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의 힘
조셉 캠벨 & 빌 모이어스 지음, 이윤기 옮김 / 이끌리오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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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셉 켐벨이 유명한 신화학자인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나는 그가 단지 여러 가지 신화 이야기를 많이 알아서 기술하는 사람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신화의 힘>을 읽으면서 충격을 받다시피 했다. 그는 신화를 통해, 많은 종교가와 일부의 철학자들만이 가능했을만한 세계와 삶에 대한 통찰을 얻었다고밖에 할 수 없다. 나라고 그런 통찰을 얻어서 그가 얻었다느니 하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깨달은 듯한 사람의 후광이야 평범한 사람에게도 느껴지는 것 아니겠는가?

바로 그런 통찰은 그가 죽기 몇 해 전 빌 모이어스와 대담한 이 책에서 "당신의 천복을 따르라 . 그러면 보이지 않는 손이 도와줄 것이다"라고 우리에게 조언하는 것처럼 그 자신이 자신의 천복을 따랐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 자신의 천복, 황홀한 신화의 세계에 푹 빠져 동서양의 온갖 신화를 찾아 오딧세이처럼 여행한 것, 돈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미친 듯이 자신의 천복을 따랐기에 그는 '영원'과 '살아있음의 경험' 을 할 수 있었다.

"영원이라는 것은 뒤에 오는 것이 아니에요. 영원이 그리 긴 시간도 아닙니다. 아니, 영원이라는 것은 시간과 아무 상관도 없는 것입니다. 영원이라는 것은, 세속적인 생각을 끊는 바로 지금의 이 자리입니다. "

"사람들은 우리 인간이 궁극적으로 찾고자 하는 것이 삶의 의미라고 말하지요. 그러나 나는 우리가 진실로 찾고 있는 것은 그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나는 우리가 찾고 있는 것은 살아있음의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따라서 순수하게 육체적인 차원에서의 우리 삶의 경험은 우리의 내적인 존재와 현실 안에서 공명합니다. 이럴 때 우리는 실제로 살아있음의 황홀을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우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 어떤 실마리의 도움을 받아 우리가 우리 안에서 찾아야 할 것이 바로 이것이랍니다. "

책을 좋아하고 즐겨 읽어도 살면서 영혼을 움직여주는 듯한 책을 만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까뮈는 그의 선생이었던 장 그르니에의 <섬>의 서문에서 "오늘 처음으로 이 책을 열어보게 되는 저 알지 못하는 젊은 사람을 너무나도 열렬히 부러워한다"라고 했다. 너무 늦기 전에 이 책을 접한 것은 내 인생의 행운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행운이 찾아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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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인류 최고의 철학 - 카이에 소바주 1
나카자와 신이치 지음, 김옥희 옮김 / 동아시아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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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화 관련 책들이 많긴 하지만, 대부분 신화 내용들을 단순히 소개하고 있을 뿐이다.이 책은 보다 신화에 대해 철학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많은 이야기를 주마간산식으로 소개하기 보다 몇 가지 이야기를 자세히 분석하고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신데렐라 이야기에 대해서도 여러 버전을 소개하면서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다. 전세계에 걸쳐서 신데렐라 스타일의 이야기는 많이 등장하고 있다. 저자가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우리의 <콩쥐 팥쥐>도 신데렐라 이야기와 유사하지 않은가? 미크마크 인디언들이 신데렐라 이야기를 접하고서  새롭게 재구성한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거기서 소녀는 화려한 드레스나 유리 구두가 아닌 누덕누덕 기운 듯판 피부를 하고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큰 부추를 신고 남자에게 간다. 그러나 그녀는 아름다운 영혼이 있기에 아무도 볼 수 없는 남자를 본다는 것이다.

레비 스트로스를 따라 저자는 신화란 '감각의 논리'를 구하해서 우주 안의 인간 삶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신화는 가장 오래된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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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를 만든 사람들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6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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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 나나미의 <르네상스를 만든 사람들>은 대화체를 사용해서 가능한 한 쉽고 생생하게 독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그리고 독자를 르네상스의 생생한 현장으로 인도한다. 즉 몇 백 년 후의 현대에 르네상스 시대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기 보다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르네상스인들을 엿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풍부하고 선명한 그림들은 이 책의 최대의 강점이기도 하다.

내용 면에서 독특한 점은 르네상스를 이끈 첫 인물로서 성프란체스코를 꼽는다는 것이다. 르네상스는 중세의 종교적 분위기에 억눌려있던 앎과 창조에 대한 욕망이 폭발한 것 아니던가? 그런데 종교인인 성프란체스코가 르네상스를 이끈 사람이라고? 그러나 시오노 나나미의 분석은 흥미있고 설득력있다. 중세의 위압적인 종교적 분위기로부터 벗어나려면 종교 내부 안에서 이미 변화가 있었어야 했을테고, 그렇게 만든 사람이 성프란체스코이다. 그러한 종교적 분위기의 변화야말로 사상과 문화의 변화, 앎과 창조의 자유로움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아쉬운 점은 이 책이 일반 대중들이 쉽게 읽을 수 있게 쓰여진 것이긴 하지만, 더 전문적으로 르네상스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지 않나 하는 점이다. 즉 이 책은 단순히 르네상스 시대를 살다 간 예술가들이나 문필가들을 평면적으로 소개한다기 보다는 성프란체스코의 경우에서처럼 왜 그 인물이 르네상스를 이끌었는지, 왜 그 인물이 르네상스 시대에 중요한지 등등 시오노 나나미의 르네상스 해석이 들어간 책이다. 물론 시오노 나나미의 해석이 정확하고 훌륭한 것일 수도 있지만, 르네상스 관련 전공자가 아니라면 그 여부를 알기가 어렵다.  그래서 각주나 참고문헌 등을 통해 르네상스에 대한 학계의 일반적인 입장이라든가, 자신이 주장하는 것에 대한 근거가 되는 문헌이라든가를 소개해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현재로서는 재미있게 읽히긴 하지만 이것이 르네상스에 대한 그 쪽 학계의 정설인지 아닌지 여부부터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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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문학, 정신분석 프로이트 전집 14
프로이트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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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기본적인 사상이야 너무나 유명해서 리비도라든가, 초자아라든가 하는 것쯤은 대부분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프로이트의 책을 읽어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나도 오래 전에 <정신분석입문>을 읽다가 지루해서 놓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 책은 대단히 재미있다.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무척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프로이트가 문학적으로도 상당히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글쓰기는 독자의 흥미를 잡아맨다. 여러 글들을 모아 놓은 적지 않은 분량임에도 읽는 내내 소설을 읽듯이 안 지루했다.

첫글은 <그라디바>라는 환상소설에 대한 분석인데, 프로이트는 이 소설이 우연히 자신의 정신분석과 치료법과 유사해서 공들여 이 소설을 분석한다. 그 과정이 아주 치밀하면서도 발군의 상상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 밖에도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유년 시절과 그의 작품들을 분석한 것이라든가, 미켈란젤로의 모세상을 분석하는 것이라든가, 나로서는 프로이트 자신이 편집증 환자가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분석은 아주 집요하다. 그리고 더 매력적인 것은 그가 그러한 작품들에 대해 감탄하면서, 또한 그러한 작품들에서 자신의 이론이 맞다는 확신을 다시 한 번 하면서 또다시 감탄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단순히 프로이트가 미술작품이든 뭐든 무조건 리비도로 설명함으로써, 예술의 지위를 격하시킨다는 편견에서 벗어나게 만들어준다. 물론 그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성욕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그의 글을 읽다보면 그런 이유로 예술과 문학이 보잘것없어진다는 느낌은 안 든다. 그는 진심으로 미켈란젤로의 <모세상>에 감동받고 또 왜 자신이 그런 감동을 받았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해가는 사람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무의식이라는 게 거의 상식적인 이야기가 되었지만, 프로이트가 처음 그러한 생각을 했을 때를 떠올리면 그의 흥분과 열정에 공감이 간다. 그는 그 때까지 보이지 않던, 아니 생각도 못 해 보았던 영역을 개척한 것이다. 그것은 발견이자 창조였다. 이 책에서는 지금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이론이 되었지만, 그것을 처음 생각해 낸 사람의 확신에 차 있지만 끊임없이 정당화해야 했던 과정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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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뒤안길
W.바이셰델 / 서광사 / 199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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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뒤안길>이라는 제목만 보면 이 책이 철학 자체는 없고 철학자들과 관련된 온갖 자질구레한 뒷얘기들만 써 놓은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철학자들이 분투했던 철학 내용까지 잘 담겨있는 믿을만한 철학사 책이다. 그리고 더욱 좋은 점은 펼쳐든 지 30분도 못 되어 잠들게 만드는 다른 철학사책들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물론 철학을 배우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칸트가 정확한 시간에 길을 지나갔다느니 하는 것보다 그가 <순수이성비판>에서 무엇을 다루었는지 하는 내용일 것이다.  하지만 철학자들의 사유의 여정을 그대로 따라가보지 못한 독자들이 그 어려운 철학책들, 혹은 철학책에 담긴 내용들을 요약한 것들을 마주쳤을 때의 첫느낌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한 어려운 개념들과 복잡한 사유에 범접하지도 못하겠다는 느낌일 것이다.

모짜르트나 랭보 등에 관한 영화를 통해, 천재적인 음악과 시를 지은 그 사람들의 삶을 알았을 때 우리가 더욱 그들의 음악과 시를 사랑할 수 있는 것처럼, 범접하지 못할것만 같은 사유의 길을 걸었던 철학자들의 삶은 그들을, 그리고 그들의 철학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명료하게 정리되어 우리에게 주어지는 철학책이 쓰여지기까지 그들도 우리처럼 갈등하고 모순에 차 있고, 실패하던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즉 <철학의 뒤안길>이 우리에게 제공해주는 것은 깔끔하게 만들어진 여러 철학자들의 핵심 철학뿐 아니라,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철학자들의 일상과 개인적 성향과 시대적 배경, 주변 사람들과 함께 뒤범벅된 이 책을 통해 철학자들이 살던 그 때로 돌아가 그들을 만날 수 있다. 뒤안길에서 바라보면 책상에 앉아 있거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골몰하던 살아있는 철학자들이 보일 것이다. 차가운 논리로 도배되어 건조한 듯한 철학책이 쓰여지기까지 거기에는 너무나 뜨거운 열정, 보통 사람들은 따라가기 힘들 정도의 열정으로 살았던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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