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 - 21세기를 지배하는 네트워크 과학
알버트 라즐로 바라바시 지음, 강병남 외 옮김 / 동아시아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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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인가 TV의 한 연예 오락 프로그램에서 무작위로 선택된 한 사람과 모 연예인이 몇 단계 만에 서로 알 수 있는가를 추적한 적이 있었다. 놀랍게도 여섯번인지 일곱번 만에 두 사람은 서로 연관된 관계가 되었다. 그때만 해도 단지 기발한 아이디어를 소재로 했구나 싶었는데 그게 엄연히 과학의 한 방면으로 연구되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알지 못했었다.20세기 후반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으로 연구되어 지고 있는 각종 네트워크를 연구하는 일명 복잡성의 과학이라고 하는 이 생소한 용어조차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접하게 됐다.

할리웃의 영화배우들 간의 네트워크, 월드와이드웹, 과학자들 간의 공동저자 네트워크, 논문의 인용관계를 통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비롯하여 30억 년 전부터 생겨난 생명체의 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네트워크의 구조적 특징을 분석한 결과, 수백만 구성원들이 서로 간의 이해관계를 통하여 만들어내는 거시적 척도 없는 네트워크라는 결과를 도출시켰다.

에르되스-레니의 무작위 네트워크에서는 대부분의 평등한 노드들이 같은 수의 링크를 갖고 있고 그것보다 크거나 작은 링크를 갖는 노드는 매우 희귀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무작위 네트워크는 노드의 연결 정도 측면에서 평균적 노드와 분포의 정점으로 구체화되는 고유한 척도를 갖고 있다.이러한 무작위 네트워크는 고속도로와 같은 일반적으로 덜 복잡한 네트워크에 적용되는 이론이다.

대조적으로 척도 없는 네트워크는 정점이 없기 때문에 전체를 특징짓는 노드 같은 것은 없고, 희소한 노드에서부터 많은 작은 노드들에 이르기까지의 연속적인 위계가 있을 뿐이다.척도 없는 네트워크의 한 특징은 특이하게 많은 수의 링크를 갖고 있는 노드인 허브와 모든 계층을 막론하고 친구나 아는 사람을 만드는 데에 있어서 극히 예외적인 솜씨를 가진 소수의 사람들과 같은 존재인 커넥터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에르되스-레니의 평등주의적 모델에서는 이러한 허브가 극히 희귀해야 하기 때문에 특정 노드가 평균적 노드에 비해 훨씬 많은 수의 링크를 갖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또한 척도없는 네트워크 이론은 대부분의 네트워크에 존재하는 치열한 경쟁상황과 후발주자의 선두 진입 가능성을 설명하기위해서 각 노드들의 불평등성을 인정하며, 보즈-아인슈타인 응축과 같은 과학이론을 도입하여 컴퓨터 운영체제 시장에서 86%를 점유하고 있는 마이크로 소프트의 독식을 매끄럽게 설명해주고 있다.

기업 이윤의 80%는 종업원 중 20%로부터 나오며, 범죄의 80%는 범죄자 중 20%에 의해 저질러지며, 세계 경제의 부의 80%는 단지 20%의 사람들 차지라는 등의 80/20의 법칙과 부익부 빈익빈 현상까지 모두 설명해 주는 척도 없는 네트워크 이론은 가히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말이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원하는,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고 비슷하게 행복해 질 수 있는 사회 구조는 한낱 고속도로 지도와 같은 단순한 네트워에나 적합하다고 한다. 자연계의 좀더 복잡하고 지능적인 네트워크는 거의 모두 척도없는 네트워크 이론을 따른다. 극소수의 선택받은 이들이 경제적 부와 기회를 차지하는 불평등하고 모순된 사회구조가 결국은 신이 선택한 세계의 모습이였다고 20세기의 문명화된 과학자들은 주눅들만큼 완벽한 이론으로 주장한다. 복잡성의 과학은 불특정 다수의 평등한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을 자연과 신의 섭리에 반항하는 부질없는 짓이라며 비웃을 과학적 근거를 마련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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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와 칼 - 일본 문화의 틀
루스 베네딕트 지음, 김윤식 외 옮김 / 을유문화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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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세대인 나는 고리타분하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아직도 뿌리깊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물론 좋지 않은 선입견이다. 외국어공부를 할 때도 일본어는 일찌감치 제껴뒀고 일본인 작가들의 책도 거의 읽지 않았다. 적을 알아야 이길 수 있다는 옛말이 있긴 하지만 난 아예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만큼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던 듯 하다. 그런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건 사실 거창한 무슨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다. 단지 친구가 읽고 있었던 터라 사보기는 아깝고 해서 그냥 빌린 거였다.
특히 제목을 익히 들은 적이 있어서 아무래도 일본 문화에 관한 책 한 권은 읽어두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을 했다.

저자는 미 국무부의 의뢰를 받아 1944년부터 2년간의 자료수집과 연구의 결과로 나온 일본 문화 연구서로 현재까지 일본 문화의 고전으로 꼽힌다.
제목에서처럼 국화와 칼로 상징되는 극단적 형태의 일본인의 이중성을 꼬집어 말하고 있다. 국화를 사랑하는 예의바르고 겸손한 내면에는 전쟁을 숭상하는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일본인의 특성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하지만 읽는 동안 종종 억지스럽고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많았다. 여러 자료와 연구의 결과라고는 하지만 지극히 서양인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바라본 분석이라는 한계는 어쩔 수 없는 듯하다. 게다가 천황이나 일본 문화의 저변에 깔린 백제 문화의 의미를 알고 있는 입장에서라면 그 거북함은 더해 질 수 밖없다. 적어도 한 국가의 문화를 논하려면 그 나라에 가서 직접 생활하면서 몸으로 체험해 봐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책이 일본 문화 연구서의 고전으로 오랫동안 자리매김 할 수 있었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만큼 일본이나 동양 문화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서가 없었다는 말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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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 - 하서명작선 69 하서명작선 100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 하서출판사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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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나 ‘악령’에 비해 ‘가난한 사람들’은 대체로 쉽게 읽히는 책이다. 카라마조프의 형제와 악령이 그 분량이나 심오하고 철학적인 인간본성에 대한 무거운 주제탓에 큰 맘 먹고 인내하며 읽어내려가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우아하거나 혹은 운명적인 짜릿한 러브 스토리와는 거리가 멀다. 거의 매일 주고 받는 편지로만 이야기가 이어지고 그 내용 또한 너무나 일상적이고 관조적이라서 강한 흥미를 유발시키지는 않는다.

특히나 책의 제목이 사랑에 관련된 것이 아닌 단지 가난한 사람들인 것처럼 사랑보다는 오히려 그들의 가난하고 구차한 일상에 대한 내용이 더 많다. 지지리도 궁상스러운 사랑을 그것도 정신적인 사랑을 하는 바르바라와 마카르의 삶은 그야말로 청승 그 자체로 보일 수도 있다. 마카르가 묵고 있는 싼 하숙집의 가난한 이웃들에 이야기는 어쩌지 못하는 가난 때문에 비굴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에 대한 슬픈 인생들을 보여준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세상에서 버림받은 이 사람들의 희망없는 삶을 지극히 일상적이고 객관적으로 이야기한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가난이 처음에는 충격적으로 와 닿지 않는다. 하지만 편지가 한 통 한 통 쌓이면서 가난 특유의 침울하고 의기소침한 분위기 속으로 침잠해 가게 된다. 그리고 서서히 죄어오는 아픔…

가난한 사람들의 사랑이야기는 어쩌면 너무나 통속적인 소재일 수도 있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은 것이 가난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세계의 이방인이다. 세상에서 버림받고 손가락질 받으며 하도 업신여김을 당해서 스스로 비굴해질 수 밖에 없는 초라한 이방인이다. 희망없는 삶을 살지만 그래도 사랑하기 때문에 살아갈 힘이 솟아난다고 하면 역시 웃음거리 사는 일일까? 하지만 마카르에겐 그랬다. 가여운 고아 소녀인 바르바라를 늙은 하급 관리인 마카르는 헌신적으로 사랑했고 그녀의 사랑만이 그를 지독한 가난속에서도 버티게 하는 유일한 힘이자 희망이었다.그런데 가난한 사람에겐 사랑도 사치이다. 사랑도 돈이 있어야 된다는 사고방식은 너무나 속물적이지만 그게 가난하지 않은 대다수 사람들이 선택한 사랑하는 방식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겐 사랑도 비껴갈 수 밖에 없는 운명인 것이다.

그들은 세상의 따스하고 달콤한 곳에는 절대 끼지 못할 운명이기 때문에 그 한가운데에 있는 사랑에는 역시 얼씬거리지 않는 것이 자기 분수를 잘 아는 것이다. 경제적인 여건 때문에 원치 않는 결혼을 하며 이것이 마지막 편지라고 할 수 밖에 없었던 바르바라는 과연 행복해 질 수 있었을까? 도스토예프스키는 가난하고 학대받는 인간들에 대한 애정과 강한 연민을 가지고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떠나지 말라고 울부짖으며 마지막 편지를 쓰는 마카르의 비극적인 통곡은 작가의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역설적인 사랑표현 방식인가 보다. 사랑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하지 않는 나는 그렇다면 세상의 행운아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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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를 위한 세계 SF 걸작선
아이작 아시모프 외 지음, 정영목, 홍인기 옮겨 엮음 / 도솔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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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SF소설의 불모지라고들 한다. 사실 나 자신도 SF소설을 읽기 시작한 지가 채 2년이 되지 않은 터라 그말이 맞는지 틀리는지 확실히 알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전이라고 불리우는 SF걸작들의 많은 수가 절판된 걸 보면 아예 틀린 소리는 아닌 것 같다. 다행히도 ‘드래곤 라자’나 ‘반지전쟁’등의 환타지 소설의 출간 붐에 힘입어 SF소설도 요즘에는 유행처럼 많이 나오는 것 같다.

마니아를 위한 SF걸작선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나같은 마니아가 아닌 SF소설에 처음 다가가는 사람에게도 무척 흥미로운 책인 것 같다. 일단 아시모프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로 알게된 필립 K 딕, 그리고 코니 윌리스 같은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의 한꺼번에 볼 수 있는 편리함으로 재미가 배가된다. 역자는 후기에 SF소설과 과학소설의 차이를 말했는데 솔직히 난 잘 모르겠다. 난 그저 재미있어서 책을 읽는 것 뿐이니깐..

인문학이나, 과학, 철학분야의 도서가 특징이 확연히 다른 것처럼 소설에도 추리소설, 애정소설, 역사소설등 나름대로의 개성이 있다. 특히 SF소설류를 좋아하는 많은 이들처럼 다른 쟝르에선 따라올 수 없는 상상력 가득한 내용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 생각할 수도 없었던 기발한 상상력으로 한 순간에 우리를 잡아 끌 수 있는 매력은 SF소설만이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SF소설은 씌여진 당시보다 미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과거의 씌여진 작품들은 더 이상 흥미로울 수 없는 진부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SF의 고전들에 여전히 빠져들 수 있는 이유는 단지 그들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과학이 발달된 미래의 놀라운 세상에 대한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SF소설이 지향하는 것은 인간본성과 깊숙한 심리인 것이다. 과거나 미래의 기발한 허상의 세계상을 빌어서 현재 우리의 내면의 모습을 날카롭게 꼬집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숨겨진 본능이나 심리를 철학적이고 심오하게 얘기하려 했다면 우리는 몇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책을 덮었을 게 분명하다. (물론 안 그럴 사람도 종종 있겠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SF소설의 매력은 이것이다. 우리가 미처 깨닫기도 전에, 단지 재미있고 흥미 만점인 미래 사회 이야기에 정신 없이 빠져들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나와 우리의 내면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거기다 덤으로 상상력이 풍부해지니 일석이조인 책읽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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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가 무슨 말을 필립 K. 딕의 SF걸작선 2
필립 K. 딕 지음, 유영일 옮김 / 집사재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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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도통 맘에 안 들 때, 전쟁인 났으면 하는 자포자기 생각을 하게 될 때…이럴 때 사람들은 종종 환상을 꿈꾼다. 지금과는 조금 다른 세상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안의 이 세계의 보이지 않는 틈속에 다른 차원의 세상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망상같은 희망을 품기도 한다. 일상이 무료하고 지겨워 미칠 지경이라면 책을 읽으면 어떨까? 그것도 SF나 환타지 소설로.

물론 필립 K. 딕의 세상은 기발하긴 하지만 대부분 어둡고 두렵다.인간과 기계를 구별하기 조차 힘드는 미래에서 알아채지도 못한 찰나에 기계에 지배를 받게 될 상황에 처하는 ‘두번째 변종’이나 인간의 탐욕앞에 희망이란 찾아볼 수도 없는 암울한 미래를 얘기하는 ‘매혹적인 시장’. 하지만 한 어린 아이의 진심어린 마음으로 지구를 외계인의 침공으로부터 지킨다는 작은 에피소드가 토탈리콜의 원작속에 들어 있는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는 그래도 유쾌한 편이다.

어쨌든 필립 K.딕이 책을 읽노라면 그래도 지금 이 세상이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든다.
미래사회가 정말 그가 말한대로 어둡다 하더라도 그때까지 우리가 살아 있을 가망성은 없으니깐.. 우리 세계엔 ‘죽은자가 무슨 말을’에 나오는 반생명 상태를 유지할 과학이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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