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뒤안길
W.바이셰델 / 서광사 / 199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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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뒤안길>이라는 제목만 보면 이 책이 철학 자체는 없고 철학자들과 관련된 온갖 자질구레한 뒷얘기들만 써 놓은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철학자들이 분투했던 철학 내용까지 잘 담겨있는 믿을만한 철학사 책이다. 그리고 더욱 좋은 점은 펼쳐든 지 30분도 못 되어 잠들게 만드는 다른 철학사책들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물론 철학을 배우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칸트가 정확한 시간에 길을 지나갔다느니 하는 것보다 그가 <순수이성비판>에서 무엇을 다루었는지 하는 내용일 것이다.  하지만 철학자들의 사유의 여정을 그대로 따라가보지 못한 독자들이 그 어려운 철학책들, 혹은 철학책에 담긴 내용들을 요약한 것들을 마주쳤을 때의 첫느낌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한 어려운 개념들과 복잡한 사유에 범접하지도 못하겠다는 느낌일 것이다.

모짜르트나 랭보 등에 관한 영화를 통해, 천재적인 음악과 시를 지은 그 사람들의 삶을 알았을 때 우리가 더욱 그들의 음악과 시를 사랑할 수 있는 것처럼, 범접하지 못할것만 같은 사유의 길을 걸었던 철학자들의 삶은 그들을, 그리고 그들의 철학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명료하게 정리되어 우리에게 주어지는 철학책이 쓰여지기까지 그들도 우리처럼 갈등하고 모순에 차 있고, 실패하던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즉 <철학의 뒤안길>이 우리에게 제공해주는 것은 깔끔하게 만들어진 여러 철학자들의 핵심 철학뿐 아니라,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철학자들의 일상과 개인적 성향과 시대적 배경, 주변 사람들과 함께 뒤범벅된 이 책을 통해 철학자들이 살던 그 때로 돌아가 그들을 만날 수 있다. 뒤안길에서 바라보면 책상에 앉아 있거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골몰하던 살아있는 철학자들이 보일 것이다. 차가운 논리로 도배되어 건조한 듯한 철학책이 쓰여지기까지 거기에는 너무나 뜨거운 열정, 보통 사람들은 따라가기 힘들 정도의 열정으로 살았던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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