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로 산다는 것 - 나는 아직도 글쓰기가 힘들다
이상.김동인 외 지음 / 루이앤휴잇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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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로 산다는 것]은 이상, 백석, 김동인, 나도향 등 우리 문학을 빛낸 큰 별 18인의 매우 솔직한 고백이다. 수많은 명작을 탄생시켰고, 그로 인해 수많은 독자에게 영감을 준 주인공들이지만 ‘글을 쓴다는 것’ 앞에서는 그들 역시 한없이 겸손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감자>, <배따라기> 등을 쓴 김동인은 1934년 12월 《신인문학》에 기고한 <나의 문단 생활 20년 회고기>에서 작가로서의 고달픈 삶에 관해서 다음과 같이 고백했다. 문학청년에게 보내는 메시지치고는 매우 직설적이고 서늘하기 그지없다.

“붓으로 밥을 먹고 살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 때문에 나는 문학청년들에게 생활의 토대가 없거든 문인 되기를 바라지 말고 혹시 문인이 되었다고 할지라도 문필로서 밥을 먹고 살아갈 생각은 하지 말라고 부탁하고 싶다.” 

<벙어리 삼룡이>의 작가 나도향 또한 글을 쓴다는 것의 어려움을 ‘죄악’에 비유한 바 있다. 

“아직 수양해야 할 내게 어떤 요구를 하는 이가 있다면 그것만큼 무리한 일이 없을 것이요, 나 자신이 창작가나 문인을 자처한다면 그것만큼 건방진 소리가 없을 것이다. 어떻든 무엇을 쓴다는 것이 죄악 같을 뿐이다.”

<운수 좋은 날>의 작가 현진건은 또 어떤가 그는 1925년 5월 《조선문단》에 기고한 글에서 글을 낳을 때의 고통을 털어놨다.

“낳을 때의 고통이란! 그야말로 뼈가 깎이는 일이요, 살이 내리는 일이다. 그러니 펜을 들고 원고지를 대하기가 무시무시할 지경이다. … (중략) … 뜻대로 그려지지 않는 무딘 붓끝으로 말미암아 지긋지긋한 번민과 고뇌가 뒷덜미를 움켜잡는다. ‘피를 뿜는 듯한 느낌’이란 아마 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책은 이상, 김동인, 나도향, 현진건, 이효석 등 우리 문학사의 큰 별 18명이 처음 책을 접했던 유년 시절의 기억부터 문학청년 시절을 거쳐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걸으면서 겪은 숨겨진 일화 및 동료 문인과의 추억, 자신의 작품과 삶에 관한 솔직한 고백을 담고 있다. 

마치 한 편의 흑백 영화처럼 펼쳐지는 그들의 지난한 삶과 추억은 그들이 글을 쓰면서 느꼈을 절절한 고뇌와 아픔을 전달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이를 통해 그들이 한 편의 작품을 쓰기 위해 얼마나 고민하고 노력했는지 알 수 있는 것은 물론 작가로서 살아가는 일의 힘겨움과 고통에 대해서 공감할 수 있다. 또한, 그런 절차탁마의 과정을 통해 탄생한 작품 및 자신에게 엄했던 그들의 민낯과 마주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근대 우리 문학의 발자취를 되돌아볼 수 있는 작은 문학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붓으로 밥을 먹고 살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 때문에 나는 문학청년들에게 생활의 토대가 없거든 문인 되기를 바라지 말고 혹시 문인이 되었다고 할지라도 문필로서 밥을 먹고 살아갈 생각은 하지 말라고 부탁하고 싶다."
- 김동인, <나의 문단 생활 20년 회고기> 중에서

"아직 수양해야 할 내게 어떤 요구를 하는 이가 있다면 그것만큼 무리한 일이 없을 것이요, 나 자신이 창작가나 문인을 자처한다면 그것만큼 건방진 소리가 없을 것이다. 어떻든 무엇을 쓴다는 것이 죄악 같을 뿐이다."
- 나도향, <쓴다는 것이 죄악 같다> 중에서

"낳을 때의 고통이란! 그야말로 뼈가 깎이는 일이요, 살이 내리는 일이다. 그러니 펜을 들고 원고지를 대하기가 무시무시할 지경이다. … (중략) … 뜻대로 그려지지 않는 무딘 붓끝으로 말미암아 지긋지긋한 번민과 고뇌가 뒷덜미를 움켜잡는다. ‘피를 뿜는 듯한 느낌’이란 아마 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 현진건, <쓸 때의 유쾌함과 낳을 때의 고통>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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