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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인간 그리고 과학
한스 페터 뒤르 외 지음, 여상훈 옮김 / 시유시 / 2000년 12월
평점 :
품절
제목에 대해 기대를 품고 산 책이다. 기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제목은 내가 끊임없이 의문을 품는 주제이긴 하나, 책 하나로 쉽게 풀릴만한 문제는 아니리라고 예상했었다. 신학과 과학은 어차피 대화가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을 접고, 대화를 시도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 책에서 신학과 과학이 만나 서로의 타협점을 찾은 것은 아니다. 어쩌면 평행선 같은 관계를 재확인했을 지 모른다. 그렇지만, 더 이상 서로를 무시하고 자신의 자리만 지키려고 하지는 않았다는 게 그 자체로 큰 수확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종교적인 관점을 대변해 줄 학자로 천주교, 기독교 신학자 밖에 없었다는 점이다.같은 종교라 불리지만, 너무나 다른 불교 쪽의 학자도 참여했으면 더 깊이있는 대화가 되었을 것 같다. 본론에서 불교에 대한 언급도 나왔던 것 같지만, 정확한 불교해석이 아닌 것 같아 좀 언짢았던 기억이 난다.
혹은 순수하게 철학만 하는 철학자들이 함께 참여했어도 좋았을 것 같다. 과학에 대한 지식이 턱없이 부족하고, 또한 종교에 대해 거부반응만을 가지고 있는 철학자들도 많기 때문이다(그들은 폄하하는 말은 전혀 아니다). 이왕 대화의 마당을 열었다면, 좀 더 다양한 의견이 모아질 수 있도록, 또한 대화에서 다루어지는 내용들에 대해 정확한 지식이 전달될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이도록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뒷부분에 대화에 참여한 사람들의 논문 등을 간단히 요약한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대화만 가지고서는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증이나 주장 자체가 잘 전달되지는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