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촌의 채식주의자 - 휘뚜루마뚜루 자유롭게 산다는 것
전범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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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에 박히지 않은 그저 한 인간이고 싶었던 책방 '풀무질' 대표이자 출판사 '두루미'의 발행인, 사찰음식점 '소식' 대표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 밴드 '양반들'의 보컬 전범선이 자라온 이야기와 함께 쌓아온 생각을 풀어냈다. 민사고 졸업 후 다트머스 대학교를 가고, 컬럼비아 로스쿨에 합격하는 등 '탄탄대로'를 걷다가 다른 길을 선택한 연유, 채식주의를 하는 이유, 해방촌에서 스스로를 '해방촌장'이라 일컫는 이유가 흥미롭게 담겼다.


처음 와닿았던 부분은 '외국에서의 이름'이다. 예전에 어느 한국계 미국인 배우가 '유명해지면 어느 나라 이름이든 다 기억한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내 이름이 한국 이름이라 외우기 어렵다면 그 사람에게 내가 그만큼 중요한 인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도 미국에 잠시 있었을 때, 그들이 부르기 쉬우라고 굳이 내 이름을 바꿀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한국 이름을 고집했다. 친구는 다시 가르쳐주면 되고, 친해지면 다 비슷하게는 발음한다. 물론 스타벅스 같은 곳에서는 아무 이름이나 대기도 했지만 말이다. 저자는 거기에 더해 미국에서도 '성을 앞에 써도 된다'는 생각을 심어줬다. 선입견이란 참 무서운데 이렇게 하나하나 바꿔나간다는 게 대단하다.


그 다음은 제목에도 들어간 '채식주의' 부분이다. 군대에서는 내년부터 채식주의자를 위한 '맞춤식단'이 제공된다고 한다. 사회가 많이 변화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렵더라도 때로는 타협도 해가며 채식주의를 알리는 저자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저자에게 많은 깨달음을 준 책 '동물해방'도 한 번 읽어봐야겠다.


외국에서 살면서 오히려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자신의 뿌리를 깨달아가는 과정과 자유로이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인상 깊은 책이다.

내가 ‘한국인 이성애자 남성‘이라는 정체성의 울타리 안에 갇혀 있다는 사실이 싫었다. 그 울타리를 확장하는 일은 결국 공감의 영역을 넓히는 것이었다 - P55

세계화가 ‘미국‘화가 아닌 ‘다문화‘화였으면 좋겠다 - P102

문화예술 매체란 본질적으로 간접경험이다. 그 경험의 강도에 따라 고정관념도 깨지기 마련이다 - P119

동물해방운동은 동물이 느끼는 고통의 총량을 줄이기 위한 것이지 비건의 도덕적 숭고함을 주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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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예방을 위한 두뇌성형
권준우 지음, 배상우 감수 / 푸른향기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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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를 피하고 싶다면 최소한 이 정도는 해라!”

고루하지 않을까 걱정했던 첫 인상과는 달리 굉장히 술술 읽히고 꽤 재밌다. 문장 자체가 잘 읽히기도 하지만 간간히 소개되는 치매 관련 영화와 치매를 이기기 위한 다양한 사례가 눈길을 끈다. 치매에 대해 꼭 알아야 할 일부만 전문적으로 서술하고, 나머지는 누구나 알기 쉽게 쓰도록 노력한 모습이 보인다.

저자는 치매 예방을 위한 방안으로 ‘인지예비능’ ‘기저질환 관리’ ‘생활습관 교정’을 꼽았다. 사람을 많이 만나고 외국어 등을 공부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기억의 시냅스를 풍부히 보유하고, 우울증이나 흡연, 비만 등을 잘 관리해야 하며, 몸에 좋은 음식을 챙겨먹어야 한다. 당연한 듯 보이지만 확연하게 결과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등한시하기 쉽다고 한다.

우리가 어느 병으로 병원에 가든 가장 많이 듣는 소리는 ‘건강한 음식을 먹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며 꾸준하게 운동을 하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니 최소한(?) 우리가 해야 할 것을 정리해준 책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관리하는 몸이 다르듯 관리하는 뇌도 다르다고 한다. 기억력을 미리 지켜야 나중이 다를 것이라 믿어야 하지 않을까?

참 친절하고 재밌는 책이니 주변 어르신들께 선물하기 좋을 듯하다. 치매에도 종류가 이렇게나 많은지, 어떤 질병이 치매에 영향을 미치는지 미처 몰랐다. 특히 치매 환자 가족들에게 주는 팁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책에 대해 말씀드리니 아버지께서 이 책을 궁금해하셔서 드리기로 했다. 아주 유용한 책이길.

우리의 뇌는 끊임없이 새로워지고 있다. 어제와 같은 뇌는 없다. 뇌는 발전하기도 하고 퇴보하기도 한다 - P62

환자를 탓하지 말자. 환자 탓이 아니다. 병 때문에 그런 것이다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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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종의 조건 - 관심을 무기로 시장을 장악한 사람들의 법칙
임홍택 지음 / 웨일북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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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과는 다른 결의 재미를 준다. 가볍게 재밌는 게 아니라 쉽고 유용하면서 흥미롭다. 끊임 없이 자연스레 이어지는 생각의 고리가 마음에 들었다.


더이상 ‘관종’은 나쁜 뜻으로만 쓰이지 않는다. 책에서는 긍정적인 ‘관심 추종자’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관심 병자’를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는 관심을 받아야 할 때다.


이전보다는 많은 사람이 당당하게 관심을 받고 싶다 인정한다. 유튜버 등 개인이 경쟁시장에 뛰어드는 경우도 많고, 회사에서도 가만히 열심히 한다고 누가 알아주는 건 아니다. 물론 관심 하나만을 좇아 과한 행동을 하면 욕만 먹는다. 만약 본질을 잃는다면 잠깐 반짝하고 잊히기도 한다.


저자는 '성공적인' 관심 추종자가 되기 위해서는 '꺼지지 않는 가시성' '고집스러운 협력성' '절대적인 진실성' '감당할 수 있는 적절성'이 필요하다고 봤다. '관심'하면 떠오르는 셀럽들의 대중으로부터의 관심뿐 아니라 회사 등 조직에서의 관심, 제품 기획에서 필요한 관심까지 포괄한다. 성공적 관심추종자가 되기 위해서는 실력은 기본으로 깔고, 어느 정도 msg는 인정되지만 진실을 말해야 한다. 유니크하면서도 ‘착한’ 소비를 할 수 있게 해야 성공할 수 있다.


‘어떻게 해야 한다’는 부분보다는 현 상태를 풀어내는 글솜씨가 마음에 들었다. 적절한 예시와 함께하는 주장이 설득력 있다. 예상보다 더 흥미로웠던 책.

실력이 있으면 언젠가 회사가 알아줄 거라는 믿음은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범하는 실수 중 하나다 - P251

거짓된 손길은 언제나 곁에 있는 것 같았으나, 거짓과 진실의 경계는 누가 보도 명확했고 사람들은 거짓보다 진실의 힘을 믿고 움직였다 - P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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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사이트 오브 유
홀리 밀러 지음, 이성옥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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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조엘은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예지몽을 꾼다. 예지몽은 평범한 어느 날일 때도, 기쁠 때도, 슬플 때도 있다. 누군가의 죽음을 보기도 한다. 조엘은 이런 상황에 괴로워하며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지 않고자 한다. 나쁜 일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버겁기에. 그러다 카페에서 캘리를 만난다. 빠져들 수밖에 없다. 거리를 두려 하지만 같은 건물로 이사를 와서 더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든다. 그렇게 연인이 되고, 조엘은 마주치고 싶지 않던 연인의 미래를 본다.


사랑이 어떻게 끝날지 안다고 해도 그 사람을 계속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람을 멀리하려고 했으나 사랑에 빠져버리는 조엘의 모습이 안타깝지만 좋았다. 캘리의 매력에 같이 빠져가는 느낌이다. 사랑이 어떻게 끝날지 알아도 마음은 쉽게 접을 수가 없다.


나라면 이런 상황에 어떤 선택을 했을까 생각해봤다. 사랑하는 사람의 미래를 바꾸지 않았을까? 조엘도 예정된 미래를 바꾸며 살아왔듯이. ‘상대방을 위해’ 놓아주는 게 과연 사랑일까 싶다. 내가 생각할 땐 배려지만 상대방에게는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상대방의 미래에 내가 없는 게 더 나을 것 같다고 상대방을 놓아주는 것보다는 내가 더 나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편이 낫지 않나? 미래를 위해 현재를 힘들게 보내라고 할 수는 없다.


영화화가 확정됐다고 한다. 영화는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진다.

늘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안전해 보이잖아요. 꿈을 꾸지 않으면 실망할 일도 없을 거고요 - P114

무슨 말로도 표현이 안 됐어요. 사랑하는 마음이란 게 그렇죠 - P133

"자유를 사는 건 미련한 짓이 아니에요."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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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클의 소년들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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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가 한창이던 시절 개인의 아픔과 사회의 분위기를 생생히 그려냈다. 엘우드 커티스는 차를 얻어탔을 뿐인데 니클 감화소로 보내진다. '검둥이'의 말은 아무도 듣지 않고, 믿지 않는다. 감화소에서는 힘 있는 자가 약자를 학대하고, 때로는 죽인다. '도망쳤다'고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밀 묘지에 묻혀있다. 엘우드는 그 속에서도 문제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잃지 않고, 니클에서 만난 터너의 생각도 바꿔놓는다.


이 책은 형제복지원 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인종'에서 비롯된 차별이 아닐 뿐이지, 온갖 인권 유린은 다 일어났다. 흑인 식량을 빼돌려 팔고 온갖 학대를 다 하는 니클 감화소와 불법감금과 구타와 암매장이 가득했던 형제복지원이 무엇이 다를까. 인간 답지 않은 사람들로부터 얻은 고통이 강하게 와닿는다. 자유세계로 나아갈 수 있던 '에이스' 이름을 회사에 사용하고, 가혹 행위를 일삼은 스펜서의 이름을 내뱉지 못하는 모습에서 과거의 일이 몇십 년이 지나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타인에게는 과거지만, 그들에게는 현재다.


다행히 세상은 변했다. 엘우드가 원하던 '리치먼드 호텔에 유색인종 손님이 당당히 현관으로 들어오는 일'은 실현됐다. 다만 완벽히 평등한 사회는 아니다. 여전히 인종차별은 존재한다. 드러내지 못하는 차별도 있다. 흑백으로만 나뉜 많은 서양권 소설 내용에 비춰보면, 동양인에 대한 차별은 더욱 심각할 것이다. 하지만 1960년대와 지금이 다르듯, 언젠가는 더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싶다.

니클의 일이 언제나 그랬듯이 다른 누군가가 같은 이야기를 하기 전에는 아무도 그들의 말을 믿지 않았다 - P12

할머니는 사람들에게 옳은 일을 알려주는 것과 그 사람들이 그 일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 P28

"그 말이 맞는 것 같아. 나는 어렸을 때부터 백인이든 흑인이든 너희 같은 애들을 봤어. 그러니 너희나 나나 다를 게 없다는 걸 알지. 다만 너희가 조금 운이 없었을 뿐이야." - P116

법을 바꿀 수는 있지만, 사람들이 서로를 대하는 태도는 바꿀 수 없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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