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마리암 마지디 지음, 김도연.이선화 옮김 / 달콤한책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내 앞의 낮은 탁자를 본다. 조금 전만 해도 그 위에 찻잔 두 개가 있었다. 지금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탁자에 첫 번째 가면을 내려놓는다. 억눌려 있던 고통의 가면을.

106p

자신의 모국어를 말할 줄 알아야 한다. 네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 네 뿌리가 어디 있는지 잊으면 안 되니까.

186p


이 책은 프랑스인이면서도 이란인인 작가의 자전적 소설인데, 일단 책이 너무 가벼워서 들고 다니면서 읽기 편하고 좋았다. 그렇지만 가벼운 무게와는 반대로 내용은 무거운 책이다. 이 책을 읽기 전만 해도 생각보다 두껍지 않아서 금방 읽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얼마나 안일한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는지에 대해 반성하게끔 하는 책이었다.

책 제목만 보면 페르시아어에 눈이 가는데, 사실 페르시아에 대해선 주입식 교육으로 인해 아케메네스 왕조 페르시아와 사산 왕조 페르시아가 있었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이렇게 수능 세계사에 필요한 지식만 알고 있었는데 책을 읽고 역사와 현대의 시대적 상황을 생생하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망명인의 삶에 대해서도.

외국으로 여행만 가도 겪는 부담감과 두려움이 한두 번이 아닌데...

"예를 들어 너는 두 언어를 할 수 있잖아, 그것만으로도 특별한 거라고. 더 많은 기회가 생기니까 말이야. 정말 부럽다." 190p

"남의 상처를 보고 환상을 품는 위선자들에게 화가 난 거예요. 호의를 베푸는 척하면서 정중하게 내 상처에 손가락을 찔러 넣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미소를 지어요. 아무것도 모르면서. 위선적인 인종차별주의자들이라고요." 191p

위선적인 인종차별주의자, 이 단어에 해당이 안 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정체성에 대한 건 타인이 쉽게 간섭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인종차별성 발언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타인에게 내 기준을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닌지 신중하게 생각해보고 말을 하는 행동이 중요하다. 말이 갖는 힘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크기 때문에 항상 고민하고 신중해야 한다.

책은 전체적으로 시적인 느낌이 강했다. 망명자의 비애와 그 속에서 느껴지는 정체성의 혼란, 하지만 결국엔 프랑스어와 이란어의 무게를 떨쳐내고 자신만의 언어를 찾은 마리암. 그렇기에 책 문구에 '아라비안나이트를 잇는 매혹적인 이야기의 향연 잃어버린 언어를 찾아서'란 문구가 붙은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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