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들은 과연 겨울을 어떻게 그렸을까? 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한 이 책은 문인들의 소소하지만, 따뜻하고 행복했던 겨울에 관한 추억을 담고 있다. 이에 첫눈, 첫사랑, 그리움, 추억, 설렘, 러브레터, 새해, 연하장… 그리고 크리스마스에 관한 문인들의 진한 향수를 자연스레 끄집어낸다. 물론 거기에는 항상 기쁘고 즐거웠던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잊지 못할 사랑에 대한 아련함과 혼자서 감내해야 했던 짙은 고독 역시 숨어 있다.
“눈 오는 날은 마음이 고와집니다. 먼 데 있는 사람이 그리워집니다. 아무라도 껴안고 싶게 다정해지는 눈 오는 날, 퍼붓는 눈 속에 저무는 거리를 혼자서 걸어가는 재미! 아아, 나는 어릴 때부터 얼마나 눈 쏟아지는 북극의 거리를 그리워하며 컸는지 모릅니다.”
- 방정환, <눈 오는 거리> 중에서
"겨울은 외로운 계절이다. 무척 마음을 상하게 하는 밤이 이어진다. 그럴 때 여자를 만나 크리스마스이브 종소리를 들으면 잠들지도 못하고, 그러면서도 고요한 거리…… 반드시 눈이 내려야 하는 거리를 걷는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 박인환, <크리스마스와 여자> 중에서
겨울이 없는 세상은 생각만 해도 퍽 쓸쓸하다. 그 이유는 눈이 내리기 때문이다. 눈은 이 땅 위에 흩어진 모든 보기 싫은 것들, 추한 물건을 하얗게 덮어서 우리의 시야를 아름답게 해줄 뿐만 아니라, 마음속의 어지럽고 미운 것들까지도 곱게 덮어주는 것이니, 실로 눈이 오는 날엔 누구에게나 천사가 되어주고 싶다.
- 노천명, <겨울밤> 중에서
눈이 없다면 겨울은 얼마나 삭막할까. 눈이 있기 때문에 겨울도 다른 시절에 밑지지 않게 아름다운 것이다. 눈송이 날리는 아침과 저녁, 눈 쌓인 상록수, 하얀 거리, 신발 밑에서 빠작빠작 울리는 눈 쌓인 길, 기온이 낮아졌다가 별안간 차가워진 아침, 수림의 휘추리(가늘고 긴 나뭇가지)에 만화(萬華)의 그림을 그려 놓는 수빙(樹氷, 나뭇가지에 응결된 얇은 얼음 층) ─ 이 모든 아름다운 것으로 인해 겨울은 다른 시절에 비해 절대 빠지지 않는 것이다.
- 이효석, <계절의 낙서> 중에서
나는 담요 접던 손으로 찌르르한 가슴을 부둥켜안았다. 그렇게 멍하니 내려앉은 내 마음은, 때(時, 시간)라는 층계를 밟아 멀리멀리 옛적으로 달아났다. 나는 끝없이, 끝없이 달아나는 그 마음을 그대로 놓쳐버리기 너무 아쉬워 그대로 여기에 쓴다.
- 최서해, <담요> 중에서
겨울. 다시 겨울이 왔다. 세상 만물이 잠시 휴식을 취하는 계절, 겨울. 그러나 겨울만큼 낭만적이고 사람 마음을 포근하게 해주는 계절이 또 어디 있으랴. 그 이면에는 ‘눈’이 있다. 그렇다. 겨울은 눈으로서 비로소 완성된다.
이렇듯 흰 눈으로 가득 덮인 세상은 문인들의 창작욕을 한층 더 자극했을 뿐만 아니라 마음을 따뜻하고 포근하게 감싸주었다. 이에 향수 어린 겨울의 낭만과 추억을 전하는 문인들의 이야기에 취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따뜻해져 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