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가면 2 : 동양 신화 까치글방 161
조셉 캠벨 지음, 이진구 옮김 / 까치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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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인간의 생명은 이야기를 들으며 커가는 지도 모른다. 우리 몸에 생명이 잉태되는 순간부터 이땅의 많은 엄마와 아빠들은 희미하게 느낄 수밖에 없는 그 존재에게 자신들이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할머니들은 결코 무섭지 않은 호랑이의 전설들을 이야기해주며, 아름다운 별자리 이야기들과 이룰 수 없는 사랑으로 목석이 되버린 어느 신화속 신의 가슴아픈 사랑 이야기를 들으며 생명은 이제 스스로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는 인간으로 자라난다.

그리고 이제 그 이야기들의 대부분이 그저 지어낸 허구라는 것을 알아버린 어른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그리스나 로마의 신화에 열광하고 또는 그 이야기들이 왜 생겨났는지 배경철학에 좀 더 깊은 관심을 갖게 갖게 되기도 한다.조지프 캠벨은 신화학의 세계적인 권위자이다. 원시신화, 동양신화, 서양신화, 창조신화등의 그의 책들은 이제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신의 가면 두번째 저작인 동양신화는 동양신화가 태동되기 시작하는 시점에서부터 나아가서 인도와 중국, 일본 티벳의 신화 이야기를 들려준다.

캠벨은 동양과 서양의 신화가 근본적으로 뿌리가 갔다고 한다. 마치 한 뿌리에서 뻗어나가는 가지처럼 신화는 하나의 근본에서 변형되서 각각의 고유한 그들만의 신화가 된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왕궁전체가 의식에 따라 산체로 매장되는 수메르의 풍습이나 16세기 인도의 왕이 자신의 몸을 스스로 자르는 행위들은 그들에게 있어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였다.

희생자들의 몸이 거름이 되고 식물이 자라나서 그 식물을 다시 사람들이 먹는식의 죽음과 태어남은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라 서로 통하는 영원회귀의 신화를 가진 그들에게 있어서는 그러한 살해행위는 너무나 정당한 행위인 것이다. 또한 한 인간의 모습을 가진 신이 스스로의 몸에서 분화되어 인간만이 아니라 모든 피조물을 창조했기 때문에 세상의 모든 만물이 신적 실체를 가지고 있다는 인도의 신화는 처음부터 인간과 신이 구별되어 있다는 성서의 주장과는 너무나도 다르다. 성서가 지배하는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세계에서는 특권을 부여받은 공동체가 존재한다. 즉 각각 자신들이 특수한 계시에 의해서 권위를 부여받았다고 생각하며 신의 이름으로 세계를 통일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점이 그들종교에서 성전의 이름으로 세상을 구하려는 역사를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이처럼 사람들의 일반적이고도 객관적인 공통된 생각에서 한가지 뿌리의 신화가 발생됐다 하더라도 그 공통점 못지않게 차이점 또한 크다. 하지만 고유한 민족이나 국가의 신화를 이해할 수 있다면 문화적, 정치적 분쟁이 좀 더 줄어들지 않을까? 한 민족의 정체성이 될 수 있는 신화를 생각하며 요즘처럼 그리스, 로마등 외국 신화에 대한 열기못지않게 우리 고유의 신화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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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전집 1 (양장) - 주홍색 연구 셜록 홈즈 시리즈 1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시드니 파젯 그림 / 황금가지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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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파이프를 물고 있는 무슨 사건이든 해결 못할 게 없는 그야말로 멋진 명탐정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적어도 내 어린 시절 어렴풋하게 생각나는 홈즈는 그랬다. 국내 최초로 완역 출간된다는 요란한 책 선전에 혹해서 시리즈 네권을 덥석 샀다. 까만 바탕에 홈즈 특유의 파이프를 문 모습에 노란 안개띠가 둘러진 표지는 너무나 맘에 들어 책꽂이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뿌듯하게 진열했다.

시리즈 첫 권인 주홍색 연구는 흔히 홈즈의 조수정도로만 알고 있는 와트슨 박사와 홈즈가 처음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물론 와트슨 박사의 회고형식으로.. 아프가니스탄전쟁에 군의관으로 근무하다 제대한 경력의 와트슨과 아직은 아무도 그의 목표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그저 지나친 학구열의 냉혈한으로 취급되는 홈즈와의 이상하고도 운명적인 만남이 이야기된다. 난 개인적으로 이 처음 부분이 다른 어느 내용보다도 마음에 든다.

어린시절 내가 읽었던 책 어디에서도 그들의 첫 대면에 대해 이렇게 구체적이고 현실감 넘치게 묘사한 걸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홈즈의 너무나 의외적인 면들을 볼 수 있다. 어찌보면 건방지다고까지 할 수 있을정도의 지나친 자신감과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조롱섞인 투로 말하는 걸 보면 실망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그의 인간적인 면에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치밀한 사고와 열정적인 연구태도와 아마추어 수준을 뛰어넘는 바이올린 실력등은 그의 결코 평범할 수 없는 걸출함을 알게 한다.

이런 홈즈의 개인적인 매력도 우리를 기쁘게 하지만 역시 추리소설이라는 이 책의 쟝르 또한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한 장 한 장을 읽어내려가며 도대체 범인이 누구일까 와트슨과 함께 추리하는 중간 중간 홈즈의 도움을 받을때는 그의 탁월함에 놀라게 된다. 물론 이건 한낱 지어진 이야기일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 동안에는 책안의 살인사건은 바로 우리 주위의 사건이고 거기에 얽힌 여러 인물들의 사연들 또한 허구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처럼 우리를 사건의 중심으로 빠져들게 하는데는 그 당시의 생생한 삽화들이 한 몫을 한다. 세밀한 펜화로 그려진 와트슨과 비쩍마르고 신경질 적인 모습으로 묘사된 홈즈의 인상들은 우리의 상상을 좀 더 풍요롭게 한다. 홈즈 전집 1권인 ‘주홍색 연구’는 미국 서부시대의 모르몬교도의 역사에 바탕을 둔 사건에 대한 이야기이다.

책의 절반정도에 해당하는 꽤 많은 양이 당시 미국 서부의 상황에 대해 살인자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슬픈 운명의 인물중심으로 서술된다. 어찌보면 이 책은 단지 어떤 사건이 일어나고 명탐점 홈즈가 그의 명성에 맞춰 탁월한 추리로 사건을 해결하는걸로 끝날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진진한 내용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칫 지루해 질수도 있는 위험을 부담하면서도 상당량을 할애하며 당시의 역사적, 사회적인 상황들과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심리를 현실적으로 묘사하는 방식은 단순히 흥미위주나 시간 떼우기 식의 추리소설이 아닌 나름의 깊이를 가진 고품격 추리소설로 만들어 주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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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치의 부리 - 갈라파고스에서 보내온 '생명과 진화에 대한 보고서'
조너던 와이너 지음, 이한음 옮김, 최재천 추천 / 이끌리오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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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일요일마다 가까운 아차산으로 산책이라 할 수 있는 등산을 한다. 얼마쯤 가다보면 정자가 있고 그 주위엔 등산객들이 던져놓은 먹이를 쪼느라 항상 배가 불룩한 비둘기들이 몰려 있다. 늘 그저 지나쳐버리던 그 비둘기들을 어느때부터인가 관심을 가지고 쳐다보게 됐다. 특히나 그것들의 부리를…그건 바로 이 책을 읽고나서부터 생긴 습관이였다.
1859년 다윈의 ‘종의기원’이 출간됐다. 그로부터 백년도 훨씬 더 지났는데도 그의 이론은 이 책에서 여전히 생생하게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다윈은 진화가 오랜 세월에 걸쳐서 서서히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화석을 통해서만이 진화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점 때문에 물리학이나 화학과는 다르게 생물학이 취급되고 있다.

즉 같은 과학이지만 실제 현상으로 관찰할 수 없고 이론위주로 추측해야 하기 때문에 어찌보면 화석의 역사를 연구하는 학문정도로 취급되기도 하는 것이다. 백년이 넘도록 생물학 특히 진화생물학은 으레 그런 학문이라고 치부하던 것을 이 책의 실제 연구자들인 그랜트 교수 부부는 30년간의 한결같은 연구로 눈에 보이는 학문으로 바꾸어놓았다.

진화론의 상징이라고 불리는 다윈의 핀치는 참새와 같은 종류의 새이다. 다윈의 자연선택설이 잉태된 갈라파고스 군도에서 그들은 열세종의 갈라파고스 핀치들을 관찰했다. 새 한마리 한마리를 구별할 수 있는 번호를 부여하며 각 새들의 부리의 길이와 크기를 측정하고 그들이 먹는 씨앗의 종류의 크기, 숫자 또한 30년 내내 관찰하고 분석했다. 그 결과 화석이 아닌 우리 곁에 살아숨쉬는 생물에서 우리가 살아있는 그 짧은(?) 기간동안 생생하게 변화하는 진화의 증거들을 볼 수 있게 됐다. 갈라파고스 군도의 가뭄과 홍수라는 극단적인 환경하에서 핀치의 부리의 1~2mm차이가 생과 사를 결정할 만큼 큰 요인이 됐고 이어 그 차이는 새로운 진화의 방향으로 인도했다.

저자는 그랜트 부부의 연구과정을 면밀히 지켜보며 마치 우리에게 생중계를 하듯이 이야기 한다. 덕분에 우리는 400여페이지의 짧은 한권의 책을 읽으며 백여년 넘게 지루하고 고리타분한 이론으로만 제껴놨던 진화에 대해 흥미진진한 다큐멘타리를 보듯 실감나게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진화론에 대한 학문적인 이야기 이외에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한결같이 30여년 넘게 매달리는 순수한 열정의 사람들의 삶을 볼 수 있어 더욱 뜻깊다. 마치 로빈슨 크루소와 같은 생활에 스스로의 삶을 내던지며 열중하는 사람들의 재미난 탐험이야기를 지켜 볼 수 있는 것이다.

몇 년 전 다윈의 종의 기원을 읽다가 그 지루함에 번역을 탓하며 초반에 읽기를 그만둔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종의 기원에서의 딱딱함이나 생물학등의 학문적 지식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쉽게 읽혀지고 훨씬 더 깊게 와닿는 책이 될 것이다. 아마 이번주 일요일에도 난 산속의 비둘기들의 부리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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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물고기 무지개 물고기
마르쿠스 피스터 지음, 공경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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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살된 조카를 위한 선물을 고르기 위해 그야말로 몇 십년만에 유아용 책들을 살펴봤다.
쉽게 고를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오산이였다. 흐.. 나 어릴 땐 동화책이라곤 정말 옆집, 뒷집, 친구집이나 다 거기서 거기였는데..몇 시간을 꼼꼼하게(?) 고르다가 내게 선택된 책이 이 책이다. 솔직히 내용을 읽기도 전에 난 이 아름다운 물고기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나중에 인터넷 서평들을 보니 나와 같은 경우로 책을 선택한 어른들이 많았다.내용은…반짝이는 비늘을 가진 무지개 물고기가 다른 물고기들에게 자기의 비늘을 한 개씩 나누어주며 나중엔 사이좋게 잘 지낸다는 지극히 아이들에게 교훈이 되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중요한건 서너살의 어린아이들에겐 그 내용의 교훈성보다는 시각적인 내용이 더 우선된다는 점이다. 이 책을 보면 정말로 물고기들이 헤엄치며 문어가 말을 하는 듯 하다. 그리고 읽는 도중 유치하게도 난 무지개 물고기의 비늘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나중엔 부모와 함께 색종이로 무지개 물고기를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책 내용을 나름대로 각색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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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1 (양장) - 제1부 개미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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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때였던 것 같다.. 이 책의 저자가 그랬던 것처럼 또한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그랬다. 그때보다 더 어린시절엔 그저 이리저리 바쁘게 돌아다니는 그것들을 못살게 구는 재미밖에 못 느꼈었는데 시간이 좀 지난 중학교시절 무렵엔 한창 사춘기여서였는지 나름대로 철학적인 생각을 했다.

개미들 입장에서 보면 우리 인간들은 어찌보면 신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더운 입김을 불어대고 있으면 때아닌 여름이 될테고 물뿌리개로 물을 뿌리면 맑은 하늘에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할테고 손가락으로 지그시 눌르면 ‘인명은 제천이다’라는 비슷한 개미 속담을 옆에 있던 개미가 되뇌이게 되지 않을까?

정말이지 그럴 것 같았다. 그리고 역시 같은 방식으로 우리의 신들(?)이 이 우주안에 존재하는 건 아닐까? 책을 읽으며 인간도 다른 동물들처럼 사고방식이 그 종의 테두리 안에서 어쩔수 없이 보편적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르베르도 나와 비슷한 한 생각을 한 것을 보면…

그와 나의 차이는 그는 거기서 세계적인 이야기를 만들었고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순간의 생각으로 지나쳐버렸다는 데 있다. 그건 이 책의 103683호와 다른 개미들과의 차이처럼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저자는 열여섯살에 시작해서 12년에 걸쳐 150여번을 고쳐쓰며 이 책을 완성했다고 한다. 이 책의 방대함과 치밀함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내용은 세가지 플롯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히 천재적이라 할 수 있는 개미에 대한 연구를 하다 죽은 에드몽 웰즈의 저서인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 그 하나이며, 에드몽의 유산인 집의 의문의 지하사원에 갇힌 그의 조카와 경찰들의 지하세계 삶과 의문의 연속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지상의 인간들의 이야기가 그 두번째이다.

마지막은 개미 103683호와 56호 및 클리푸니 여왕개미의 벨로캉 제국 및 여러 곤충들의 이야기이다. 세가지 플롯들이 동아줄을 엮듯이 끊임없이 순환되며 다음장과 다음 사건에 대한 호기심과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벨로캉의 일부개미들은 인간을 ‘손가락들’이라 부르며 신으로 생각하며 섬긴다. 그들 사회에 최초로 종교의 개념이 생겨난 것이다. 한편 지하세계에 본의 아니게 갇힌 사람들은 그들만의 새로운 살아가는 방식을 택하는데 마치 개미의 삶과 비슷한 인간을 초월한 다른 차원의 삶과 같다. 이처럼 개미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 그리고 개미의 세계안에서 틈틈히 보이는 인간들의 생활방식과 반대로 인간세계에서의 개미의 방식들이 서로 연계되며 펼쳐진다. 그것은 어쩌면 인간과 개미의 의사소통 혹은 눈높이를 맞춘 관심과 배려를 원했던 저자의 바람때문이 아니였을까?

이 책은 우리들이 무심코 지나쳐 버리고 있는 거미나 개미, 풍뎅이 , 하루살이, 빈대등의 작고 하잘것(?) 없는 곤충들의 생생하고도 과학적인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해준다.
하지만 벨로캉 개미제국의 생생한 묘사에도 불구하고 인간사회에서의 종교가 파생되는 과정과 그에 따른 정치적 분쟁과 권력투쟁등의 문제를 거의 그대로 적용시키는데에는 거부감이 생긴다.

단지 인간에서 개미로 그 적용 개체만 바뀌었을 뿐 또 다른 인간세계를 보는 듯 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이것 역시 저자 자신이 인간일 수 밖에 없기에 생길 수 있는 한계점인 듯 하다. 아무리 개미나 곤충의 습성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해도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의 눈으로 그것들을 관찰하고 인간의 머리로 생각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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