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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포기한 여자들이 사는 집
카린 랑베르 지음, 류재화 옮김 / 레드스톤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떠올리게 하는 표지에서 끌렸고 제목도 솔깃하게 했다. 그래서 책이 도착하자마자 읽기 시작했는데, 문장도 챕터도 짧게 구성되어 가독성이 좋은 책이라 마음에 들었다. 뭔가 종이 재질도 취향저격! 허헣
이 이야기는 절대 금남의 셰어 하우스에서 한 명의 여자가 떠나가면서 새로운 여자가 들어오게 되면서 시작된다.
제목 그대로 '남자를 포기한 여자들이 사는 집'. 그 집은, 세월에 젊음과 아름다움을 흘려보내고 마음을 닫아버린 여왕의 소유다. 그 집에는, 원치 않는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남자에게 버림받은 여자가 산다. 아버지에 오빠1, 오빠2, 오빠3까지 '남존여비' 그 자체인 남자가 넷이나 되는 남초 가정에서 자란 여자도 있다. 심지어 그들은 여자가 사고로 몸이 불편해지자 자식을 제대로 거둘 수 없을 거라며 딸을 빼앗아가기까지 했다. 이런 주길ㄴ..... 아무튼 그 집에는, 철석같이 믿었던 남편이 젊은 여자에 홀려 가정을 버리고 도망간 뒤 홀로 아들을 키워낸 여자도 산다. 여기다 얼마 전에는 부모로부터 실패한 피조물 취급을 받아온 여자까지 새로 들어와 살게 되었다.
소위 '사람에 덴다'고 말하는 경험을 한 여자들. 그런 여자들이 모여사는 집,의 이야기. 그게 이 소설의 주된 내용이다. 과거와 현재의 시점을 자연스럽게 오가며 그녀들의 이야기들을 풀어나간 점이 좋았다. '남자를 포기한 여자들이 사는 집'에 살고 있음에도 꾸준하고 은근하게 과거의 남자를 그리워하는 그들의 모습, 이를 테면, '장-피에르'를 아끼는 시몬이라던가. 그런 모습들이 참 애잔하고 답답했다. 특히나, 이 집의 여자들은 '남자가 필요하지 않다'는 얘기를 수시로 하면서도 속으로는 끊임없이 남자를 갈구하고 그리워하는 태도를 보여, 내가 더 가슴을 쳤던 것 같다. 과거, 남자에 메인 여자들의 전형 같은 느낌이랄까. 차라리 인정을 하고 새 사랑을 하고 싶다고 말을 해라!! 이런 고구마 답답이들 같으니!!!!! ㅎㅎㅎ
제목을 보고 기대했던 내용은 독립적인 여성들의 쿨내 진동하는 삶. 뭐 그런 거였는데, 책을 읽다 문득 제목을 다시 읽어보니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알겠더라. 내가 기대했던 건 '남자가 필요하지 않은' 여자들이 사는 집이었고, 이 책에서 나온 건 '남자를 포기한' 여자들이었다는 점. 필요로 하지 않는 것과 포기하는 것에는 엄연히 차이가 있으니 말이다.
어쨌든 그런 차이로 말미암아, 처음에 이 소설은 내가 원하는 방향의 것이 아니었다. 여자를, 심리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뭐든. 남자라는 존재가 꼭 필요한 대상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너무나 내 취향을 벗어났고, 읽는 내내 속 답답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보시오, 자까양반.. 사이다.. 나에게 사이다를 주시오...! ㅋㅋㅋ 하지만 글 자체가 재미없고 답답한 스타일이었던 건 아니다. 유머코드나 수다스러운, 호들갑 떠는 여자들의 모습에 대한 묘사는 충분히 내 코드와 맞았기 때문에, 오히려 뒤에 가서는 웃기고 좋더라. 줄리엣이 남자를 찾아 미팅 사이트에 들어갔을 때의 내용이 기억에 남구만. ㅋㅋㅋ 그리고 충분히 상상할만한 장면이기는 했지만 마음에 드는 엔딩이었다.
자립심 쩌는 쿨녀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처음에 좀 실망하기는 했지만 충분히 즐거운 책이었다! 생각 없이 가볍게 읽기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