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를 위한 세계 SF 걸작선
아이작 아시모프 외 지음, 정영목, 홍인기 옮겨 엮음 / 도솔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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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SF소설의 불모지라고들 한다. 사실 나 자신도 SF소설을 읽기 시작한 지가 채 2년이 되지 않은 터라 그말이 맞는지 틀리는지 확실히 알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전이라고 불리우는 SF걸작들의 많은 수가 절판된 걸 보면 아예 틀린 소리는 아닌 것 같다. 다행히도 ‘드래곤 라자’나 ‘반지전쟁’등의 환타지 소설의 출간 붐에 힘입어 SF소설도 요즘에는 유행처럼 많이 나오는 것 같다.

마니아를 위한 SF걸작선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나같은 마니아가 아닌 SF소설에 처음 다가가는 사람에게도 무척 흥미로운 책인 것 같다. 일단 아시모프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로 알게된 필립 K 딕, 그리고 코니 윌리스 같은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의 한꺼번에 볼 수 있는 편리함으로 재미가 배가된다. 역자는 후기에 SF소설과 과학소설의 차이를 말했는데 솔직히 난 잘 모르겠다. 난 그저 재미있어서 책을 읽는 것 뿐이니깐..

인문학이나, 과학, 철학분야의 도서가 특징이 확연히 다른 것처럼 소설에도 추리소설, 애정소설, 역사소설등 나름대로의 개성이 있다. 특히 SF소설류를 좋아하는 많은 이들처럼 다른 쟝르에선 따라올 수 없는 상상력 가득한 내용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 생각할 수도 없었던 기발한 상상력으로 한 순간에 우리를 잡아 끌 수 있는 매력은 SF소설만이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SF소설은 씌여진 당시보다 미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과거의 씌여진 작품들은 더 이상 흥미로울 수 없는 진부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SF의 고전들에 여전히 빠져들 수 있는 이유는 단지 그들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과학이 발달된 미래의 놀라운 세상에 대한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SF소설이 지향하는 것은 인간본성과 깊숙한 심리인 것이다. 과거나 미래의 기발한 허상의 세계상을 빌어서 현재 우리의 내면의 모습을 날카롭게 꼬집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숨겨진 본능이나 심리를 철학적이고 심오하게 얘기하려 했다면 우리는 몇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책을 덮었을 게 분명하다. (물론 안 그럴 사람도 종종 있겠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SF소설의 매력은 이것이다. 우리가 미처 깨닫기도 전에, 단지 재미있고 흥미 만점인 미래 사회 이야기에 정신 없이 빠져들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나와 우리의 내면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거기다 덤으로 상상력이 풍부해지니 일석이조인 책읽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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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가 무슨 말을 필립 K. 딕의 SF걸작선 2
필립 K. 딕 지음, 유영일 옮김 / 집사재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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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도통 맘에 안 들 때, 전쟁인 났으면 하는 자포자기 생각을 하게 될 때…이럴 때 사람들은 종종 환상을 꿈꾼다. 지금과는 조금 다른 세상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안의 이 세계의 보이지 않는 틈속에 다른 차원의 세상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망상같은 희망을 품기도 한다. 일상이 무료하고 지겨워 미칠 지경이라면 책을 읽으면 어떨까? 그것도 SF나 환타지 소설로.

물론 필립 K. 딕의 세상은 기발하긴 하지만 대부분 어둡고 두렵다.인간과 기계를 구별하기 조차 힘드는 미래에서 알아채지도 못한 찰나에 기계에 지배를 받게 될 상황에 처하는 ‘두번째 변종’이나 인간의 탐욕앞에 희망이란 찾아볼 수도 없는 암울한 미래를 얘기하는 ‘매혹적인 시장’. 하지만 한 어린 아이의 진심어린 마음으로 지구를 외계인의 침공으로부터 지킨다는 작은 에피소드가 토탈리콜의 원작속에 들어 있는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는 그래도 유쾌한 편이다.

어쨌든 필립 K.딕이 책을 읽노라면 그래도 지금 이 세상이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든다.
미래사회가 정말 그가 말한대로 어둡다 하더라도 그때까지 우리가 살아 있을 가망성은 없으니깐.. 우리 세계엔 ‘죽은자가 무슨 말을’에 나오는 반생명 상태를 유지할 과학이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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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에선 가끔 하이에나가 된다
조선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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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류의 책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비슷할 수 밖에 없다. 성공한 여자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성공하기까지의 고난과 역경과 그 이겨냄의 과정에서 어떻게든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통 다를 것 없는 이들의 책을 그래도 끊임없이 찾는 이들이 있어 출판되는 것은 아닐까?

독자들은 나름대로 성공한 그들의 각기 다른 삶에서 자기에게 적용할 수 있는 꺼리를 만들어 자신도 성공의 대열에 끼고 싶어하기도 한다. 그리고 또 많은 독자들은 그 꺼리를 채 발견하기도 전에 실망으로 책을 덮기도 한다.

이 책은 내개 후자의 경우였다. 한마디로 이 책은 일 중독에 걸린 한 여자의 치열한 성공담이다. 소설가를 지망하고 잘 나가던 회사를 그만둔 저자의 첫 산문집을 역시 저자가 지극히 충성했던 전직장에서 출판해주었다면 대부분의 독자들은 이 책이 어떨거라는 걸 예상했을 것이다. 기자로서 충분한 글쓰기 연습을 했다고는 하지만 역시 본인 이름으로 산문집을 내기엔 부족하다는 걸 많이 느끼게 해준다. 대부분이 한겨레 재직당시의 에피소드들이고 그 내용 또한 직장에 충성을 다하는 여성의 당연한 성공의 이야기일 뿐이다. 특히 재직당시 여자라고 차별받은 기억은 별로 없다는 저자의 말에서는 개인적으로 화가 났다.

직장에 충성을 다 바치고 미친듯이 일하는 사람에게 여자나 남자라는 성차별은 이젠 무의미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성차별이라는 문제는 저자처럼 일중독에 걸려 성공한 극히 소수의 사람들이 아닌 그저 출근하고 퇴근해서 적당히 일과 취미를 즐기는 대다수의 직장인 사이에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성공이라는 잣대가 우연히 저자와 같았던 독자들은 감명을 받았을지도 모르지만 역시 틀린 잣대로는 아무런 감동도 없는 지극히 지루한 책이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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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리포트 필립 K. 딕의 SF걸작선 1
필립 K. 딕 외 지음, 이지선 옮김 / 집사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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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크루즈의 무조건적인 팬이라는 이유로 새벽에 일어나서 조조로 영화를 봤다. 물론 탁월한 선택에 후회 없는 감동~

절대 진부하지 않은 하나라도 눈 여겨 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미래사회의 신기한 모습들은 긴 상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빠져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난 보통 소설을 각색한 영화라면 원작이나 영화 둘 중 하나만 선택해서 보는 편이다. 어차피 같은 줄거리인 것도 있고 한 쪽으로 얻은 감동을 다른 한 편에서 잃을까 두려워하는 소심함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언뜻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원작과 많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영화 속 엔더턴은 톰 크루즈의 놀랄만한 매력으로 영화를 가득 채우지만 원작에선 배불뚝이에 나이든 아저씨라는 말에 고민 없이 책을 읽게 됐다. 이 책은 마이너리티 이외의 여러 단편들을 묶은 것이다. 그나마도 모르고 덥석 책을 샀지만 절대 후회 되진 않았다.

다른 사람과 이념이 달라질 염려를 인위적으로 또는 기계적으로 없애는 암울한 미래사회를 그리는 ‘스위블’. 불길한 자기 운명을 자신도 모르게 예감하며 고소공포증에 시달리는 ‘고소공포증에 걸린 사나이’와 복제인간과 인간의 구별이 과연 옳은지 자기 정체성에 관한 심각한 질문을 던지는 ‘우리라구요’

그리고 전쟁 전의 사회에 대한 끊임없는 향수와 미련을 인형놀이로 달래는 정체된 사회상을 이야기하는 ‘퍼키 팻의 전성시대’.

특히 ‘물거미’에서 미래의 사람들은 SF작가들을 예지자로 인식하며 당시의 과학적 미해결 문제를 과거의 예지자를 불러옴으로써 해결하려 한다는 설정은 가장 인상깊었다. 작가의 말대로 어쩌면 SF작가들은 어느정도 예지자의 몫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것이 완벽한 과학적, 실험적 이론으로 검증된 것은 아니지만 미래 사회를 예상할 수 있는 흐릿한 청사진정도는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필립 K.딕은 동경과 희망적인 미래 대신에 암울하고 불안한 세상을 이야기하곤 한다. 물론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렇다고는 해도 우리로 하여금 상상력을 한껏 발휘하게 하는 기발한 착상과 기술로 가득찬 세계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이야기의 배경이 비현실적이고 때론 말도 안 된다고 치부할 수 있는 황당무계한 세상일 지라도 그가 내내 말하는 것은 현재의 인간의 문제이다. 인간 존재의 문제와 정체성의 혼란으로 끊임없이 갈등하고 있는 현재의 모습을 단지 배경만 바꾼 채 계속 같은 화두를 우리에게 던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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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 전2권 세트
열린책들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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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현지에서보다 오히려 국내에서 인기가 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뇌>는 마치 잡탕찌개와 같다. 이 책은 뇌와 사랑 회화 과학등의 다양한 소스를 적당히 버무려서 탐구적이고 놀랍고 달콤하고 심오한 맛을 낸다. 자칫 잘못하면 너무 많은 소재들로 인해 난잡한 이야기가 될지도 모를 우려를 베르나르는 비웃듯 특유의 필체로 독자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일단 전작 개미처럼 추리소설의 쟝르를 빌려 온 덕분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신체중에서 가장 신비롭다는 뇌와 그와 경쟁하듯 발전하고 있는 컴퓨터의 인공 지능 프로그램을 주축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프랑스의 성 마르그리트 정신병원 원장이자 유명 신경 정신 의학자인 사뮈엘 핀처 박사와 세기의 컴퓨터 딥 블루 IV의 체스대국 장면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그리고 곧 핀처의 이유를 알 수 없는 죽음과 뇌와 컴퓨터를 연결해서 기괴하게 생존하고 있는 마르탱과의 의문스런 관계는 의문을 더하게 한다. 특히 핀처가 소속되어 있는 에피쿠로스학파를 잇는다고 주장하는 쾌락만을 추구하는 씨엘의 사람들.. 이에 전직 경찰관 출신의 이지도르와 객원기자 뤼크레스의 어울리지 않는 합동수사는 진행되고, 사건의 중심으로 파고 들어갈수록 ‘최후비밀’이라는 알 수 없는 비밀과 계속해서 맞닥뜨리게 된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쾌락인 ‘최후비밀’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서 이지도르와 뤼크레스는 끊임없이 ‘우리는 무엇에 이끌려 행동하는가? ‘하고 자문한다. 고통을 멎게 하는 것, 생존을 위한 원초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등의 여러 요인들 중 최후비밀에 도달하게 하는 것은 바로 사랑이었다. 즉, 고대 그리스 인들이 말했고, 모든 전설에서 말하는 위대한 사랑, 수많은 예술가들이 설명을 시도했던 성기와 심장과 뇌가 하나로 결합된 사랑이었던 것이다.

3백만년 전 인류가 출현한 이래 불과 50년 전, 인간의 뇌가 최초의 인공 지능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5년 전, 결국 컴퓨터가 저 혼자서 논리적 사고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마르탱이라는 인물에 의해서 인간의 뇌와 컴퓨터의 인공 지능은 끊임없이 대화를 한다. 마치 차가운 기계가 아닌 스스로 존재하는 한 생명과 같이 대등한 방식으로 두 개체의 대화는 자못 철학적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결국 세상의 모든 컴퓨터의 지능을 다 합쳐도 인간을 따라 올 수 없다고 컴퓨터 스스로 대답한다. 그 이유는 오로지 인간에게만 있는 컴퓨터는 가질 수 없는 웃음, 꿈, 어리석음 세가지 때문이다. 작가의 말대로 이 세가지 이유 때문에 컴퓨터가 인간을 절대 따라 올수 없을 지 아니면 모두가 두려워하듯 언젠가 컴퓨터와 인간이 대등한 관계를 너머 인간이 종속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이 소설의 부가적인 재미는 곳곳에서 등장하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우스’와 여러 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특히 정신병 환자들의 광기가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설정하에서 그 증세와 화가를 연결시켜 정신병동을 치장할 수 있게 한다. 살바도르 달리의 환각에 대한 연구와 재능은 강박신경증 환자에게 잘 맞고, 편집증 환자에겐 네덜란드 화가인 에르헤스, 조증 환자들에겐 그 자신도 조울증 환자였던 반 고흐, 정신분열증 환자에겐 플랑드르 화가인 치에로니무스 보스의 그림을 그리게 하는 것이다. 조울병 환자의 뇌는 호르몬 작용에 의해 창조적 능력이 증가된다는 작가의 말이 참인지 거짓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한 권의 추리소설을 읽으며 현대 과학의 흐름과 더불어 유명 화가들에게 흥미를 느끼게 해 준 점에 대해서 이 책에 더 높은 점수를 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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