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배움의 공동체 - 손우정 교수가 전하는 희망의 교실 혁명
손우정 지음 / 해냄 / 201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의 아침 독서. 교실에서의 배움은 공동체적 실천이다. (13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행성어 서점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초엽 지음, 최인호 그림 / 마음산책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의 현실이 정말로 같을까? 그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것만이 진실한 대화일까? 너는 그것을 어떻게 확신하지? 어떤 사람은 수요일에서 바닐라 냄새를 맡고, 또 어떤 사람은 남들이 결코 구분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빨간색을 구분하지. 우리는 바다를 유영하는 고래의 관점을 상상하지 못하겠지. 자신의 수천 배나 되는 몸집을 가진 동물에 기생하며 살아가는 진드기의 관점을 헤아려 볼 수도 없겠지. 평생을 살아도 우리는 타인의 현실의 결에 완전히 접속하지 못할 거야. 모든 사람이 각자의 현실의 결을 갖고 있지. 만약 그렇게, 우리가 가진 현실의 결이 모두 다르다면, 왜 그중 어떤 현실의 결만이 우세한 것으로 여겨져야 할까?"

사람들은 매번 물어온다. "그럼, 이런 서점이 대체 왜 있는거예요?" 답은 명쾌하다. 인류의 모든 뇌에 수만 개 은하 언어를 지원하는 범우주 통역 모듈이 설치된 이 시대에도, 어떤 이들은 낯선 외국어로 가득한 서점을 거니는 이국적인 경험을 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완전한 이방인으로서의 체험. 어떤 말도 구체적인 정보로 흡수되지 못하고 풍경으로 나를 스쳐지나가고 마는 경험…… - P63

덕분에 이 서점의 책들은 읽히지 않음으로써 가치를 부여받았다. 세상에는 이해하기 힘든 취향을 가진 사람들도 조금씩은 있기 마련이라, 서점에 들어선 사람들 중 일부는 감탄하며, 신이 나서, 혹은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책을 사서 돌아간다. 그런 고객들 덕분에 매출은 서점이 유지될 정도로는 꾸준했다.
하지만 나는 팔려나간 책들의 내용이 영원히 미지로 남으리라는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슬펐다. 행성어를 아는 사람은 이제 은하계 전역에 수백 명밖에 남지 않은 데다, 행성어를 모어로 쓰는 이곳 주민들은 이런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점에는 관심이 없으니, 이 책의 독자들은 언젠가 멸종하고 말 것이다. - P63

나는 먼 은하계에서 이곳까지, 누구에게도 읽히지 않은 책들을 읽기 위해 찾아왔다는 그가 갑자기 10년은 넘게 만난 친구처럼 반갑게 느껴졌다. 여자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계속 망설이다가,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
"떠나기 전에 저녁이라도 같이 드실래요?"
여자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당장 오늘 밤도 좋아요."
그날 저녁 서점의 문을 닫고 나는 서가 앞에 섰다. 기분이 좋았고 춤을 추고 싶었다.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그러지 못하더라도, 나는 그를 만나서 기뻤다.
이곳 행성에 수십 년간 살았던 할머니가 쓴 수필집과, 서점의 밤과 낮이 담긴 그림책과, 전뇌 테러를 다룬 서스펜스소설을 서가에서 골랐다. 먼지를 털어내고 종이 가방에 책을 담고 리본을 묶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두 번째 독자를 만날 책들이었다. - P7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
정세랑 외 지음 / 창비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추석 연휴 동안 읽었다.

아래의 문장 때문에 충동 구매를 했기 때문이다.

 

나는 '여자'를 외치면서도, 내가 '여자'인 걸 싫어하고, '여자'를 잃지 못하면서, 동시에 '여자'가 되는 길을 다 망치고 싶습니다. _이반지하 (68쪽)

 

여성 저자들이 여성에게 보내는 편지글 형식으로 되어 있어, 편지를 쓰거나 읽을 때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단정해지는 것처럼 이 책을 읽을 때도 그런 기분이었다.

 

이 책에서 이반지하는 주디스 버틀러(형님)에게 편지를 썼고,

추석에 나는 ebs 주디스 버틀러 강의를 들으며 유튜브로 이반지하의 웃음소리를 들었다.

 

읽고 싶은 책들과 하고 싶은 일들이 늘었다.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트러블>과 실비아 플라스의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읽고 싶고

 

문보영 작가처럼 전화 영어 수업을 신청하고 싶고, 김혼비 작가처럼 축구하고 싶다.

 

김혼비 작가는 이 책의 마지막을 아래와 같이 썼다.

 

그러니 여러분, 축구든, 풋살이든, 배구든, 농구든, 핸드볼이든 그 무엇이든! 이제 응원석에서 내려와서, 운동장 귀퉁이에서 걸어 나와서, 운동장의 한가운데를 단호하게 밟는 순간 펼쳐지는 넓은 세계를 꼭 만나시기를 바랍니다. 분명 즐거울 거예요. 그 세계에서 우리 또 만나요! (247쪽)

 

이 글을 보면서 얼마 전의 일이 떠올랐다.

OX퀘스천카드 보드게임을 하던 중, '다시 태어나면 남자 vs 여자' 퀘스천 카드가 나왔고

나와 여학생 한 명이 '다시 태어나면 남자'로 왕 역할을 맡은 학생을 설득해야 했다.

 

평소 생각해 보지 않아서인지 바로 생각이 나지 않아서 말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그 여학생이 발언권을 가져가서 말했다. '나는 축구를 아주 잘하고 싶거든.' 이라고 했다.

 

이유가 그것이어서, 여자에게 축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부족한가를 절감했다.

 

내년에는, 운동을 시작하고 싶다. 축구처럼 팀플레이 운동을 해 보고 싶다.

 

언니들이 있어서 세상은 달라질 것 같아요.

책을 읽으며 다른 세상을 꿈꾸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앤드루 포터 지음, 김이선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물리학 전공 서적 같은 제목의 이 소설집에는 10개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리뷰 제목을 류시화 시인의 잠언 시집 제목과 똑같이 선택한 이유가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소설 속의 내용보다도 서술 기법에서 기묘한 울림을 느꼈다. 그 기법은 과거와 현재 사이의 시간의 격차만큼 과거의 서술자와 현재의 서술자 사이의 앎의 낙차를 보여 주는 서술 방식이었다. 그 방식이 서술자에게 공감을 느끼도록 해서 읽다가 어떤 장면에서는 울컥하기도 했다.

 

그러나 멀리 떼어 놓고 보면, 소설의 내용 자체에 크게 공감을 한 것은 아니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소설은 <코요테>이다.

 

나는 이제, 이십 년이나 흘렀으므로, 아버지는 한때 자신이 성취하고자 했던 유형의 명성이 허락될 운명이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다. 위대한 영화감독(위대한 다큐멘터리 감독은 거의 없다)은 그의 몫이 아니었고, 동시대 많은 이들이 누린 뛰어난 재능도 그의 몫이 아니었다. 아버지에게 분명히 있기는 했던 조금의 재능은 단지 좌절의 원천으로만 작용하며, 실현되지 않은 막연한 잠재력을 끊임없이 상기시켜줄 뿐이었다. (17~18쪽)

 

나는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그해 여름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에 있었던 일을 모두 알게 되었다. 그때 나는 아버지의 정신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우리와 '떨어져' 있던 내내 사실은 시내의 한 모텔에 머무르고 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어머니는 여전히 아버지와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나 일이 끝나고 저녁마다 아버지를 만나러 갔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내가 아는 것은 우리 삶의 뭔가가 돌이킬 수 없이 변하고 있다는 것뿐이었다. (37쪽)

 

"궁금해서 그러는데 말이다. 너는 이 비슷한 일을 업으로 삼고 싶다는 생각이 드니?"

"무슨 일이요?"

"내가 하는 일."

"영화movies 찍는 일이요?"
"영화films 찍는 일."

"영화films."

"그래."

"글쎄요."

아버지는 웃었다. "나라면 안 할 것 같다. 할 수만 있다면 안 해." (39~40쪽)

 

위의 상황에서 아버지가 어떤 심경으로 그런 말을 했을지가 느껴졌다.

아버지는 일에서도, 가정에서도 인정 받지 못하고 실패해버린 자신을 자책하면서 영화를 한 걸 후회하고 있었다.

 

내 거실에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 영화의 프리미어 시사회 날 밤에 찍은 사진이 있다. 그들은 뉴욕의 어느 소극장 밖에 서 있고, 아버지는 위쪽으로 보이는 마르키*의 불빛을 가리키고 있다. 아버지는 슈트 차림으로, 어머니는 긴 이브닝드레스 차림으로, 둘이 나란히 있는 모습을 본 내 기억 속 유일한 때다. 그들은, 그 둘은, 바람 불어오는 쪽으로 몸을 살짝 숙이고, 자신들이 아직 보지 못하는 무언가에 맞서, 서로를 감싸안은 모습으로 미소를 머금고 있다. (45쪽)

 

*마르키:극장이나 영화관 간판에 상영작 제목 등을 적어넣고 주위에 전구나 네온 등을 설치해서 반짝거리게 하는, 일종의 상영 정보 게시판.

 

앞으로 어떤 일이 닥쳐올지 그들은 아직 모른다.

그래서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좀 다를 수 있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멋있으면 다 언니 - 좋아하는 마음의 힘을 믿는 9명의 이야기 : 황선우 인터뷰집
황선우 지음 / 이봄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봄, SJ샘에게 <우리가 사랑한 내일들> 인터뷰집을 선물했었다.
그리고 일주일 전, SJ샘에게 <멋있으면 다 언니>를 선물 받았다.

<우리가 사랑한 내일들>을 선물할 때, 내 것도 샀었는데
나는 아직 그 책을 읽는 걸 시작하지도 않았기에
<멋있으면 다 언니>가 출간되고 나서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인터뷰집을 읽기 시작한 건 지난 겨울 <깨끗한 존경>이 처음이었다.
위에서 언급한 세 권의 인터뷰집의 공통점에는 ‘이슬아‘가 있었다. 의도적으로 그 작가와 관련된 책을 고른 것은 아니고, 결과적으로 보니 그랬다. <깨끗한 존경>은 이슬아 인터뷰집이고, <우리가 사랑한 내일들>과 <멋있으면 다 언니>에는 ‘이슬아‘가 인터뷰이로 나온다.

<멋있으면 다 언니>를 선물 받고, 네 번째 인터뷰이인, 21대 국회의원 장혜영까지 읽었다.
이 책은 자신의 분야에서 성취를 이뤄 나가는 9명의 사람들을 나이에 상관없이 ‘언니‘로 모았다.

인터뷰집을 읽으며 타인과 만나고, 그들의 말에 귀기울이면서 세상에 관심을 갖게 된다.

→185쪽까지 읽음.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종이달 2021-12-31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