㅋㅋㅋㅋㅋ 저게 뭐야
그림 그리는 부분 밑에 보면 소소한 어드바이스가 쓰여 있다. 네... 머리로는 알겠는데 손이 말을 안 들었네요;; 어떻게든 규칙적으로 그리기 미션 실패;;;; ㅋㅋㅋ




이거는 두번째로 그렸던 그림인데 옆에 있는 그림과는 다르게 우리집 꽃나비(예삐에서 얼마 전 개명ㅋㅋ)의 초상화를 그려보았다. 꼬리가 귀엽군요. 배경은 어떻게 할까 하다 그냥 뒀는데 심플한 맛이 있어! ㅎㅎ마음에 든당




이 날은 자기 전에 스탠트 불 켜 놓고 그림을 슥샥! 오른쪽 페이지의 대부분에는 저렇게 가이드 라인이 그려져 있는데 그 라인 덕분에 나같이 완전 그림 초짜인 사람도 비교적 부담을 덜 느끼고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사진을 찍어 두기 전에 기절해 잠든 관계로 좀 전에 찍은 양의 완성본!ㅎㅎㅎ 발이 뭔가 돼지 족발 같기도 한데ㅋㅋㅋ 표정이 귀엽당


  


이거는 아직 엄두가 안 나서 구경만 하고 있는 페이지 중에서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들ㅎㅎ 세번째는 잘 보면 가이드 라인이 아예 없고 음영 정도로 대략적인 위치와 크기 가이드만 있다. 하 언젠가는 저 음영 가이드도 없는 완전 새 종이에 슥샥슥샥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본 서평은 북카페 책과 콩나무의 서평단 자격으로 진선아트북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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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지 않고 배불리 먹고 싶다 - 부채사회 해방선언
구리하라 야스시 지음, 서영인 옮김 / 서유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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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봐도 웃음이 절로 나왔다. 일하지 않고 배불리 먹고 싶다니, 누가 제 마음의 소리를 써 놓으신 거죠? 표지에 핑크핑크하게 그려진 돼지조차 괜스레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 하지만,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무려 이 책의 첫 문장이시다. 제목을 보고, 일하지 않고 배불리 먹는 방법에 대한 궁리로 잔뜩 흥이 돋은 내 들뜸에 시작부터 시원하게 얼음물을 끼얹으며 첫 장을 펼쳐 준다. 갑자기 찬물 따귀를 얻어맞은 기분!ㅋㅋ

사실 초반의 3분의 1이 흐를 때까지도, 그래서 뭐 어쩌자는 거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작가의 요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굉장히 일본적인 문장을 통해 둥글게 돌려서 표현한 탓인지, 아니면 단순히 내 이해력의 부족이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읽다 보니 어느 순간 아, 결국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사회라는 집단은 암암리에 개인으로 하여금, 집단을 위한 희생은 불가피한 것이니 그것을 당연시하도록, 혹은 개인의 희생을 그들 삶의 보람이라는 듯 포장하고 세뇌시켜 왔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것이며 우리는 스스로를 희생하면서까지 타인과 사회를 위할 필요는 없다. 그때그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가장 자신다운 삶을 지향하자. 그런 얘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닐까, 싶었다.

한때는 나에게도, 실업 급여를 받으며 이 책의 제목 그대로 '일하지 않고 배불리 먹고살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실업수당이 나오는 3개월 기한이 다가오자 점점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했었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그 말에 쫓기고 있었던 것 같다. 제 밥 벌이도 못하는 성인이 무슨 가치가 있나, 싶은 그런 자책과 조바심. 당시 나는 대학을 졸업한 직후 바로 구직을 해서 1년 반가량을 일한 후 처음 갖는 휴식기였으니, 지금 생각해 보면 그리 초조해할 이유가 있었나 싶다. 20대 초중반의 어린 나이였음에도 무려 '경력 단절'을 걱정하며 노심초사했던 것이다. 이게 결국, 내가 몸담고 있는 가정, 사회로부터 받은 압박의 결과였다 볼 수도 있겠다. 그때의 내 모습을 돌이켜 보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지금 당장, 가장 나답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자는 취지의 이 글이 엄청 와 닿는다. 한편으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하고 노력하는 자만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불가피한 가치인데, 작가는 이런 세태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책장을 넘길수록 작가와 나의 가치관 사이에 괴리가 커지는 기분이었다. 비유 상 그렇다는 건지, 실제로 그렇게 생각한다는 건지 모를 정도로 비약이 지나치다고 느껴지는 내용이 많았다. 예를 들자면, 길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 하게 하는 조례에 대해 '소비사회에서는 집이나 차의 소유 여부가 인간의 사회적 지위를 정한다. 거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거리라는 상품이 인간의 가치를 결정한다. 인간보다도 길바닥이 더 소중한 것이다.(page.122)'라고 표현한 부분이라던가. 그렇다고 해서 그런 생각이 틀렸다기보다는 나와 다른 부분이 많은 사람이구나, 싶었다.
일본어 중에 '前'라는 표현이 있다. 이는 어른, 어른과 같은 능력·자격을 인정받는 것을 의미하는 단어로, 제 앞가림을 한다는 뜻이다. 기본적으로 나는, 자고로 사람은 제 앞가림은 하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일하지 않는 자는 먹고 살 자격도 가치도 없다는 매정한 논리가 아니다. 자신의 권리와 존엄에 대한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그게 합당한 의무와 노력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사실 일하지 않고 배불리 먹는 것은 비양심적인 일이 아닌가 싶다. 누군가는 내가 일하지 않는 만큼 더 일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음, 뭐 어찌 됐든 나는 그런 주의의 사람이기 때문에 작가가 피력하고자 하는 의견이 더 와 닿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아니면, 단순히 내가 덜 깨인 사람이라 그럴 수도 있고 뭐, 아직도 의아하거나 공감이 안 되는 부분이 많다.

세태에 찌든 나 같은 이는 알 수 없는 가치가 녹아있는 책. 나로서는, 가볍게 한 번 읽는 것만으로는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의 책이었다. 속세에 얽매이지 않은 사람이라면 작가가 말하는 삶과 비슷한 방식으로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더 흐른 후에 읽어본다면 지금과는 다른, 좀 더 나은 감각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본 서평은 북카페 책과 콩나무 서평단 자격으로 서유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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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랩
멜라니 라베 지음, 서지희 옮김 / 북펌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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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마치 두 권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 소설 즉, 《트랩》과, 《트랩》의 주인공이자 여류 소설가인 '린다 콘라츠'의 장편 소설 《피를 나눈 자매》. 이 두 권이 반복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끊어 가는 타이밍이 절묘해서 좋았다.


초반부터 린다는, 동생을 잃고 11년째 은둔 중인 인물답게 어딘가 늘 불안정하고 초조해하는 감이 있는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1인칭으로 진행되는 소설이기 때문에, 린다의 행동이나 생각을 따라 읽어가고 있노라면 독자인 나조차 예민하고 신경질적여지는 기분이었다. 이런 점에서 작가인 멜라니 라베의 저력이 느껴졌다. 인물에 대한 심리묘사가 치밀하다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괜히 수상 이력이 화려한 작가가 아니었구나 싶었다.


린다가 빅토르(자신의 동생 '안나'를 죽인 살인범이자 저명한 기자)와의 인터뷰를 요청하고 그를 집으로 초대한 날의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그 장면은 진짜 숨도 안 쉬고 홀린 듯이 빠르게 읽어 내려갔었다. 원체가 글을 한 자 한 자 다 보는 독서를 하는 편이라 책을 읽는 데 시간이 꽤 걸리는 편임에도, 특히 둘이 대치 상황이 극에 치달은 장면에서는 나조차 놀랄 정도로 글이 빨리 읽히더라. 그 긴박감 넘치는 템포에 맞춰 후루룩 읽어 넘긴 느낌? 그만큼 흡입력이 있었다는 뜻이겠다.
린다와 빅토르 둘의 대화의 흐름 자체는 내가 그러겠거니, 했던 방향으로 흘러가길래 음.. 이러면 뒤 내용은 대체 어떻게 풀어가는 거지? 이제 겨우 책 중반인데? 했으나 뒷부분에 가자 아, 내가 쓰레기 같은 고민을 했었구나...ㅋㅋㅋㅋ 개인적 취향으로는 다소 억지나 비약 아닌가 싶은 스토리 라인이었지만 나쁘진 않았다고 본다. (스토리 박애주의자)

 

후에 린다와 빅토르가 재회한 장면에서, 빅토르의 대사도 인상 깊었다. 스물다섯에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는 사십 년을 수감 생활을 한 후에도 범죄를 저지를 당시의 '그'와 같은 사람인가 하는 질문. 그 장면에서 되게 짠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영화 《밀양》을 보면서도 느꼈던 감정인데, 죄를 지은 사람을 용서하고 그 죄를 사해 줄 수 있는 것은 결국, 그 자신이나 신이 아니라 피해자여야 한다는 생각. 그런 생각이 다시금 상기되기도 하는 장면이었다.


사실 마지막에 가서 나오는 약간의 러브 라인?은 좀 이건 뭘까.. 뜬금없는데? 싶은 감이 없지 않았다. 어떻게 생각하면, 만약 린다가 그런 고통스러운 경험을 하지 않았다면, 은둔하게 되는 일이 없었을테고, 남들처럼 사랑을 하고 가정을 꾸리는 평범한 삶을 살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 엔딩까지 보고 나니 빅토르의 개인사적인 면에서 보면 그래, 혼자 그 긴 세월을 매일 밤 얼마나 고통받으며 살았겠냐, 싶어 안쓰럽기도 했다가.. 린다의 입장에서 생각하니 아니, 아무 죄도 없는 피해자의 언니는 동생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11년을 시달리며 은둔을 하는데 범죄자는 자기가 뭔데 개과천선하고 새사람처럼 살고 난리야?!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다.


심리 스릴러는 보통 읽고 나면 아, 그 사람이 범인이었구만.. 그래서 그랬구만! 이러고 속이 시원해져야 하는데, 다 읽고 나서 이렇게 오히려 생각이 더 많아지기는 처음인 것 같다. 하지만 그래서 더 괜찮았던 소설.

 

 

본 서평은 북카페 책과 콩나무의 서평단 자격으로 북펌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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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포기한 여자들이 사는 집
카린 랑베르 지음, 류재화 옮김 / 레드스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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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떠올리게 하는 표지에서 끌렸고 제목도 솔깃하게 했다. 그래서 책이 도착하자마자 읽기 시작했는데, 문장도 챕터도 짧게 구성되어 가독성이 좋은 책이라 마음에 들었다. 뭔가 종이 재질도 취향저격! 허헣

이 이야기는 절대 금남의 셰어 하우스에서 한 명의 여자가 떠나가면서 새로운 여자가 들어오게 되면서 시작된다.
제목 그대로 '남자를 포기한 여자들이 사는 집'. 그 집은, 세월에 젊음과 아름다움을 흘려보내고 마음을 닫아버린 여왕의 소유다. 그 집에는, 원치 않는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남자에게 버림받은 여자가 산다. 아버지에 오빠1, 오빠2, 오빠3까지 '남존여비' 그 자체인 남자가 넷이나 되는 남초 가정에서 자란 여자도 있다. 심지어 그들은 여자가 사고로 몸이 불편해지자 자식을 제대로 거둘 수 없을 거라며 딸을 빼앗아가기까지 했다. 이런 주길ㄴ..... 아무튼 그 집에는, 철석같이 믿었던 남편이 젊은 여자에 홀려 가정을 버리고 도망간 뒤 홀로 아들을 키워낸 여자도 산다. 여기다 얼마 전에는 부모로부터 실패한 피조물 취급을 받아온 여자까지 새로 들어와 살게 되었다.


소위 '사람에 덴다'고 말하는 경험을 한 여자들. 그런 여자들이 모여사는 집,의 이야기. 그게 이 소설의 주된 내용이다. 과거와 현재의 시점을 자연스럽게 오가며 그녀들의 이야기들을 풀어나간 점이 좋았다. '남자를 포기한 여자들이 사는 집'에 살고 있음에도 꾸준하고 은근하게 과거의 남자를 그리워하는 그들의 모습, 이를 테면, '장-피에르'를 아끼는 시몬이라던가. 그런 모습들이 참 애잔하고 답답했다. 특히나, 이 집의 여자들은 '남자가 필요하지 않다'는 얘기를 수시로 하면서도 속으로는 끊임없이 남자를 갈구하고 그리워하는 태도를 보여, 내가 더 가슴을 쳤던 것 같다. 과거, 남자에 메인 여자들의 전형 같은 느낌이랄까. 차라리 인정을 하고 새 사랑을 하고 싶다고 말을 해라!! 이런 고구마 답답이들 같으니!!!!! ㅎㅎㅎ

제목을 보고 기대했던 내용은 독립적인 여성들의 쿨내 진동하는 삶. 뭐 그런 거였는데, 책을 읽다 문득 제목을 다시 읽어보니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알겠더라. 내가 기대했던 건 '남자가 필요하지 않은' 여자들이 사는 집이었고, 이 책에서 나온 건 '남자를 포기한' 여자들이었다는 점. 필요로 하지 않는 것과 포기하는 것에는 엄연히 차이가 있으니 말이다.

어쨌든 그런 차이로 말미암아, 처음에 이 소설은 내가 원하는 방향의 것이 아니었다. 여자를, 심리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뭐든. 남자라는 존재가 꼭 필요한 대상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너무나 내 취향을 벗어났고, 읽는 내내 속 답답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보시오, 자까양반.. 사이다.. 나에게 사이다를 주시오...! ㅋㅋㅋ 하지만 글 자체가 재미없고 답답한 스타일이었던 건 아니다. 유머코드나 수다스러운, 호들갑 떠는 여자들의 모습에 대한 묘사는 충분히 내 코드와 맞았기 때문에, 오히려 뒤에 가서는 웃기고 좋더라. 줄리엣이 남자를 찾아 미팅 사이트에 들어갔을 때의 내용이 기억에 남구만. ㅋㅋㅋ 그리고 충분히 상상할만한 장면이기는 했지만 마음에 드는 엔딩이었다.

자립심 쩌는 쿨녀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처음에 좀 실망하기는 했지만 충분히 즐거운 책이었다! 생각 없이 가볍게 읽기 좋았다.

 

 

본 포스팅은 북카페 책과 콩나무 서평단 자격으로 레드스톤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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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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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후기

장 마다 시점이 다르게 쓰여 있다. 1장은 2인칭으로 쓰여 있는데, 이런 시점의 소설을 읽은 건 처음이라 도입부터 신선했다. 마치 내가 글 속의 주체가 된 듯한 기분. 누군가가 내 행동과 내 속을 들여다보며 기술한 듯한 문장이 몰입도를 높여, 동시에 '너'라 쓰여진 인물과 책을 읽는 '나'의 감정선을 더욱 가깝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1980년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역사의 거대한 흐름 속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설마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진짜 있었으려고, 싶은 장면이 수도 없었다.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워낙에 현실감이 느껴지기도 했고, 고증과 취재에 심혈을 기울인 끝에 쓰여진 작품이라는 얘기를 들어서 그런지 기분이 더 암담했다. 현실이 더 가혹하면 했지 덜 하진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내가 '당연한 일'로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 체제에 놓인 국민에 대한 국가의 보호와 권리의 보장을, '당연한 것'으로 만들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젊음과 목숨이 사그라들어 갔을까. 감히 헤아리기 주제 넘지만, 책을 읽는 동안이나마 그들의 희생과 용기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나는 역사를 바탕으로 한 소설을 보면 자주 울컥하고 쉬이 감정적여지는 편이지만, 이 책은 비교적 현실과 가까운 과거의 일을 배경으로 해서인지 더욱 분노가 치밀어오르고, 슬프고, 심란했다. 매 장이 죄다 충격적인 묘사와 일화들이었으므로 하나하나가 다 인상깊었지만 개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장을 꼽으라면 '4장 쇠와 피'라고 하겠다. 그 말은 바꿔 말하면, 나를 가장 분노케 했고, 슬프게 했으며, 심란하게 만든 부분이었다는 뜻이겠다. 이 소설은, 비단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사건에서 그치지 않고, 특정 상황이나 체제 아래서 암암리에 자행되고 동시에 용인되어 온 인간의 잔혹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한 편,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글이었다.

《소년이 온다》를 읽기 시작할 무렵, 마침 한강님의 맨부커상 수상 소식을 들었다. 괜히 뿌듯하고 마치 아는 사람이 상 받은 것 같은 기분?이더라. 《덕혜옹주》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던 때와 마찬가지로 신기한 타이밍. 좋았다.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글이었지만, 문체도 내용도 모두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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