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만큼만 욕심내는 삶 - 적당히 탐하고 오늘에 만족하는
요로 다케시 지음, 이지수 옮김 / 허밍버드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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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자의 에세이인데 문과 느낌이 물씬 풍긴다. 잔잔한 일본 영화의 느낌이 묻어나는 듯한 글이다. 색다르거나 강렬하지는 않지만 안정감 있다. 표지에서 보이는 것처럼 할아버지가 편안하게 있는 고양이를 보는 그런 모습이 떠오르는 글이다.


살다보면 욕심이 점점 많아진다. 그런데 저자는 도움이 안 되어도 괜찮고, 그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도 좋다고 말한다. 죽음을 외면하지 않고 편리해지기만 하려는 세상 속에서 매일매일이 새로운 고양이처럼, 모두가 같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을까.


행복은 상대적인 게 아니라 주관적이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남과 비교하지 않고 만족을 찾아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 물론 어렵겠지만 나도 고양이를 바라보며 현재에 만족하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 이대로도 충분하다.

인간은 누구나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게 당연합니다 사람은 존재 자체로 폐를 끼치니까요. 그걸 서로서로 허용하는 게 어른이고 사회겠지요 - P22

편리한 세상이기에 더더욱 편한 것만 해서는 안 됩니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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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오늘을 버리지 않을 것 - 내일엔 관대하고 지금엔 엄격한 당신에게
왕다현 지음 / 혜화동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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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어느 날 버스에서 하차하다가 사고를 당한다. 갑자기 달려든 전동킥보드 때문에 큰 수술을 받고 꽤 오랫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러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됐고, 많은 것이 바뀌었다. 남을 따라가기보다는 나만을 위해서 살고, 무작정 쇼핑에 돈을 쓰기보다는 강연 등에 돈을 들인다. 블로그를 시작했고, 소통을 하기 시작했다.


퇴사를 꿈꾸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새로운 꿈을 꾸는 건 더 어렵다. 저자는 좋지 않은 일 때문이었지만 새로운 길을 찾기 시작했다. 나를 바라볼 시간이 적은 요즘 이렇게 자신을 한 번쯤 돌아보는 일이 있으면 앞으로의 삶이 달라질 듯하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도 책을 낸다는 건 굉장히 먼 일 같은데 저자는 멀어보였던 그 일을 결국 해냈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찾아냈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개인적으로 잘못된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블로그 포스팅을 하고 '무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는다"는 표현이다. '무상'은 대가나 보상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블로그 포스팅은 분명한 대가를 제공한다. 글을 통한 홍보, 그게 대가다. 돈이 안 든다고 해서 공짜는 아니다. 노동력과의 등가 교환이다. 그 행위가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면 업체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이런 표현은 바꿔나갔으면 한다.


에세이라기보다는 자기계발서에 가깝다. 소소한 이야기를 기대해서 아쉬운 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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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가 사악해질 때 - 타락한 종교의 다섯 가지 징후
찰스 킴볼 지음, 김승욱 옮김 / 현암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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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 몇 번 다닌 적이 있었다. 가지 않게 된 이유는 매번 같았다. 사람에 대한 실망. 교회는 선해야 한다고 믿었던 나에게 교회 안에서의 따돌림과 차별 등 문제가 벌어진다는 게 싫었다. "이웃을 사랑하라"는 기본적 교의도 지키지 않는다는 점에 실망했다. 물론 나부터도 지키기 어려웠다. 사람이 선과 악이 공존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까 싶지만, 그래도 종교인은 선했으면 한다는 게 하나의 바람이었다.


저자는 종교가 때로 사악해진다고 한다. 어떤 종교는 선하고 어떤 종교는 악하다는 게 아니다. 어떤 종교든 사악해질 수 있다. 소수라고 무조건 틀린 것도 아니다. 저자는 타락의 징조나 이유로 절대적인 진리 주장, 맹목적인 복종, '이상적인' 시대 확립, 목적이 모든 수단을 정당화하는 일 등을 들었다.


특히 '절대적인 진리 주장'과 '맹목적인 복종' 부분이 와닿았다. 일부 종교인이 '진리'를 내세우고, '지도자'에게 맹목적으로 복종하며 극단적 행태를 보이는 ‘그들의’ 종교는 이미 사악해졌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종교는 사람의 일부일 수는 있지만 전부일 수는 없다. 일부 극단적 행태를 보이는 종교인이 있다고 해서 잘못된 종교는 아니다. 같은 종교더라도 극단적 행태는 이해받지 못한다.


종교 속에서도 여성이 차별받는다는 사실은 안타깝게 다가왔다. 여성이 목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최근에서야 등장했고, 가톨릭 수녀에 대한 착취도 문제로 떠올랐다. 여성 할례는 여전하고, 여성을 희생시켜 '공동체의 완전성'을 지키고자 하기도 한다고 한다.


결국 종교 간 융화, 그리고 발전해나가려는 자세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와 '그들'을 구분하는 위험한 세상에서 '우리'에 대해 건설적 대화를 나누게 되길" 바란다. 예전에 절과 신학대가 함께 개최한 세미나에 가본 적이 있다. 내용이 기억이 나진 않지만 서로 다른 종교가 서로를 이해한다는 사실이 좋았다. 서로 배척하지 않는 시대가 올 수 있을까?


종교에 대한 이야기는 예민할 수 있어서 리뷰가 어려웠다. 책은 좋았다. 리뷰에 불쾌한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

종교는 사람들의 가슴속과 머릿속, 그리고 그들의 행동 속에 존재한다 - P43

사람들이 하나님을 알고 있다는 생각에서 경전을 악용하고 절대적인 진리에 대한 자신의 해석을 전파한다면 파괴적인 결과가 생길 수 있다 - P92

종교의 자유가 있다면 종교로부터의 자유 또한 있다는 것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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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아르테 미스터리 19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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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작가로 활동하는 주인공은 괴담 원고 청탁을 받고 글을 쓰기 시작한다. 발표 후 다양한 괴이 현상을 만나고, 그걸 책으로 엮게 된다.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차로 뛰어드는 사람들, 호통치며 웃는 소리를 듣는 아이와 저주에 걸렸다며 불안해하는 엄마, 불에 타죽어가는 꿈을 계속해서 꾸는 여성, 자취하는 집에서 계속 여자 머리카락이 나오고 괴상한 일이 벌어져 힘들어하는 남성 등 사연을 담은 책을 내기 전, 이야기를 모두 잇는 중심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야기가 자연스레 이어진다. 그리고 자연스레 공포가 느껴진다. 심리묘사도 좋고, 설득력 있는 이야기 전개가 마음에 든다. 더 진짜같고, 의심할 수 없게 만든다. 손에서 놓을 수 없을 만큼 재미있으면서도 이야기를 하나로 마무리해주는 솜씨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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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택시
이모세 지음 / 밝은세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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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한 단골손님만 태우는 택시가 있다. 함께 음악을 들으며 과거를 나누고 생각을 나눈다. 같은 음악이어도 듣는 사람마다 다른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은 택시 기사와 여러 손님이 음악을 함께 들으며 나눈 이야기들로 따뜻함과 감동을 주는 그런 만화다.


이 책은 결국 사람 사는 얘기다. 오락실에서 만난 첫사랑 누나를 게임음악을 들으며 떠올리는 사람, 야근하고 택시를 못 잡고 있는 동네 친구를 데리러 가는 사람, 좋아하는 걸 선택했을 뿐인데 복고풍이라고 튄다고 욕을 먹던 사람,  좋아하던 오빠가 자기 친구한테 선물을 전해달라고 했던 사람 등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낸다. 잔잔하다가도 감동이 오고, 재밌다가 진지하기도 하다. 함께 기쁨과 슬픔, 고민을 나누는 모습이 좋다.


다양한 신청곡들 중 아는 음악이 거의 없어 아쉬웠지만, 좋은 음악을 알 수 있어 좋았다. 음악을 음미하면서 읽어보면 더 좋을 듯하다.



자기 자신대로 사는 게 자신에겐 가장 평범한 삶일 테니까요 - P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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