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가 사망한 이유는 무엇일까 - 탐정이 된 두 의사가 밝히는 죽음의 X파일
류위즈.바이잉위 지음, 강은혜 옮김 / 시그마북스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던 초반에 문득 든 생각은 어이없게도 '나는 공동 저자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구나', 하는 것이었다. 거기다 두 저자가 현역 외과 전문의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거기다 두 사람이 부부라니!!!!! 책을 읽기 전에 책의 내용이나 작가에 대해 편견이 생기는 게 싫어서 웬만하면 사전조사를 하지 않고 책을 읽기 시작하는 편이다. 예를 들면, 책을 사기 전에 미리 보기는 읽어 보지만 줄거리나 소개 글은 잘 읽지 않는다. 제일 싫어하는 일은 띠지 읽다가 스포 당하는 일인 수준?ㅎㅎ
그런데 읽다 보니 어느 순간 어? 작가가 둘이었어? 싶었는데 곧, 아? 둘 다 현역의사라고? 어쩐지 글이 되게 현장감 있더라니.. 뭐???? 심지어 둘이 부부라고??????????? 이런 식으로 의식이 흘렀다. ㅋㅋㅋㅋ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대화가 통하는 사람과 있을 때의 즐거움을 너무 좋아해서인지, 오지랖 넓게도 두 사람이 이 책을 쓰며 얼마나 재미있고 신났을까, 아 물론 이견을 보이는 부분에서는 트러블도 있었을 수 있지만?ㅎㅎㅎㅎ 아무튼 그런 모습이 괜히 눈에 그려져서 책이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실제로 일어났던 유명인들의 죽음에 대해, 앞부분에서는 소설 같은 느낌의 문체로 당시의 상황을 묘사하고 이어서 그 죽음에 대한 당시 의사들의 처치와 소견 등을 소개한다. 그리고 나서 현시대에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면, 지금의 의사들은 그들을 살릴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을 던지며 현대의 의학을 기준으로 한 기술을 이어간다. 나는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편이라, 그 유명한 의학 드라마들도 하나도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간단한 의학적인 용어들도 무슨 소릴 하는 건지 뉘앙스로 알아들으며 책을 읽어야 했는데(이때 알았다. 저자가 의사라는 걸ㅠ_ㅠ), 그런 점에서는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링컨을 시작으로 워싱턴, 루스벨트와 같은 나름 친숙한 유명인들이 죽어가는 모습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당시의 의학 기술을 들으며 뜨악하기도 하고. 간간이 총알이 관통해나간 경로 같은 그림이 나와서 더 사실감 있게 느껴졌다. 실재한 역사에 대한 책이 이렇게 흥미진진할 수가! 싶었다. ㅎㅎㅎ
뒷부분에는 '죽음'을 둘러싼 여러 가지 썰(?)에 대한 진상을 파헤치는데, 이건 또 다른 책 같은 느낌으로 재미있었다. 언젠가 TV에서 교수형에 처한 사람이 실험을 한 가지했는데, 목이 잘린 후에도 눈을 깜빡일 수 있는지에 대한 것으로 기억을 한다. 그때 기억으로 한 번은 눈을 깜빡였다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그와 비슷한 실험을 했다는 내용과 그 결과도 책에 자세히 나와있었다. 그런데 그 피실험자가 개였다는 점에서 좀 기분이.. 뒤로 가면 개뿐만 아니라 원숭이, 쥐 등 여러 동물들이 나오는데 아 정말 읽을수록 기분이... 머리가 복잡해졌다.
기억에 남는 부분은 '법의곤충학'에 관한 부분이었다. 언뜻 '곤충의 사인을 밝히는 건가? 뭐지?'했는데, 알고 보니 사체의 부패 과정에서 여러 곤충들이 꼬이게 되는데 그 곤충들에 대해 연구함으로써 사체의 사망 시각 등을 추론해내는 분야더라. 전혀 무지의 분야라 되게 신기했고 흥미진진했다. 법의학에 관심이 있는 편이라 더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과거 언젠가 수술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수술대에 누워서 소독약을 바르고 마취를 기다리다 문득 아, 되게 차갑고 비인간적이다. 이런 기분이 들었던 기억이 났다.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이었는데, 묘사를 하자면 사람이 아닌 게 된 듯한 기분? 뭔가 의사가 내 목숨을 좌우할 수 있을 법한 상황에 놓이자, 그냥 내 자체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피조물이 된 기분이었다. 괜히 기분 싱숭생숭하다가 마취 주사를 맞고 기절하듯이 잠들었다 깨어났지만, 그때의 기억은 뭐라 잘 말로 할 수도 없을뿐더러 쉬이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의학이라는 게 주로 사람(넓게는 동물까지도)의 목숨을 살리고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것인 동시에, 사람이든 동물이든 생명이 있는 것을 지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타인의 죽음을 둘러싼 에피소드가 이렇게 생명의 존엄성에 대해 재고하는 계기가 되다니, 기대했던 것보다 더욱 유익한 책이었다.
본 서평은 리뷰어스 클럽의 서평단 자격으로 시그마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