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피게니에는 교양시간에 접하기도 했고 이미 신화 내용을 알고 있어서 읽는데 크게 힘들지는 않았다. 다만 인물명이 알고 있던 것과 약간 차이가 있어서 조금 불편하기는 했다. 이피게니에와 이피게네이아, 오레스트와 오레스테스.
신화에서는 3대에 걸친 근친 살해의 비극이 오레스테스에 의해 막을 내리는 반면에 괴테의 타우리스 이피게니에는 3대에 걸친 비극이 이피게니에의 손에 의해 막을 내리게 된다.
아트레우스, 아가멤논, 오레스테스 3대에 걸친 비극이 아가멤논이 제물로 받친 이피게니에의 의해 막을 내린 다는 점이 신선했고 이피게니에를 수동적인 삶을 사는 인물이 아니라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삶을 사는 인물로 표현하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신화로 접했을 때나, 강의시간에도 이피게니에에게 큰 비중을 두지 않았고, 딱 보이는 것만 받아들이고 지나쳤지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더욱 흥미롭게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신화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접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런 작품들은 항상 내게 신선한 충격을 준다.
고뇌, 절망, 혼란, 희망, 기쁨의 감정 변화를 느끼는 이피게니에를 보면서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감정의 변화가 뚜렷해서 입체적인 인물이라는 게 와닿는데 이런 감정 변화에 따라오는 행동이 이피게니에를 더욱 입체적인 인물로 나타나게 해준다. 그래서 몰입감을 높여주는 듯하다. 요즘 집중력이 많이 떨어져서 책을 읽는데 약간 어려움이 있는데 이피게니에는 집중력이 떨어지는 상태에서도 흡입력 있고 몰입감을 주어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근데 이 책에 실린 작품을 전부 그런 건 아니고, 읽기 가장 힘들었던 작품은 에피메니데스였다.
짤막하게 쓰는 남은 작품들.
<피장파장>은 괴테의 희극으로 원제는 <공범자들 Die Mitschuldigen>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피장파장이란 번역이 마음에 든다. 소피, 죌러(소피의 남편), 알체스트(전 애인), 여관 주인(소피의 아버지), 급사 5명의 인물이 나오는데 소피, 죌러, 알체스트, 여관 주인 4명이 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굉장히 익살스럽게 나타나 지금 연극으로 올려도 재밌을 거 같았다.
괴테가 쓴 최초의 희곡인 <연인의 변덕>은 남녀 간의 사랑과 갈등을 담고 있다. 에글레와 라몬, 아미네와 에리돈으로 애정과 집착이란 각기 다른 사랑을 보여주는데 이를 통해 사랑은 집착, 소유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야 한다는 걸 나타내고 있다. 연인들이 한 번쯤은 읽어보면 좋을 거 같다. 뭐든 과하면 좋지 않은 건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듯. <피장파장>과 마찬가지로 연극으로 나와도 재밌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