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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랩
멜라니 라베 지음, 서지희 옮김 / 북펌 / 2016년 9월
평점 :
이 책은 마치 두 권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 소설 즉, 《트랩》과, 《트랩》의 주인공이자 여류 소설가인 '린다 콘라츠'의 장편 소설 《피를 나눈 자매》. 이 두 권이 반복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끊어 가는 타이밍이 절묘해서 좋았다.
초반부터 린다는, 동생을 잃고 11년째 은둔 중인 인물답게 어딘가 늘 불안정하고 초조해하는 감이 있는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1인칭으로 진행되는 소설이기 때문에, 린다의 행동이나 생각을 따라 읽어가고 있노라면 독자인 나조차 예민하고 신경질적여지는 기분이었다. 이런 점에서 작가인 멜라니 라베의 저력이 느껴졌다. 인물에 대한 심리묘사가 치밀하다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괜히 수상 이력이 화려한 작가가 아니었구나 싶었다.
린다가 빅토르(자신의 동생 '안나'를 죽인 살인범이자 저명한 기자)와의 인터뷰를 요청하고 그를 집으로 초대한 날의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그 장면은 진짜 숨도 안 쉬고 홀린 듯이 빠르게 읽어 내려갔었다. 원체가 글을 한 자 한 자 다 보는 독서를 하는 편이라 책을 읽는 데 시간이 꽤 걸리는 편임에도, 특히 둘이 대치 상황이 극에 치달은 장면에서는 나조차 놀랄 정도로 글이 빨리 읽히더라. 그 긴박감 넘치는 템포에 맞춰 후루룩 읽어 넘긴 느낌? 그만큼 흡입력이 있었다는 뜻이겠다.
린다와 빅토르 둘의 대화의 흐름 자체는 내가 그러겠거니, 했던 방향으로 흘러가길래 음.. 이러면 뒤 내용은 대체 어떻게 풀어가는 거지? 이제 겨우 책 중반인데? 했으나 뒷부분에 가자 아, 내가 쓰레기 같은 고민을 했었구나...ㅋㅋㅋㅋ 개인적 취향으로는 다소 억지나 비약 아닌가 싶은 스토리 라인이었지만 나쁘진 않았다고 본다. (스토리 박애주의자)
후에 린다와 빅토르가 재회한 장면에서, 빅토르의 대사도 인상 깊었다. 스물다섯에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는 사십 년을 수감 생활을 한 후에도 범죄를 저지를 당시의 '그'와 같은 사람인가 하는 질문. 그 장면에서 되게 짠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영화 《밀양》을 보면서도 느꼈던 감정인데, 죄를 지은 사람을 용서하고 그 죄를 사해 줄 수 있는 것은 결국, 그 자신이나 신이 아니라 피해자여야 한다는 생각. 그런 생각이 다시금 상기되기도 하는 장면이었다.
사실 마지막에 가서 나오는 약간의 러브 라인?은 좀 이건 뭘까.. 뜬금없는데? 싶은 감이 없지 않았다. 어떻게 생각하면, 만약 린다가 그런 고통스러운 경험을 하지 않았다면, 은둔하게 되는 일이 없었을테고, 남들처럼 사랑을 하고 가정을 꾸리는 평범한 삶을 살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 엔딩까지 보고 나니 빅토르의 개인사적인 면에서 보면 그래, 혼자 그 긴 세월을 매일 밤 얼마나 고통받으며 살았겠냐, 싶어 안쓰럽기도 했다가.. 린다의 입장에서 생각하니 아니, 아무 죄도 없는 피해자의 언니는 동생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11년을 시달리며 은둔을 하는데 범죄자는 자기가 뭔데 개과천선하고 새사람처럼 살고 난리야?!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다.
심리 스릴러는 보통 읽고 나면 아, 그 사람이 범인이었구만.. 그래서 그랬구만! 이러고 속이 시원해져야 하는데, 다 읽고 나서 이렇게 오히려 생각이 더 많아지기는 처음인 것 같다. 하지만 그래서 더 괜찮았던 소설.
본 서평은 북카페 책과 콩나무의 서평단 자격으로 북펌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