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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 감정 오작동 사회에서 나를 지키는 실천 인문학
오찬호 지음 / 블랙피쉬 / 2018년 1월
평점 :
오찬호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JTBC의 「말하는 대로」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그러다 몇 주 전엔가 내 최애 프로인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그의 강의를 다시 접할 기회가 있었다. '페미니즘'이라는 주제를 다뤘던 지라 이전 강연보다 더 관심이 갔고, 더 기억에 남았다. 워낙에 페미니즘에 대해 왜곡된 개념을 가진 채로 떠들어대는 '사람'들이 많은 시대에, 내가 생각하는 '정말 옳은 페미니즘'에 대해 시원하게 말해준 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오찬호 작가의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에 얼른 읽어 보게 되었다.
이 책은, 페미니즘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편견과 차별, 혐오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러 장면에서 은연중에 발현되곤 하는 온당치 못한 사고에 익숙해진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것은 우리가 익숙해져 버렸을지도 모르는 좋지 못한 익숙함에 대한 이야기다.
'손님이 왕'이라는 말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자신은 비용을 지불한 손님이니 왕 행세를 하는 것이 당연하고 돈을 받은 점원들을 하인 대하듯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곤 한다. 철새처럼 당을 옮겨 다니는 일에 익숙한 정치인들은 국민 앞에 얼굴 들고 서 있는 게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모른다. 단순히 외적인 특성이나 성별을 이유로 누군가를 차별하면서도 그게 괜찮은 일인 줄 안다. 심지어 차별을 받는 사람도 그게 괜찮은 일인 줄 안다.
작가는 이런 사례들을 짚어주면서 우리가 진정으로 부끄러워해야 하는, 또는 괜찮지 않은 상황이 어떤 때인지를 알려 준다. 어떻게 부끄러워할 줄 아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가장 뜨끔했던 부분은 긍정적 사고의 위험성과 부지런함의 역설에 대해 얘기한 부분이었다.
특히, 긍정적 사고에 대해서는 지금껏 당연히 긍정적 사고를 해야 하고, 그래야 더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 왔고, 따라서 일말의 비판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불평등이 팽배한 상황에서 무작정 긍정적 사고만 해서는 그 불평등은 해소할 수가 없다는 점을 보지 못한 거였다. 애초에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것부터가 문제인데, 그 상황은 고정된 가치로 두고 그 위에서 긍정적 사고, 긍정적 사고, 떠들어서는 내 다음 세대에까지 그 기울어진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
가난을 예로 든 작가의 말처럼, 물론 개중에는 아주 드물게 가난한 환경을 딛고도 성공하는 예외적인 사람이 있으나, 그것은 결코 평범한 경우가 아니기 때문에 누구나 그 예외를 성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세상은 드문 예외들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에 많이 노출되고 그것들이 무의식에 주입될수록 결국 드문 예외(성공)가 되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의 삶이 평가절하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과 연관 지어 생각하니 내가 자기 계발서를 크게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아, 이거다, 싶었다. 어차피 읽다 보면 결국에는 '나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서도 견디고 일어나서 타인의 선망을 살만한 성공을 이루는 사람도 있는데, 어째서 나는 이렇게 세상 앞에 무기력하고 무능력할까.' 그 생각만 들어서 자기계발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더 땅굴 파게 만든다 싶은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답답하게 느끼던 바를 명쾌하게 풀어서 얘기해줘서 속이 시원했다.
부지런함의 역설에 대해 읽을 때는, 부모님이 생각났다. 하루하루 부지런히 바쁘게 사시는데 왜 이렇게 매일이 쫓기는 것 같고 여유가 없을까. 왜 나도 노력한다고 하는데 큰 도움은 돼 드릴 수가 없을까. 그랬다. 부지런할수록 오롯이 여유로울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거였다. 애초에 물질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은 하루하루 아등바등하지 않아도 되어서, 나름대로 자신에게 쏟을 시간이 있는 거였다. 휴
아아아주 가끔은 공감이 가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것은 이미 내가 그 편견에 갇힌 사고를 고집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뜨끔하기도 했다. 어떤 문제든 그 해결의 가장 첫 번째 단계는 단언컨대 현상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는 일일 것이다. 이 책은 부지불식간에 갖고 있던 편견을 의심하게 하고, 자신을 돌이켜볼 계기를 마련하게 한다.
간결하고 알기 쉬운 문장과 와닿는 예시로 기대보다 더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인문학 도서였다.
읽는 동안 마음이 불편해지는 만큼 회고하게 만드는 글.
본 서평은 북카페 책과 콩나무의 서평단 자격으로 블랙피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