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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문학, 정신분석 ㅣ 프로이트 전집 14
프로이트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프로이트의 기본적인 사상이야 너무나 유명해서 리비도라든가, 초자아라든가 하는 것쯤은 대부분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프로이트의 책을 읽어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나도 오래 전에 <정신분석입문>을 읽다가 지루해서 놓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 책은 대단히 재미있다.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무척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프로이트가 문학적으로도 상당히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글쓰기는 독자의 흥미를 잡아맨다. 여러 글들을 모아 놓은 적지 않은 분량임에도 읽는 내내 소설을 읽듯이 안 지루했다.
첫글은 <그라디바>라는 환상소설에 대한 분석인데, 프로이트는 이 소설이 우연히 자신의 정신분석과 치료법과 유사해서 공들여 이 소설을 분석한다. 그 과정이 아주 치밀하면서도 발군의 상상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 밖에도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유년 시절과 그의 작품들을 분석한 것이라든가, 미켈란젤로의 모세상을 분석하는 것이라든가, 나로서는 프로이트 자신이 편집증 환자가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분석은 아주 집요하다. 그리고 더 매력적인 것은 그가 그러한 작품들에 대해 감탄하면서, 또한 그러한 작품들에서 자신의 이론이 맞다는 확신을 다시 한 번 하면서 또다시 감탄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단순히 프로이트가 미술작품이든 뭐든 무조건 리비도로 설명함으로써, 예술의 지위를 격하시킨다는 편견에서 벗어나게 만들어준다. 물론 그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성욕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그의 글을 읽다보면 그런 이유로 예술과 문학이 보잘것없어진다는 느낌은 안 든다. 그는 진심으로 미켈란젤로의 <모세상>에 감동받고 또 왜 자신이 그런 감동을 받았는지를 집요하게 추적해가는 사람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무의식이라는 게 거의 상식적인 이야기가 되었지만, 프로이트가 처음 그러한 생각을 했을 때를 떠올리면 그의 흥분과 열정에 공감이 간다. 그는 그 때까지 보이지 않던, 아니 생각도 못 해 보았던 영역을 개척한 것이다. 그것은 발견이자 창조였다. 이 책에서는 지금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이론이 되었지만, 그것을 처음 생각해 낸 사람의 확신에 차 있지만 끊임없이 정당화해야 했던 과정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