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전집 4 (양장) - 공포의 계곡 셜록 홈즈 시리즈 4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삽화에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그 유명한 입에 파이프를 문 채 암호문을 읽고 있는 홈즈의 삽화가 있다. 그 외 다른 삽화들 역시 모두 훌륭하다. 특히 중반부의 더글라스와 범인의 몸싸움을 묘사하는 삽화는 그 긴박함과 사실감이 정지된 그림같지 않고 이내 계속 다음 동작을 취할 거 같은 느낌을 줄 정도이다. 홈즈 전집을 읽으면서 가장 큰 기쁨은 이런 삽화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각 권마다 다른 작가들의 삽화들은 나름대로의 독특한 분위기를 나타내어 보는 이로 하여금 삽화들만을 비교해서 볼 수 있는 재미를 더해 준다.

추리소설 내의 삽화들은 다른 쟝르의 삽화들보다 한층 중요한 것 같다. 인물들의 세밀한 심리묘사나 절박하고 능동적인 움직임들을 묘사하는 글에 그 활기를 더해줘서 우리 머리속에 한편의 필름이 계속해서 돌아가게 해 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친선과 사회 봉사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사회 단체인 스카우러단의 광산일대의 한 지부의 비뚤어진 행태들을 배경으로 한다.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살인과 폭력을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는 단체와 비밀업무를 갖고 그 안으로 뛰어든 한 남자의 사연이 이야기된다. 특히 홈즈의 숙적인 천재 수학자 모리어티 교수가 드디어 등장한다. 마치 악의 화신인 듯한 신비한 분위기만 언급된 모리어티 교수와 앞으로 홈즈의 대결이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쌍브르 - 1,2권 합본 (양장) 비앤비 유럽만화 컬렉션 3
발락 지음, 이슬레르 그림, 이재형 옮김 / 비앤비(B&B) / 2000년 9월
평점 :
절판


사실 나는 만화를 즐겨보지 않는다. 특히 책으로 된 만화는 거의 안 보는 편이다. 하지만 이 책은 만화라기 보다는 매페이지가 충분히 하나의 예술작품을 보는 듯 했다. 책장 가득채운 어둡고 침울한 갈색과 회색톤의 그림들과 그래서 더욱 눈길을 강하게 끄는 타는 듯이 붉은 색들은 굳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읽지 않아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붉은색은 정열을 나타내기도 하고 살인과 잔인함, 광폭함을 표현하기도 한다. 또한 피의 색 그 자체이기 때문에 그것은 생명과 죽음을 동시에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붉은 색 눈의 쥴리는 광기어린 사랑을 하고, 죽음같은 사랑을 한다. 창녀의 딸인 쥴리와 지방 귀족인 내성적이고 연약한 붉은 머리의 쌍브르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는 19세기 프랑스의 어지러운 시대와 맞물려 그 비극성을 더한다.

자신의 눈을 파내며 자살을 하는 쌍브르의 아버지와 아버지의 유작인 눈의 색깔에 관한 이론과 쌍브르에게 집착하는 쌍브르의 누나와 남편의 장례식날 다른 남자와 정을 통하는 쌍브르의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의 관위에서 사랑을 나누는 쌍브르와 쥴리.. 굴절된 가족사와 함께 쌍브르의 아버지와 쥴리의 어머니 사이의 관계에 대한 숨겨진 진실등은 당혹스럽고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삶을 함께 하기를 원했던 쌍브르에게 죽음을 함께 하자 했던 쥴리지만 결국 그들은 죽음을 함께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쌍브르가 죽는 순간 쥴리의 삶도 더 이상 삶이 아니지 않았을 것이다. 사춘기 시절 사랑이란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여야만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로미로와 쥴리엣의 비극적 죽음을 동경했었고 이룰 수 없는 사랑에 아파하던 베르테르의 슬픔에 진정으로 동감하며 아파했었다. 하지만 이제 서른 중반이 되어가는 대부분의 우리는 ‘사랑도 순간이다. 배고프면 사랑도 식는다’며 사랑보다는 조건을 택하며 결혼을 하는 것을 부담스럽지 않게 바라보게 되었다. 또한 세월이 약이다며 첫사랑이 잊혀질때쯤 다른 사랑을 하고 그 사랑이 채 식기도 전에 사랑인지 호감인지 모를 교감을 느끼며 일생을 같이 하게 되기도 한다.

죽음까지 함께 할 만한 사랑이란 책이나 영화에서나 나오는 현실을 모르는 이야기일 뿐이라고 코웃음 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엔 뜨끔뜨끔한 몽우리가 잡힐 듯 했다. 어쩌면 이 책의 한 구절처럼 인생의 최선의 해결책으로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더 이상 배신하지 않고,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길을 택했던 걸까?

자신의 죽음을 한 여자에게 바치기로 한 맹세 때문에 자신의 목숨은 자신의 것이 아닌 것으로 생각했던 쌍브르에 비하면 오로지 내 삶과 죽음이 내 것인 나의 삶은 진정 행복하고 다행스런 것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의 가면 2 : 동양 신화 까치글방 161
조셉 캠벨 지음, 이진구 옮김 / 까치 / 199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쩌면 인간의 생명은 이야기를 들으며 커가는 지도 모른다. 우리 몸에 생명이 잉태되는 순간부터 이땅의 많은 엄마와 아빠들은 희미하게 느낄 수밖에 없는 그 존재에게 자신들이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할머니들은 결코 무섭지 않은 호랑이의 전설들을 이야기해주며, 아름다운 별자리 이야기들과 이룰 수 없는 사랑으로 목석이 되버린 어느 신화속 신의 가슴아픈 사랑 이야기를 들으며 생명은 이제 스스로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는 인간으로 자라난다.

그리고 이제 그 이야기들의 대부분이 그저 지어낸 허구라는 것을 알아버린 어른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그리스나 로마의 신화에 열광하고 또는 그 이야기들이 왜 생겨났는지 배경철학에 좀 더 깊은 관심을 갖게 갖게 되기도 한다.조지프 캠벨은 신화학의 세계적인 권위자이다. 원시신화, 동양신화, 서양신화, 창조신화등의 그의 책들은 이제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신의 가면 두번째 저작인 동양신화는 동양신화가 태동되기 시작하는 시점에서부터 나아가서 인도와 중국, 일본 티벳의 신화 이야기를 들려준다.

캠벨은 동양과 서양의 신화가 근본적으로 뿌리가 갔다고 한다. 마치 한 뿌리에서 뻗어나가는 가지처럼 신화는 하나의 근본에서 변형되서 각각의 고유한 그들만의 신화가 된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왕궁전체가 의식에 따라 산체로 매장되는 수메르의 풍습이나 16세기 인도의 왕이 자신의 몸을 스스로 자르는 행위들은 그들에게 있어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였다.

희생자들의 몸이 거름이 되고 식물이 자라나서 그 식물을 다시 사람들이 먹는식의 죽음과 태어남은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라 서로 통하는 영원회귀의 신화를 가진 그들에게 있어서는 그러한 살해행위는 너무나 정당한 행위인 것이다. 또한 한 인간의 모습을 가진 신이 스스로의 몸에서 분화되어 인간만이 아니라 모든 피조물을 창조했기 때문에 세상의 모든 만물이 신적 실체를 가지고 있다는 인도의 신화는 처음부터 인간과 신이 구별되어 있다는 성서의 주장과는 너무나도 다르다. 성서가 지배하는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세계에서는 특권을 부여받은 공동체가 존재한다. 즉 각각 자신들이 특수한 계시에 의해서 권위를 부여받았다고 생각하며 신의 이름으로 세계를 통일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점이 그들종교에서 성전의 이름으로 세상을 구하려는 역사를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이처럼 사람들의 일반적이고도 객관적인 공통된 생각에서 한가지 뿌리의 신화가 발생됐다 하더라도 그 공통점 못지않게 차이점 또한 크다. 하지만 고유한 민족이나 국가의 신화를 이해할 수 있다면 문화적, 정치적 분쟁이 좀 더 줄어들지 않을까? 한 민족의 정체성이 될 수 있는 신화를 생각하며 요즘처럼 그리스, 로마등 외국 신화에 대한 열기못지않게 우리 고유의 신화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셜록 홈즈 전집 1 (양장) - 주홍색 연구 셜록 홈즈 시리즈 1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시드니 파젯 그림 / 황금가지 / 200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늘 파이프를 물고 있는 무슨 사건이든 해결 못할 게 없는 그야말로 멋진 명탐정으로 기억되고 있었다. 적어도 내 어린 시절 어렴풋하게 생각나는 홈즈는 그랬다. 국내 최초로 완역 출간된다는 요란한 책 선전에 혹해서 시리즈 네권을 덥석 샀다. 까만 바탕에 홈즈 특유의 파이프를 문 모습에 노란 안개띠가 둘러진 표지는 너무나 맘에 들어 책꽂이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뿌듯하게 진열했다.

시리즈 첫 권인 주홍색 연구는 흔히 홈즈의 조수정도로만 알고 있는 와트슨 박사와 홈즈가 처음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물론 와트슨 박사의 회고형식으로.. 아프가니스탄전쟁에 군의관으로 근무하다 제대한 경력의 와트슨과 아직은 아무도 그의 목표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그저 지나친 학구열의 냉혈한으로 취급되는 홈즈와의 이상하고도 운명적인 만남이 이야기된다. 난 개인적으로 이 처음 부분이 다른 어느 내용보다도 마음에 든다.

어린시절 내가 읽었던 책 어디에서도 그들의 첫 대면에 대해 이렇게 구체적이고 현실감 넘치게 묘사한 걸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홈즈의 너무나 의외적인 면들을 볼 수 있다. 어찌보면 건방지다고까지 할 수 있을정도의 지나친 자신감과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조롱섞인 투로 말하는 걸 보면 실망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그의 인간적인 면에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치밀한 사고와 열정적인 연구태도와 아마추어 수준을 뛰어넘는 바이올린 실력등은 그의 결코 평범할 수 없는 걸출함을 알게 한다.

이런 홈즈의 개인적인 매력도 우리를 기쁘게 하지만 역시 추리소설이라는 이 책의 쟝르 또한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한 장 한 장을 읽어내려가며 도대체 범인이 누구일까 와트슨과 함께 추리하는 중간 중간 홈즈의 도움을 받을때는 그의 탁월함에 놀라게 된다. 물론 이건 한낱 지어진 이야기일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 동안에는 책안의 살인사건은 바로 우리 주위의 사건이고 거기에 얽힌 여러 인물들의 사연들 또한 허구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처럼 우리를 사건의 중심으로 빠져들게 하는데는 그 당시의 생생한 삽화들이 한 몫을 한다. 세밀한 펜화로 그려진 와트슨과 비쩍마르고 신경질 적인 모습으로 묘사된 홈즈의 인상들은 우리의 상상을 좀 더 풍요롭게 한다. 홈즈 전집 1권인 ‘주홍색 연구’는 미국 서부시대의 모르몬교도의 역사에 바탕을 둔 사건에 대한 이야기이다.

책의 절반정도에 해당하는 꽤 많은 양이 당시 미국 서부의 상황에 대해 살인자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슬픈 운명의 인물중심으로 서술된다. 어찌보면 이 책은 단지 어떤 사건이 일어나고 명탐점 홈즈가 그의 명성에 맞춰 탁월한 추리로 사건을 해결하는걸로 끝날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진진한 내용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칫 지루해 질수도 있는 위험을 부담하면서도 상당량을 할애하며 당시의 역사적, 사회적인 상황들과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심리를 현실적으로 묘사하는 방식은 단순히 흥미위주나 시간 떼우기 식의 추리소설이 아닌 나름의 깊이를 가진 고품격 추리소설로 만들어 주는 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핀치의 부리 - 갈라파고스에서 보내온 '생명과 진화에 대한 보고서'
조너던 와이너 지음, 이한음 옮김, 최재천 추천 / 이끌리오 / 200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매주 일요일마다 가까운 아차산으로 산책이라 할 수 있는 등산을 한다. 얼마쯤 가다보면 정자가 있고 그 주위엔 등산객들이 던져놓은 먹이를 쪼느라 항상 배가 불룩한 비둘기들이 몰려 있다. 늘 그저 지나쳐버리던 그 비둘기들을 어느때부터인가 관심을 가지고 쳐다보게 됐다. 특히나 그것들의 부리를…그건 바로 이 책을 읽고나서부터 생긴 습관이였다.
1859년 다윈의 ‘종의기원’이 출간됐다. 그로부터 백년도 훨씬 더 지났는데도 그의 이론은 이 책에서 여전히 생생하게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다윈은 진화가 오랜 세월에 걸쳐서 서서히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화석을 통해서만이 진화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점 때문에 물리학이나 화학과는 다르게 생물학이 취급되고 있다.

즉 같은 과학이지만 실제 현상으로 관찰할 수 없고 이론위주로 추측해야 하기 때문에 어찌보면 화석의 역사를 연구하는 학문정도로 취급되기도 하는 것이다. 백년이 넘도록 생물학 특히 진화생물학은 으레 그런 학문이라고 치부하던 것을 이 책의 실제 연구자들인 그랜트 교수 부부는 30년간의 한결같은 연구로 눈에 보이는 학문으로 바꾸어놓았다.

진화론의 상징이라고 불리는 다윈의 핀치는 참새와 같은 종류의 새이다. 다윈의 자연선택설이 잉태된 갈라파고스 군도에서 그들은 열세종의 갈라파고스 핀치들을 관찰했다. 새 한마리 한마리를 구별할 수 있는 번호를 부여하며 각 새들의 부리의 길이와 크기를 측정하고 그들이 먹는 씨앗의 종류의 크기, 숫자 또한 30년 내내 관찰하고 분석했다. 그 결과 화석이 아닌 우리 곁에 살아숨쉬는 생물에서 우리가 살아있는 그 짧은(?) 기간동안 생생하게 변화하는 진화의 증거들을 볼 수 있게 됐다. 갈라파고스 군도의 가뭄과 홍수라는 극단적인 환경하에서 핀치의 부리의 1~2mm차이가 생과 사를 결정할 만큼 큰 요인이 됐고 이어 그 차이는 새로운 진화의 방향으로 인도했다.

저자는 그랜트 부부의 연구과정을 면밀히 지켜보며 마치 우리에게 생중계를 하듯이 이야기 한다. 덕분에 우리는 400여페이지의 짧은 한권의 책을 읽으며 백여년 넘게 지루하고 고리타분한 이론으로만 제껴놨던 진화에 대해 흥미진진한 다큐멘타리를 보듯 실감나게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진화론에 대한 학문적인 이야기 이외에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한결같이 30여년 넘게 매달리는 순수한 열정의 사람들의 삶을 볼 수 있어 더욱 뜻깊다. 마치 로빈슨 크루소와 같은 생활에 스스로의 삶을 내던지며 열중하는 사람들의 재미난 탐험이야기를 지켜 볼 수 있는 것이다.

몇 년 전 다윈의 종의 기원을 읽다가 그 지루함에 번역을 탓하며 초반에 읽기를 그만둔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종의 기원에서의 딱딱함이나 생물학등의 학문적 지식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쉽게 읽혀지고 훨씬 더 깊게 와닿는 책이 될 것이다. 아마 이번주 일요일에도 난 산속의 비둘기들의 부리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을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