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티처 - 제25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서수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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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이, 미주, 가은, 한희 등은 명문 H대 한국어어학당에서 한국어 강사로 일하는 고학력 비정규직 여성이다. 학생들을 잘 가르쳐보려고 온 힘을 다하지만, 결과가 늘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학생들이 집단 결석을 하거나 오해로 학생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코리안 티처는 학기의 흐름에 따라 그들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보여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교육장사가 됐다.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강사가 최고다. 공부에 의지가 없는 학생도 무조건 받는다. 맡은 반 아이들이 성적으로 1등을 해도 강의평가 결과가 좋지 않으면 해고될 수 있다. 학생들도 그 사실을 알고 강의평가로 협박을 하기도 한다. ‘Koreanhotgirl’이라는 해시태그로 학생이 본인 사진을 올려도 해고가 두려워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다. 갑자기 해고를 당해도, 갑자기 잠깐 인력이 필요하다고 불러도 순응할 수밖에 없다. 이곳에서 강사들은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싼 값에 이용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미래를 약속하지 않더라도 하나의 가능성을 위해 모든 열정과 노력, 감정을 소모할 수밖에 없다.

 

여성은 그 중에서도 최약체다. 여성 강사가 강의평가를 잘 받으면 예쁘고 친절하니까라며 강의를 위한 노력은 보지 않는다. 돈은 남편이 벌고 아내는 취미처럼 보여주기 위한 직업을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문제를 지적하면 예민하다고 하니 어느샌가 그런 평가에 무뎌진다. 엄마와 곧 성인이 될 딸이 있는데도 열두 살 동생이 상주 역할을 맡는다.

 

많은 여성이 그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가고, 버텨내고 있다. 나이 많은 여성을 위한 자리가 없으니 계속해서 자기 계발에 몰두하고, 유산의 위험 속에서도 일을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의 자리가 금세 사라져버릴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 속 대부분 이야기가 여성으로서 직간접적으로 겪어봤거나 겪어볼 수많은 문제다. 서로 다른 사람이지만, 모두가 비슷하다.

"후배를 조직 대상이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로 보았으면 이런 일은 있지 않았겠죠." - P88

한희와 제이콥은 처음부터 끌까지 을이었는데, 이제 원장은 피해자의 자리마저 빼앗고 있었다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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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이자벨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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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사는 샘은 하버드 로스쿨 입학 전 파리로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알게 된 15살 연상의 이자벨에게 빠져든다. 이자벨은 15살 연상인 부르주아 남편 샤를과 함께 살며, 샘을 애인으로 둔다. 샘이 이자벨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오후' 5~7시뿐이다. 사랑을 나누지만, 사랑은 하지 않는다. 일종의 규칙이다.


샘은 로스쿨로 돌아가고, 변호사가 된 이후로도 종종 이자벨을 만났다. 이자벨은 샤를과 헤어질 생각이 없다. 샘은 레베카와 결혼해 이던이라는 아이를 낳기도 하고, 또 다른 애인들을 만나기도 한다. 계속해서 둘은 타이밍이 맞지 않는다.


누군가를 언제나 마음에 담고 있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다른 사람이 모두 알아챌 정도로 잊지 못 하는 사람 사람이 있다는 건 축복일 수도, 저주일 수도 있다. 그 사람과 멀어지지 않지만 충분히 가까워지지 못할 수도 있다면 말이다. 그리고 그 사람을 사랑하는 다른 사람에게도 미칠 것만 같은 일일 것이다. 샘은 모두를 받아들이지만 또 동시에 모두를 밀어내고 있던 게 아닐까.


요즘 꽂혀있는 노래 florina의 va va vis를 들으며 책을 읽었다. 어쩐지 프랑스 파리의 느낌을 살려 읽어보고 싶었다. 파리의 기억을 되살리며, 18세기의 파리를 20세기의 주인공들이 사랑했듯. 책을 통해 파리의 사랑에 빠져보고 싶었다. 비록 공감이 되는 정서는 아닐지라도.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인데도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책에 녹아있다.


"나는 은어가 속어가 언어의 진짜 색깔이라고 생각해요." - P29

"언제나 당신과 함께할게. 그 대신 ‘생활‘을 함께하길 바라지 않아야한다는 조건이 필요해. 이틀 뒤 작별 인사를 할 때 마음이 몹시 애잔하겠지만 난 당신이 떠나길 바라. 떠나야지 다시 돌아올 테니까." - P163

사랑했던 사람에게 가장 참담한 상처가 되는 말은 이제 친구로 지내자는 말일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결정을 정당화시키는 온갖 이유를 들어 사랑을 죽이는 말을 할 때, 다시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지워버리는 비열한 말을 할 때, 마치 자신이 대단한 권력의 소유자라도 된 듯 우월감을 느낀다 - P219

사랑은 희망 없이 작동하지 않는다. 희망은 사랑이 돌아가게 하는 톱니바퀴다 - P333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걸 원해. 뭔가를 수중에 넣어도 금세 느끼지. 원하던 게 아니었다는 걸 - P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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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말 믿으면 개고생한다?
이대성 지음 / 좋은땅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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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남성’을 위로해주기 위해 쓴 글이다. 그간 많은 경험을 하면서 느낀 점과 그로 인해 성장한 부분을 담아냈다.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을 듯한 기분이 조금 든다.

저자는 부인을 사랑하고 잘 맞춰나가고자 노력한다.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현명한 사람이 되고자 한다. 때로는 감정적으로도 힘들어하지만, 또 힘있게 살아가고자 한다. 설렘과 열정을 가지고 욕심 부리지 않고 살아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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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쓰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어요
쉬하오이 지음, 정세경 옮김 / 학고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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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심리학 연구에 영향을 크게 미친 ‘멜리나 클라인’의 가정을 모티프로, 엄마와 딸이 쓰는 교환일기 형식으로 진행된다. 멜리나 클라인은 어머니와 아기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갈등에 주목한 유명한 정신분석 학자인데 정작 클라인의 장례식에는 딸이 참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토론회에서 클라인을 비판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엄마와 딸이 서로를 이해하고, 주변 사람들을 이해해가는 모습을 잘 담아내고 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지난날 아픔과 고통이 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아이에서 억압을 배우는 어른이 된다. 어른이 된 후에도 마음 깊은 곳에는 상처받은 아이가 살고 있다. 그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면 계속해서 불쑥불쑥 튀어나오고는 한다. 상처를 보듬어줘야 할 사랑하는 가족끼리 오히려 자신도 모르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가치관이나 생활방식을 강요하고, 성차별을 하기도 한다. 일련의 상황들은 미래에 그 사람이 하는 행동을 설명한다. 이성을 통제하려 하고 집착하는 건 통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 자꾸 성질을 내는 건 소란을 피우지 않으면 눈에 띄는 것조차 어려운 환경 등 사례가 있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공감과 이해다. 남에 대한 공감은 물론 나에 대한 연민도 필요하다. 누군가에게 이해받는 것 자체가 치유가 된다. 이 책을 읽으며 공감하고 치유 받은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문제는 상황이 나은 사람이라 해서 관심이 덜 필요한 건 아니라는 거예요 - P62

‘불안’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면 우리 내면의 아이는 그렇게 퇴화된 행동으로 자기 마음을 표현할 수밖에 없어요 - P155

실상 우리는 이상적인 자신과는 거리가 먼 걸요. 아주 멀어요. 언제나요. 하지만 더 이상은 지나치게 노력할 필요가 없어지는 그날까지, 지나치게 애쓰지 않으려고 애쓸 수는 있어요 -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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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 유품정리사가 떠난 이들의 뒷모습에서 발견한 삶의 의미
김새별 지음 / 청림출판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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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죽은 후에 남겨지는 건 무엇일까? 이 책은 약 20년간 유품정리사로 일해온 저자가 떠난 이들의 흔적을 수습하며 겪은 일과 느낀 점을 담아낸 책이다. '죽음' 후에 무엇이 남는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누군가가 죽는다고 해서 모두가 슬퍼하는 건 아니다. 세입자가 죽으면 집주인은 피해자처럼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고, 주변에서도 욕을 한다고 한다. 심지어 남보다도 더 무심한 가족도 있다. 가족 사진은 버리고 그 뒤에 있는 금전만 챙기고, 아무리 수소문해도 나타나지 않다가 보험금만 타가기도 한다. 같은 집에 사는 사람이 죽어도 모르고, 따로 살다가 몇 달이 지나서 가족, 이웃이 죽은 걸 아는 경우도 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결말이다. 어떻게 죽느냐는 모두 다르겠지만, 죽음 후 남는 건 사랑했던 기억이라는 게 공통점이 아닐까. 먹고 사는 게 힘겹더라도, 외로움에 괴로워하지 말고 가족, 친구, 그리고 이웃과 함께해야 한다. 죽을 때 이고 지고 갈 수 없는 물건에 집착하기보다 현재 행복할 수 있도록 함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거두지 않는 죽음이 되지 않도록, 늘 누군가와 함께해야겠다. 오히려 내가 무언가를 숨기고 홀로 꽁꽁 숨어버리면, 남은 사람이 더 힘들어할 것이기에.


많은 사람이 읽어봤으면 좋겠다. 주변에 고독한 사람이 없어지길 바라며...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온 다양한 죽음 속에는 언젠가 내가 맞닥뜨릴지도 모를 하루가, 나의 사랑하는 가족이 겪을지도 모를 오늘이, 지금 내 옆에 살고 있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 P9

장례지도사로 일할 때 수많은 죽음을 보았다. 그때 돌아가신 부모를 안고 우는 자식은 거의 보지 못했다. 하지만 부모는 반드시 자식을 품에 안는다 - P24

고인들이 그토록 아껴두었던 것들을 폐기처분하면서 깨닫는 것은 ‘죽을 때 지고 갈 것도 아니면서’라는 말에 함축된 의미다. 내가 살아있지 않은 한 쓸모없어질 것들 때문에 인생을 낭비하지는 말자는 생각이다 - P185

부모가 없기 때문에 아이가 불행하고 비참한 삶을 살게 될 거라는 생각은 터무니없는 오산이다. 자신만이 아이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고, 부모 없는 아이는 모두 불행하다는 착각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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