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달마의 철학 깨달음총서 18
上山春平 외 / 민족사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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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들어봤을 경전이 '구사론'이다. '구사론'은 '소승불교'나 '아비달마불교'로 불리우는 불교의 내용을 집대성한 논서로, 그 가치는 와수반두가 지은 그 당시나 현재까지도 대단하다. 불교 역사상 가장 철학적이고,현학적으로 불교 교리를 논설한 시대가 아비달마시대로, 그만큼 불교 개념과 법체계가 세밀하게 분석, 정리되고 있다. 따라서, 대승불교를 하든, 유식을 하든 '구사론'을 모르면 깊이가 없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구사론 자체는 너무나 어려운 책이다. 다행히 불과 한 달 전에 동국역경원에서 이 책의 새 번역이 나와, 앞으로는 접근이 많이 쉬워질 것 같으나, 번역서가 있다 하더라도, 결코 만만한 책이 아니다.

일본의 경우, '구사학'이라 해서 예전부터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잘 발달되어 있지만, 우리 나라는 대승 중심이라 그런지, 아직까지 중요성만 강조되고 실질적인 연구는 별로 없다. 일본의 연구서도 국내에 많이 번역되어 있지 않다. 우리 나라의 경우 김동화의 '구사학'이라는 책이 있긴 하나, 그 책도 내용이 방대해서 독한 마음을 먹지 않는 한 처음 구사론을 접하려는 사람은 끝까지 읽기가 힘들 것이다.

'아비달마의 철학'은 어려운 구사론을 친절하게 잘 설명해 주고 있다. 그렇다고 쉽게 설명하기 위해 임의로 내용을 바꾼다거나, 한 부분만을 떼어내어 정리한 것은 아니다. 저자가 현대인들이 이해할 만하게 적절하게 비유도 들면서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내용도 길지 않아서 구사론의 대략적인 줄거리를 가장 빠른 시간에, 가장 효과적으로 알 수 있게 해 준다.

위의 책 소개에는 '상산춘평(우에야마 슌페이)'이 저자로 나와 있지만, 이 책은 공저이다. 구사론에 대해 잘 정리하고 있는 부분도 바로 공저자인 '앵부건(사쿠라베 하지메)'이 쓰고 있는 부분이다. 사쿠라베 하지메는 아비달마철학 분야의 권위자로 알고 있다. 3부는 '토론'이여서, 더욱 솔솔한 재미를 주고 있다. 구사론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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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시시각각 앗, 이렇게 새로운 과학이! 31
존 그리빈, 메리 그리빈 지음 | 정영문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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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글씨 크고, 그림 있으면 부담도 없고, 머리 속에 이미지도 더 잘 떠오르게 된다. 그 점에서 이 책과 이 책이 속해 있는 시리즈는 독자들을 과학으로 이끌게 만드는 좋은 길이 되어주고 있다.

시간이라는 주제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정말 묘한 구석이 많다. 시간은 눈에 보인다고 할 수도 없고, 손에 잡힌다고 할 수도 없다. 이것이 정말 '있다'고 해야 할지, 인간이 발견했다고, 혹은 발명했다고 해야 할 지 고민이 많이 되는 주제이다. 보통 시간이라면, 시계가 떠오르고, 그 시계 속에서 시침과 분침이 공간을 도는 그런 모습을 상상하게 될 것이다. 공간화하고, 시각화 하지 않으면, 이해하기가 힘든 게 인간의 인식인 것 같다.

이 책은 철저하게 과학의 입장에서 본 시간 같다. 여러 가지 묘한 구석까지 다 설명해 주지는 못 하고 있다. 아무튼 이 책을 읽고, 상대성 이론이나, 빅뱅, 시간 여행 등 익히 들어왔지만, 내용은 낯설었던 것들이 조금은 편하게 다가오게 되었다. 그렇지만, 책에서 언급하는 많은 내용들을 제대로 설명해 주기에는 지면이 너무 적다. (물론, 내용이 너무 길면 지루한 책이 되었을 테니, 이러한 책으로서는 별 도리가 없다.) 따라서, 이 책만 읽고는 어려운 개념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다. 그것이 단점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더 자세한 책, 예전에는 거들떠 보기도 싫었던 어려운 책들에게로 손이 가게 만든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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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인간 그리고 과학
한스 페터 뒤르 외 지음, 여상훈 옮김 / 시유시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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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대해 기대를 품고 산 책이다. 기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제목은 내가 끊임없이 의문을 품는 주제이긴 하나, 책 하나로 쉽게 풀릴만한 문제는 아니리라고 예상했었다. 신학과 과학은 어차피 대화가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을 접고, 대화를 시도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 책에서 신학과 과학이 만나 서로의 타협점을 찾은 것은 아니다. 어쩌면 평행선 같은 관계를 재확인했을 지 모른다. 그렇지만, 더 이상 서로를 무시하고 자신의 자리만 지키려고 하지는 않았다는 게 그 자체로 큰 수확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종교적인 관점을 대변해 줄 학자로 천주교, 기독교 신학자 밖에 없었다는 점이다.같은 종교라 불리지만, 너무나 다른 불교 쪽의 학자도 참여했으면 더 깊이있는 대화가 되었을 것 같다. 본론에서 불교에 대한 언급도 나왔던 것 같지만, 정확한 불교해석이 아닌 것 같아 좀 언짢았던 기억이 난다.

혹은 순수하게 철학만 하는 철학자들이 함께 참여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 과학에 대한 지식이 턱없이 부족하고, 또한 종교에 대해 거부반응만을 가지고 있는 철학자들도 많기 때문이다(그들은 폄하하는 말은 전혀 아니다). 이왕 대화의 마당을 열었다면, 좀 더 다양한 의견이 모아질 수 있도록, 또한 대화에서 다루어지는 내용들에 대해 정확한 지식이 전달될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이도록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뒷부분에 대화에 참여한 사람들의 논문 등을 간단히 요약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대화만 가지고서는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증이나 주장 자체가 잘 전달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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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성자와 보낸 3일
달라이 라마 지음, 제프리 홉킨스 영역, 심재룡 옮김 / 솔출판사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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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종교와 신념이 일체가 된 사람이 전하는 메세지이다. 전달의 방식이 부드럽다. 불교신도가 아니더라도 읽으면 거부감을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번역자가 '~했습니다' 식으로 실제 달라이 라마가 청중을 향해 말하듯이 존댓말로 번역한 것도 좋은 시도이다.

직접적으로도 전달되고 있으나, 책을 읽는 내내 여러 모로 '평화'를 느낄 수 있었다. 진정으로 평화로운 성자의 가르침은 전혀 폭력이 없다. 내가 옳으니 너희도 다 따라야만 한다는 강압이 없다. 조용히 이끌 뿐이다. 예수나 부처나, 모하메트 등 인간 역사상 단연코 성자로 추앙받는 이들도 사실은 그들 시대에 이러한 고매한 인격으로 사람들을 교화했을 것이다. 이러한 성자들이 각자의 종교를 열어보였지만, 역사적으로 종교로 인한 여러 전쟁이 저질러진 걸 생각하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달라이 라마의 친절한 강연과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청중들의 답변에 대한 역시 구체적인 답변으로 구성되어진 책이다. 12연기에 대한 설명은 딱딱한 불교이론서에서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묘사. 삽화도 12연기에 대한 설명으로 더없이 훌륭하다. 불교를 알고 싶지만, 기존의 어려운 불교 용어들로 꽉 찬 책이 부담스러운 사람에게 꼭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부록인 산스크리트어, 한역어, 티베어 색인과 참고문헌 등은 편역자가 얼마나 꼼꼼하고, 성실한 사람인지를 엿볼 수 있게 해 주는 좋은 덧붙임이다. 달라이 라마 스스로가 전하려는 메시지의 뛰어남과 편역자의 학자로서의 능력과 꼼꼼함, 번역자의 정성스러운 번역이 훌륭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완성도 높은 책을 만들고 있다. 불교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사람이나, 불교를 믿는 사람, 불교를 공부하는 사람 모두가 이 책에서 자신이 찾는 것을 얻어갈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그만큼 쉽고 친절하면서도 전문적이고 깊이가 있다. 그리고, 종교를 떠나서도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참 좋은 책이라서 굉장히 많은 서평이 올라와 있을 줄 알았는데, 첫번째 서평을 쓰게 되어 유감이다. 다른 사람들도 많이 읽고 불교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얻거나, 혹은 그냥 마음의 평활르 얻는 데 도움을 얻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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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tsae 2009-07-12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전부터 책장에 있던 책이었는데, 제목이 주는 거부감?에 읽어보지 못했네요... 그러다가 이번에 중고샵에 매물로 내놀려다가 님의 서평을 보고 내용을 한 번 보게되었네요... 소장해야할 가치가 있는 책이네요... 감사~
 
어느 무명 철학자의 유쾌한 행복론
전시륜 지음 / 명상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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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세상에 없는 사람이 쓴 책이다. 물론, 세상에 없는 사람들이 남긴 책들은 참 많겠지만, 이 책은 지은이의 인생 철학을 담고 있기에, 그 인생도 이미 끝났다는 것이 조금은 감상에 젖게 만든다. 사실 뭐 그렇게 대단한 책이라고 볼 수도 없을 것이다. 글재주가 있어서, 문장들이 재치로 넘친다는 것이 장점이긴 하나, 가볍게 책장을 금방 금방 넘길 수 있는 책으로, 줄 쳐가며 읽을 만한 감동이나, 명언들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나도 그냥 재밌게 읽었다. 그렇지만, 택시비를 바가지로 올리는 운전사에게 멈칫 하다가 모른 척 팁까지 넘겨 버리는 지은이의 비정상적임 - 현대 사회는 합리적이여야 한다고 강요하고, 특히 돈에 있어서는 비합리적인 바보짓을 더욱 경멸하지 않는가?- 에 숨통이 트이기도 한다.

인생철학이긴 하나, 행복론이긴 하나, 너무 난 체 하지 않는다는 것, 너무 어렵게 쓰지 않는다는 것, 사실은 이게 이 책의 매력일지도 모른다. 지은이는 어떻게 어떻게 살아야만 한다고 가르치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냥 자신이 살아온 방식을 보여주고, 그것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과정이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은이 전시륜은 용기 있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산 사람이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이든지간에, 자신이 행복이라고 믿는 것을 얻기 위해 산 사람이다. 어찌 보면 드물게 정말로 '자기만의 인생'을 산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그리스인 조르바'라는 책이 생각난다. 바로 이처럼 누구에게 보여지기 위한 삶, 다수의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가치들로 중첩된 삶을 추구하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살아간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성으로 중무장하지 않고, 생명 있는 존재의 희열을 다 느끼고 살다 죽는 게 제대로 된 인생이 아닐까 싶다. 모든 이야기가 다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에 나오는 마지막 장의 정말 활짝 웃는 아내와, 세 아이들과 찍은 젊은 시절의 가족사진이 책 전체보다도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다. 괘씸한 말일지 몰라도, 사실, 아마 지은이가 고인이 아니였다면, 그 사진이 이렇게 많이 마음을 끌지는 않았을 것 같다. 사람은 모두 죽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인생이 의미를 잃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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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2008-01-06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우연히 이 책을 보았는데, 역시 '그리스인 조르바'를 떠올리시는군요..^ ^
제가 읽은 몇권 되지않는 책 중에서 다행히 감상을 공유할 수 있어 반갑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