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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인문학 산책 - 7일에 완성하는 서양 고전의 모든 것
캐롤라인 타가트 지음, 서정원 옮김 / 프로제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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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고전문학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그리스로마에 대한 기본적인 것들을 7개의 주제로 나눈 책으로 정말 읽기 쉽고 이해도 잘 되게 설명하고 있다. 제목에 '산책'이 들어가는만큼 다 읽고 나서는 그리스로마를 크게 한 바퀴 돈 기분이 든다.

전체적으로 작가의 글이 유쾌하다. 중간중간 사족을 붙이는 부분들이 웃음을 유발하게 하여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주제들을 쉬게 이해하도록 하면서 재미를 느끼게 만든다.


만일 아리스타르코스의 이론이 받아들여졌다면, 중세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등은 많은 짐을 덜었을 것이다. 164p

만약 당신이 저녁 파티에서 그의 말(아리스토텔레스)을 인용하고 싶다면 모두가 술에 좀 취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말하는 것이 가장 좋겠다. 189p

책을 읽는데 교양수업을 듣는 기분이었다.

이 책은 그리스로마의 방대한 양에 어떤 것부터 읽어야할 지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표지판이 될 것 같은 책이다. 반면에 그 양이 머릿속에서 정리가 안 되는 사람들에게는 단 번에 정리가 될 수 있는 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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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1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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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시마무라는 부모님의 유산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도쿄 출신으로 그가 하는 일은 아무것도 모르는 서양무용에 대해 평론하고 자비로 평론지를 출판하는 것이다. 유산으로 살아가면서 번듯한 소득도 없는 삶을 살아가는 시마무라는 눈의 고장, 설국에서 고마코라는 게이샤를 만나 호감을 느끼고, 고마코는 시마무라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시마무라는 유부남이었다. 그렇게 1년에 한 번씩 고마코를 만나러 오는 시마무라는 고마코와 함께 일하는 요코를 만나게 되고, 요코에게 고마코와는 다른 느낌의 감정을 느끼지만 결국 요코는 화재사건으로 죽게 되면서 책이 끝이 난다.

첫 문장이 유명한 소설이라 솔직히 한껏 기대하면서 책을 읽었다. 하지만 너무 기대를 했던 탓인지 내용에 기승전결이 없는 것보다 인물들의 특성이 전부 별로였다. 그중에서 가장 별로였던 건 시마무라. 부모님의 유산으로 살아가면서 헛된 일만 하는 것을 빼놓고 봐도, 유부남이 1년에 한 번 만나러 가는 게이샤가 있다는 것이... 대체 불륜을 왜 그렇게 포장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그렇다고 고마코가 괜찮다는 것도 아니다. 요코도 마찬가지.

자연을 표현한 서정적인 글은 좋았지만 인물 간의 대사만 보면 감동이 깨진다. 어떻게 된 게 일본 문학은 읽는 것마다 찜찜한 기분이 드는지... 이 책이 진짜 노벨문학상을 받은 책인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문체의 표현만으로 상을 받았다기엔 처음부터 끝까지 문체가 인상 깊지도 않고, 그렇다고 내용면을 보기엔 더더욱 이해가 안 가고... 번역을 잘했나? 나중에 다시 읽어보면 또 다른 느낌을 받겠지만, 일단 지금은 잘 모르겠다.

문체도 첫 문장을 보고 너무 많은 기대를 했는지 생각보다 인상 깊진 않았지만, 눈앞에 그려지는 설국의 이미지는 니가타현의 모습을 실제로 보고 싶게 만들어주었다


모든 것이 맑고 차분한 조화를 이루었다.

41p

은하수에 가득한 별 하나하나가 또렷이 보일 뿐 아니라, 군데군데 광운(光雲)의 은가루조차 알알이 눈에 띌 만큼 청명한 하늘이었다. 끝을 알 수 없는 은하수의 깊이가 시선을 빨아들였다.

14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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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마리암 마지디 지음, 김도연.이선화 옮김 / 달콤한책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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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의 낮은 탁자를 본다. 조금 전만 해도 그 위에 찻잔 두 개가 있었다. 지금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탁자에 첫 번째 가면을 내려놓는다. 억눌려 있던 고통의 가면을.

106p

자신의 모국어를 말할 줄 알아야 한다. 네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 네 뿌리가 어디 있는지 잊으면 안 되니까.

186p


이 책은 프랑스인이면서도 이란인인 작가의 자전적 소설인데, 일단 책이 너무 가벼워서 들고 다니면서 읽기 편하고 좋았다. 그렇지만 가벼운 무게와는 반대로 내용은 무거운 책이다. 이 책을 읽기 전만 해도 생각보다 두껍지 않아서 금방 읽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얼마나 안일한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는지에 대해 반성하게끔 하는 책이었다.

책 제목만 보면 페르시아어에 눈이 가는데, 사실 페르시아에 대해선 주입식 교육으로 인해 아케메네스 왕조 페르시아와 사산 왕조 페르시아가 있었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이렇게 수능 세계사에 필요한 지식만 알고 있었는데 책을 읽고 역사와 현대의 시대적 상황을 생생하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망명인의 삶에 대해서도.

외국으로 여행만 가도 겪는 부담감과 두려움이 한두 번이 아닌데...

"예를 들어 너는 두 언어를 할 수 있잖아, 그것만으로도 특별한 거라고. 더 많은 기회가 생기니까 말이야. 정말 부럽다." 190p

"남의 상처를 보고 환상을 품는 위선자들에게 화가 난 거예요. 호의를 베푸는 척하면서 정중하게 내 상처에 손가락을 찔러 넣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미소를 지어요. 아무것도 모르면서. 위선적인 인종차별주의자들이라고요." 191p

위선적인 인종차별주의자, 이 단어에 해당이 안 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정체성에 대한 건 타인이 쉽게 간섭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인종차별성 발언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타인에게 내 기준을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닌지 신중하게 생각해보고 말을 하는 행동이 중요하다. 말이 갖는 힘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크기 때문에 항상 고민하고 신중해야 한다.

책은 전체적으로 시적인 느낌이 강했다. 망명자의 비애와 그 속에서 느껴지는 정체성의 혼란, 하지만 결국엔 프랑스어와 이란어의 무게를 떨쳐내고 자신만의 언어를 찾은 마리암. 그렇기에 책 문구에 '아라비안나이트를 잇는 매혹적인 이야기의 향연 잃어버린 언어를 찾아서'란 문구가 붙은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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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5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박찬기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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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동시에 불행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과연 변할 수 없는 것일까?

p.85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읽었지만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린 책.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베르테르와 알베르트의 토론 부분이었다. 인간의 본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베르테르의 말에 공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간의 본성에는 한계가 있어요. 기쁨, 슬픔, 괴로움 등 희로애락의 감정을 참는 데도 한도가 있는 법이고, 그 한도를 넘으면 당장에라도 파멸하고 말아요.

p.80

베르테르는 인간의 본성에는 한계가 있어 한도를 넘으면 당장에라도 파멸하고 만다라고 말한다. 이처럼 베르테르는 자신의 말처럼 로테를 향한 사랑이 한도를 넘어 죽음으로 인생을 끝낸다. 그렇지만 죽음으로 베르테르는 사회적 시선에서 벗어나 정신적으로, 영원히 로테를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육체는 영혼의 감옥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만큼 베르테르에게 육체는 로테에 대한 사랑을 가로막는 방해물이자 감옥이지 않았을까.

노력을 강점이라고 하면서 어찌하여 지나친 긴장은 그와 반대로 나약이라고 해야 하나요?

p.84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와닿았다. 갑작스러운, 예상치도 못한 상황을 겪었을 때 긴장이 되는 건 당연하다. 근데 거기다가 왜 긴장을 하냐던지, 혹은 자신이 무섭냐 단지, 너는 이래서 안 된다느니 등등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말을 하는 건 왜 그런 것일까. 긴장을 하면 삶이 끝나는 것도 아닌데 왜 긴장을 나약이라 해야 하나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베르테르가 로테를 사랑하는 절절한 마음이 글자 하나하나에 나타나지만 베르테르의 사랑은 집착의 느낌이 강하고, 로테의 사랑은 연민의 느낌이 강한 듯하다.

사실상 베르테르의 사랑 이야기는 내게 큰 흥미를 주지 못했지만, 베르테르의 삶에 녹아있는 감정과 생각이 흥미를 주었기 때문에 읽는 내내 좋았다.

이 책은 감정의 섬세한 표현력에서 느낄 수 있는 무게감과 크기가 대단한 책이었다. 감정에 대해 이렇게 솔직하게 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책 첫 장에는 "... 이 조그만한 책을 그대의 친구로 삼아주십시오."라고 써져있다. 그리고 글이 편지 형식이어서 첫 장의 말처럼 책을 읽는 내내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 읽고 나서는 책을 선뜻 내려놓지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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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피게니에·스텔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김주연 외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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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아스 : 짧은 시간 동안 내게 너무 많이 요구하는군.

이피게니에 : 선을 행하는 데는 주저가 필요 없지요.

토아스 : 좋아! 그런데 선에는 악도 따르는 법이오.

이피게니에 : 선을 악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의심입니다.

생각하지 마십시오. 느끼는 대로 행하십시오.

p.293

이피게니에는 교양시간에 접하기도 했고 이미 신화 내용을 알고 있어서 읽는데 크게 힘들지는 않았다. 다만 인물명이 알고 있던 것과 약간 차이가 있어서 조금 불편하기는 했다. 이피게니에와 이피게네이아, 오레스트와 오레스테스.

신화에서는 3대에 걸친 근친 살해의 비극이 오레스테스에 의해 막을 내리는 반면에 괴테의 타우리스 이피게니에는 3대에 걸친 비극이 이피게니에의 손에 의해 막을 내리게 된다.

아트레우스, 아가멤논, 오레스테스 3대에 걸친 비극이 아가멤논이 제물로 받친 이피게니에의 의해 막을 내린 다는 점이 신선했고 이피게니에를 수동적인 삶을 사는 인물이 아니라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삶을 사는 인물로 표현하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신화로 접했을 때나, 강의시간에도 이피게니에에게 큰 비중을 두지 않았고, 딱 보이는 것만 받아들이고 지나쳤지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더욱 흥미롭게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신화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접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런 작품들은 항상 내게 신선한 충격을 준다.

고뇌, 절망, 혼란, 희망, 기쁨의 감정 변화를 느끼는 이피게니에를 보면서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감정의 변화가 뚜렷해서 입체적인 인물이라는 게 와닿는데 이런 감정 변화에 따라오는 행동이 이피게니에를 더욱 입체적인 인물로 나타나게 해준다. 그래서 몰입감을 높여주는 듯하다. 요즘 집중력이 많이 떨어져서 책을 읽는데 약간 어려움이 있는데 이피게니에는 집중력이 떨어지는 상태에서도 흡입력 있고 몰입감을 주어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근데 이 책에 실린 작품을 전부 그런 건 아니고, 읽기 가장 힘들었던 작품은 에피메니데스였다.

짤막하게 쓰는 남은 작품들.

<피장파장>은 괴테의 희극으로 원제는 <공범자들 Die Mitschuldigen>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피장파장이란 번역이 마음에 든다. 소피, 죌러(소피의 남편), 알체스트(전 애인), 여관 주인(소피의 아버지), 급사 5명의 인물이 나오는데 소피, 죌러, 알체스트, 여관 주인 4명이 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굉장히 익살스럽게 나타나 지금 연극으로 올려도 재밌을 거 같았다.

괴테가 쓴 최초의 희곡인 <연인의 변덕>은 남녀 간의 사랑과 갈등을 담고 있다. 에글레와 라몬, 아미네와 에리돈으로 애정과 집착이란 각기 다른 사랑을 보여주는데 이를 통해 사랑은 집착, 소유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야 한다는 걸 나타내고 있다. 연인들이 한 번쯤은 읽어보면 좋을 거 같다. 뭐든 과하면 좋지 않은 건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듯. <피장파장>과 마찬가지로 연극으로 나와도 재밌을 거 같다.

지나친 사랑을 받는 것보단 너무 지나치게 사랑받지 않는 편이 괴로움은 덜하다는 것. 성실함을 칭찬하지. 그러나 그 성실함이란 것이 보장될 때 우리에게 충분한 안식을 가져다주는 거야.

p.13

<스텔라>는 일부일처제에 대한 의문을 던진 작품으로 스텔라, 체칠리에, 페르난도의 이야기인데, 개인적으론 크게 선호하지 않는 작품이다. 결말은 2개로 나오는데 하나는 세 명 모두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내용이고, 다른 하나는 스텔라와 페르난도의 자살로 끝을 내는 내용이다. 막장의 느낌이 나지만 페르난도의 행동은 정말.. 음... 별로야.. 페르난도만 아니었어도 스텔라와 체칠리에가 마음이 맞는 친구로 잘 지낼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피메니데스>는 괴테가 200년 후의 독일을 역사적, 정치적으로 예견한 작품이라고 해석되는 작품이다.

그 당시 시대 배경을 잘 알지 못해 읽기가 쉽지는 않았다. 한 번 읽기보단 두세 번 정도 읽어야 머리에 들어올 듯한 작품이었다.

괴테는 민족주의가 민족 간의 갈등과 분쟁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었다고 한다. 그걸 염려해서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하는데, 괴테의 염려가 훗날에 고스란히 나타난 게 안타까웠다.

의욕만으로 평화가 이룩될 수는 없으리라.

천하를 정복코자 하는 자는, 누구보다 강해지려 할 것이고,

전투를 승리로 이끌면서, 남들 또한 전투력을 갖추게 만들리라.

책략의 사용은 적들도 또한 그렇게 하게끔 만들어서,

온 천하는 무력과 계략으로 넘쳐흐르게 되리라.

그리하여 온 세계는 괴물과 기형아들을 잉태하게 될 것이고,

그 출산이 엄청난 산고를 치르게 되면서

매일매일이 최후의 심판일을 맞는 듯 불행하리라.

…(중략)

p.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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