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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동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 수의사 아빠가 딸에게 들려주는 가축 살처분·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생명인문학
박종무 지음 / 리수 / 2021년 6월
평점 :

이 책은 생명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수의사이자 생명윤리학 박사 학위를 갖고 있는 저자의 성찰이 담겨있다. 아빠가 딸에게 들려주는 형태의 문체이기 때문에 매우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거나 여전히 논란이 있는 부분에는 적절히 잘 대처하며 설명한다. 그리고 전문적인 내용보다는 이해하기 쉽게 글로 표현해 놓아서 읽기 쉬웠다. 우리 주변의 여러 동물들과 사람과의 관계 유형에 대해 정리하면서 우리가 관심을 지니고 되돌아보아야 할 우리 자신의 모습들을 인간 위주의 세계관과 산업현장의 현실을 보여주며 저자 나름의 관점으로 정리해 준다.
정확히 말하자면 고등학생인 딸에게 주는 생명에 대한 관점을 이야기해 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동물을 어떻게 대하는가>라는 이 책에 담겨있는 다양한 논의거리를 읽고 같은 주제로 토론을 하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저자는 생명을 단순한 물질을 넘어선 것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동물의 생명에 대한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하게 된다면 보다 더 다양한 의견과 주제로 넓혀질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예를들면 나는 비건 주의자는 아니지만 관심은 어느 정도 있는데, 자세히는 모르지만 겉핥기 식으로 알아본 결과 동물의 생명과도 관련이 있어서 이런 이야기로 뻗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면서 읽었다.
저자는 우리가 동물을 대하는 태도에 내재된 문제들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며 책을 연다. 우리 생활에 가깝게는 반려동물이 있고, 집 밖으로 나가면 자주 마주치는 길고양이 이야기도 다룬다. 동물원에 가면 야생동물을 만나게 되고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 인간을 위해 다양한 목적으로 동물 실험에 사용되는 실험동물이 있으며 우리의 식생활을 떠받치고 있는 가축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제일 먼저 가까이 있는 반려동물에 대해 생각해 본다면, 우리 생활에 제일 밀접하게 있고 보호자의 사랑을 받으며 키워지는 반려동물이 있는 반면에 개중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버려지고 보호소로 가는 반려동물도 있다. 바로 어제 나는 길고양이를 다룬 뉴스를 보게 되었는데, 수시로 동물 학대의 대상이 되는 길고양이들, 고양이들 먹이에 쥐약을 넣거나 산 채로 살해되는 고양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서 고양이가 단지 예쁘다고 키우다가 사정상 어려워서 길에 버리지만 않았더라면 이렇게 많은 고양이들이 이유 없이 죽임당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들게 하기도 했다. 반려동물과 보신탕 문화, 인간들의 시각적 충족을 위한 동물원에 가둬지는 야생동물, 인간들이 가축을 대하는 태도 등을 다룬 이 책을 보면서 우리가 동물을 대하는 태도에 내재된 여러 문제들을 살펴볼 수 있었고, 반성하게 되었다.
특히 2010년 이후 주기적으로 가축 전염병이 발생하면서 그때마다 많은 수의 가축들을 살처분하고 있는 방역이 정말 옳은 방법인지에 대해 다루는 부분을 보면서, 300만 마리의 가축들이 산 채로 매장되는 것, 포클레인에 의해 구덩이에 떠밀린 돼지들의 비명, 작업에 동원된 인부들은 몇 년간 그 울음소리가 귀청에서 맴도는 트라우마들, 그리고 2010년 이후 매년 살처분에 산 채로 죽어가는 동물들의 이야기들을 돌아보며 우리가 과연 동물들을 이렇게 대해도 되는 것인가에 대한 시각과 생각에 대해 담겨있는 부분은 어쩌면 인간 중심적으로 바라보는 철학적 시각과 여러 가지 측면으로 바라보면 겉으로 우리가 바라보는 것만으로 방치된 사실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 부분이 충격적이기도 했다.
오늘날 우리 인류의 가장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문제인 생태계 파괴와 기후변화는 동물들의 삶과 연관되어 있는데, 소를 생산하기 위한 무분별한 옥수수 생산과 소의 메탄가스 문제뿐만 아니라, 아마존 열대우림이 파괴되면서 이 파괴된 아마존의 70%는 가축의 방목장과 가축에게 먹일 곡물을 재배하는 용도로 사용되며, 기후 위기를 심화시키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중 절반 정도는 가축산 영역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가축전염병에 대해 실시되고 있는 방역 대책은 바이러스의 전파 차단에만 머물러 있으며 이보다 사람들의 관심 또한 바이러스 자체에만 한정되어 있어서 바이러스 자체보다는 인간들은 바이러스를 전파시키는 요인에 대해 분석해보고 예방하고 보다 더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는 점들을 외면하고 있는 현실이 막막하기만 하다고 느꼈다. 이 책은 우리가 동물을 바라보는 시각뿐만 아니라 동물의 생명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이해해야 하는지 곰곰이 살펴보도록 돕는다. 그리고 결론을 도출하도록 돕는 책은 아니지만, 생각하지 못했던 동물의 생명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성찰하는 것 자체도 앞으로의 동물의 생명에 대한 이해와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1부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
2부 건강한 가축까지 살처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3부 가축 전염병에 대한 오해와 본질
4부 공장식 축산의 발단, 옥수수가 바꾼 세계
5부 공장식 축산에 갇힌 가축들
6부 인간 중심주의는 어떻게 견고해질 수 있었나
7부 우리는 동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8부 생명에 대한 시각이 바뀌어야 할 때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의 경우 전년도에 비해 20.9%가 증가하는 등 매년 동물 실험이 증가하고 있어.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실험동물 운영위원회에서 동물 실험 여부를 심의한다고 하지만, 연구자들이 심사 기준에 맞춰 실험 계획서를 '잘' 작성하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동물 실험 계획서는 통과되는 실정이야.
이중 매몰법은 다량의 사체를 단시간 내에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대규모 가축 전염병 발생 시 세계 각국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사체 처리법이야. 하지만 이런 매몰법은 주변의 토양, 지하수, 하천, 호수 등 주변 환경을 심각하게 오염시킬 가능성이 높아.
2019년 발생하여 전 세계를 팬데믹에 빠뜨린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자연숙주인 박쥐나 천산갑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어. 오랜 시간에 걸쳐서 숙주에게 감염된 바이러스는 자연 숙주의 생명을 위협하지 않으면서 안정된 감염 상태를 유지해. 그런데 인간에 의해 환경이 급격히 변할 경우 자연 숙주와 맺고 있던 안정적인 관계가 깨지면서 바이러스는 새로운 숙주에 감염되어 심각한 증상을 유발한단다.
전에는 동물의 생명에 관한 뉴스나 기사를 접할 때는 그때만 경각심을 가지고 나중에는 잊어버렸었는데, 그때의 나의 행동들을 반성하게 된 책이었다.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을 싫어하면서도 막상 예방하지 못하고 인식을 고쳐나가지 못한 과거의 시간들을 반성하기보다는 이제부터 동물들의 생명에 대한 생각과 가치관을 바꿔나가야겠다고 느꼈다. 사실 개개인이 고쳐나가야 하는 것보다는 정부에서 세계 단위적으로 인식을 변화시키고 생명에 대한 시각을 바꿔나가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인간들이 오래 지구에서 살아가려면 그동안 해왔던 동물의 생명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 나가고 생명과 환경의 관계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현재에는 작지만 생명에 대한 인식을 바꿔나가자는 운동과 행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행동들이 좀 더 커지고 안일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인간 중심적 사고는 인간과 동물의 차별을 합리화하고 폭력적인 대우를 정당화한다고 한다.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이러한 환경에서 살아간 인간들은 별다른 의심조차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기 때문에 이러한 인간 중심적 사고가 안 좋은 것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인간의 시각과 이익을 기준으로 앞으로도 동물을 이렇게 대한다면 머지않아 환경과 생태계 파괴들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인간 중심적 사고를 벗어나고 생명이란 원래 어떤 존재이고 어떻게 받아들이고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알려면 다윈의 진화론을 다시 살펴보라고 한다. 우리가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생명에 대해 생각하고 생태계 파괴를 줄이면서 생명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갈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환경문제, 동물들의 생명권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출판사 '리수(책읽는 고양이)'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직접 읽고 쓴 주관적인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