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클의 소년들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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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가 한창이던 시절 개인의 아픔과 사회의 분위기를 생생히 그려냈다. 엘우드 커티스는 차를 얻어탔을 뿐인데 니클 감화소로 보내진다. '검둥이'의 말은 아무도 듣지 않고, 믿지 않는다. 감화소에서는 힘 있는 자가 약자를 학대하고, 때로는 죽인다. '도망쳤다'고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밀 묘지에 묻혀있다. 엘우드는 그 속에서도 문제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잃지 않고, 니클에서 만난 터너의 생각도 바꿔놓는다.


이 책은 형제복지원 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인종'에서 비롯된 차별이 아닐 뿐이지, 온갖 인권 유린은 다 일어났다. 흑인 식량을 빼돌려 팔고 온갖 학대를 다 하는 니클 감화소와 불법감금과 구타와 암매장이 가득했던 형제복지원이 무엇이 다를까. 인간 답지 않은 사람들로부터 얻은 고통이 강하게 와닿는다. 자유세계로 나아갈 수 있던 '에이스' 이름을 회사에 사용하고, 가혹 행위를 일삼은 스펜서의 이름을 내뱉지 못하는 모습에서 과거의 일이 몇십 년이 지나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타인에게는 과거지만, 그들에게는 현재다.


다행히 세상은 변했다. 엘우드가 원하던 '리치먼드 호텔에 유색인종 손님이 당당히 현관으로 들어오는 일'은 실현됐다. 다만 완벽히 평등한 사회는 아니다. 여전히 인종차별은 존재한다. 드러내지 못하는 차별도 있다. 흑백으로만 나뉜 많은 서양권 소설 내용에 비춰보면, 동양인에 대한 차별은 더욱 심각할 것이다. 하지만 1960년대와 지금이 다르듯, 언젠가는 더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싶다.

니클의 일이 언제나 그랬듯이 다른 누군가가 같은 이야기를 하기 전에는 아무도 그들의 말을 믿지 않았다 - P12

할머니는 사람들에게 옳은 일을 알려주는 것과 그 사람들이 그 일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 P28

"그 말이 맞는 것 같아. 나는 어렸을 때부터 백인이든 흑인이든 너희 같은 애들을 봤어. 그러니 너희나 나나 다를 게 없다는 걸 알지. 다만 너희가 조금 운이 없었을 뿐이야." - P116

법을 바꿀 수는 있지만, 사람들이 서로를 대하는 태도는 바꿀 수 없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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