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이 건네는 위로 - 오늘이 소중해지는 애착 사물 이야기
AM327 지음 / 미래의창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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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고 따뜻한 일러스트, 조곤조곤 털어놓는 위로가 잘 어우러지는 책이다. 나도 내 주변을 늘 지키고 있는 물건들을 돌아보게 된다. 그 물건이 가지는 의미와 이야기가 하나하나 떠오른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흔한 공산품이라고 해도 나에게 의미가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저자의 ‘애착 사물’이 궁금해서 검색해보기도 했다. 민들레 문진이 어찌나 예쁘던지 나도 사고 싶어졌다가 가격을 보고 좀 더 고민하기로 했다. 나만의 향을 만들고, 필로우 미스트를 베개에 뿌려 향기를 맡으며 잠들고 싶어졌다. 가방도 좀 혹했는데 오늘 모임에서 실물을 보니 더 갖고 싶어졌지만 잘 참았다.


책을 읽으며 나의 애착 사물을 생각해보고, 정말 내가 좋아하는 물건만 남기고 싶어졌다. 꼭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냥 내가 좋아하는, 존재만으로도 나에게 위로가 되는 물건들을 남기고 싶다. 그 물건들 외에는 집착을 놓고 싶다.


북토크를 하며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특히 우울함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다양한 활동과 사물을 알게 됐다. 좋아하는 활동 또는 사물이 겹치는 사람들끼리 이야기를 해봐도 재미있겠다 싶었다. 작가님 본인이 봐도 재밌다며 좋아하셨던 책인 만큼 많은 사람이 공감을 할 수 있을 듯한 책이다.


아슬아슬한 검열 끝에 얻은 확신도 좋지만 타인이 내게 보내는 응원 섞인 확언도 좋다 - P70

행복은 옆에 앉아서 자신을 봐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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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호라이즌스, 새로운 지평을 향한 여정 - 명왕성을 처음으로 탐사한 사람들의 이야기
앨런 스턴.데이비드 그린스푼 지음, 김승욱 옮김, 황정아 해제 / 푸른숲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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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왕성에 관심을 갖고 명왕성 탐사의 꿈을 키워온 과정 속 그 집념을 볼 수 있는 책이다. 알려진 것이 없고 예산도 많이 드는 탐사 계획을 실행하기란 많이 어려웠고,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왕성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우리를 새로운 지평으로 데려갔다.


수금지화목토천해명. 어릴 때 외운 건 잊지도 않는다. 지금은 태양계에서 명왕성을 퇴출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명왕성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여전하다. 오히려 무인탐사선 뉴호라이즌스호가 명왕성을 다녀오면서 그 관심은 더 커졌다. 명왕성 탐사 결과가 조금씩 알려지고, 하트 모양을 연상케 하는 명왕성 사진(세 번째 사진)을 내세우며 사람들을 열광케 했다.


명왕성 탐사라고 하면 기술적 문제가 가장 어렵지 않을까 싶었는데 가장 어려운 건 역시 '돈'이었다. 일단 그 정도 자본을 구하기도 힘들 뿐더러, 기껏 따온 예산이 갑자기 사라진다거나, 예산에서 조금도 돈이 더 들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듣는 등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만약에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았다면 더 괴로움을 겪지 않았을까? 거기다 태양계 퇴출 문제까지 더해지고, 뉴호라이즌스와 갑작스럽게 연락이 닿지 않기도 하는 등 사건을 겪으며 오히려 명왕성 탐사에 대한 집념이 더 커진 듯하다.


정말 명왕성 탐사를 마음 먹은 그 순간부터 끝까지의 여정을 모두 담은 것만 같다. 관심 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매우 흥미로울 듯하다.

명왕성에는 파헤칠 수수께끼가 아주 많았으므로, 과학자들 사이에 단호한 의지로 명왕성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무리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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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라르가 만난 파리의 예술가들 -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상과 화가들의 이야기
앙브루아즈 볼라르 지음, 이세진 옮김, 박재연 감수 / 현암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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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의학 공부를 하려다가 법대를 가고, 또 거기에서 미술상을 하게 된 볼라르. 볼라르는 르누아르, 마티스, 마네, 드가 등 유명화가들이 그린 걸작을 헐값에 살 수 있던 시대에 살면서, 직접 그들을 만난 이야기를 이 책에 풀어냈다.


'대가'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는 재미, 그리고 그림에 대한 일화를 읽으며 그 그림을 찾아보는 재미까지 있는 그런 책이다. 섬세한 파리지앵 마네와 자유분방한 세잔은 사이가 좋지 않았고, 르누아르는 드가가 파스텔화에서 손을 떼자 안타까워했다. 세잔은 옛 대가들의 그림을 보며 깨달음을 얻었고, 로댕은 본인 수염을 만지며 영감을 얻었다. 피카소 등 많은 화가는 책에 삽입할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그림 제목에 따라 손님의 반응이 달랐다는 것. 단어 하나로 그림에 대한 이미지를 확 바꿔놓을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어느 정도 퀄리티만 담보된다면 제목만 잘 지어도 인기 작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그림 제목이 실수로 바뀌었을 때, 성녀로 봤던 그림 속 여성을 사탄의 딸로 묘사하는 사람들의 변화도 인상적이었다. 심지어 그 그림을 그린 세잔은 ‘주제가 없다’고 하니 문학 작품과도 유사하지 않을까? 사람들은 같은 작품을 두고도 어떻게든 의미를 찾으려고 하고, 그 의미를 작가와 제목 등에서 찾기도 하니까.


그림에 대한 평가는 시대에 따라 바뀐다. 결혼지참금으로 사두었던 그림의 가격이 전혀 오르지 않기도 하고, 다락에 버려지다시피 했던 그림이 비싼 값에 팔리기도 한다. 미술계에서 무명을 인기화가로, 인기화가를 무명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도 해봤다.


사실 책이 전부 두툼해서 부담을 느끼고 조금 미루다 읽게 됐다. 그런데 읽어보니 생각보다 아주 술술 읽히고 재미있었다. 다만 많은 이야기가 연속적으로, 대화하는 것처럼 쭉쭉 이어져 나오기 때문에 약간 정신없다.

아름다운 작품은 그 자체에 신비로운 효력이 있는 모양이었다 - P65

"하지만 그 ‘알 수 없는’ 소소한 것이 천재성을 드러내지요." - P205

그러나 그림의 신은 예술에 결코 끝이 없음을 보여주고 싶은 듯 새로운 화가들의 시대를 활짝 열어주었다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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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괜찮은 죽음 - 33가지 죽음 수업
데이비드 재럿 지음, 김율희 옮김 / 윌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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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다양한 죽음이 있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죽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경우는 드물다. 젊을수록 죽음은 멀게만 느껴지고, 어쩌면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싶어할지도 모른다.


‘노화’는 가장 큰 위험인자다. 많은 병이 생기고 그에 대한 치료법이 생겼지만, 노화는 막을 수 없다. 물론 옛날만큼 눈에 띄게 늙지 않는다. 노화와 죽음을 동일시하기란 힘들지도 모른다. 노화를 거부하고, 나아가 죽음까지 거부한다. 수명은 늘어났지만 영원하지는 않다. 죽음은 우리와 멀리 있지 않다. 드라마에서처럼 “6개월 남았습니다”하며 정확한 기간을 알 수도 없고, 어떤 죽음이 찾아올지도 모르는 상태로 살아간다. 그리고 질병과 빈곤은 노화와 함께 찾아온다.


저자는 다양한 국가에서 40년간 노인을 주로 돌본 의사다. 많은 죽음을 지켜봤고, 책에서는 본인이 만난 죽음에 대한 경험과 그로 인한 깨달음을 전한다. 뇌졸중과 치매, 우울증, 합병증, 의료사고, 자살 등으로 인한 죽음 속에서 미화된 죽음은 없어 보인다. 오히려 약간의 후회와 괴로움이 비친다. 환자뿐 아니라 부모님의 죽음까지 그려냈다.

이제 우리 사회는 노화의 영향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고 집단적으로 노화를 부인하는 상태다. 사람의 수명이 150세에 이를 때가 올 거라고 예상한 미래학자들의 말은 틀렸다.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죽을 것이다 - P40

누군가가 한창 젊을 때에 죽으면 우리는 그 부당함에 몹시 놀란 나머지, 인간적인 자기기만의 밑바닥까지 내려가 위로가 될 만한 생각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짜낸다 - P62

오늘날 매일 직장으로 출퇴근하는 사람이라면, 산꼭대기로 힘겹게 밀어 올린 바위가 결국 다시 아래로 굴러떨어지는 시시포스의 상황에 동감할 것이다. 이 노동이 평생 지속되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이 우리에게 조금 위로가 되기도 한다 - P8

대개는 죽음 자체보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더 심각하다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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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 치즈 맛이 나니까 치즈 맛이 난다고 했을 뿐인데 띵 시리즈 5
김민철 지음 / 세미콜론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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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 정도면 당당히 한식 재료의 반열에 이름을 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식의 5대 재료, 간장, 된장, 고추장, 김치, 그리고 치즈.” 저자의 말에 적극 공감한다. 우리는 이제, 치즈 없이는 살 수 없는 나라에서 살고 있는 것만 같다. 명실공히 치즈공화국이다. 아쉽게도 다양한 종류의 치즈는 아니지만 말이다.


요즘 아침으로 생모짜렐라를 넣은 카프레제를 종종 먹는다. 호텔에 가면 브리 치즈와 과일을 크래커에 얹어서 먹고,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는 4가지 치즈가 들어간 피자를 주문한다. 리코타 치즈, 부라타 치즈, 부팔라 치즈를 넣은 요리도 좋다. 때로는 스모크 치즈를 그냥 먹기도 하고, 어느 요리든 체다치즈나 모짜렐라를 넣으면 맛있다. 막상 유럽에 갔을 때는 치즈를 시식만 하고 사오지 않았는데, 책을 읽으며 후회가 됐다.


치즈에 관한 딱 하나 괴로웠던 기억은 프랑스에서 먹은 ‘고트 치즈’. 꼬랑꼬랑한 맛이 고르곤졸라의 몇 배는 되는 듯했다. 고트 치즈 외에 다른 맛은 모조리 사라지는 마법을 겪었다. 그럼에도 저자처럼 “그 치즈를 싫어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언제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그 치즈를 먹었느냐에 따라 그 느낌이 달라지지 않을까? 갑자기 그 치즈에 빠져버리는 날이 오지 않을까? 어느 날 갑자기 블루치즈가 괜찮게 느껴졌던 것처럼.


순수하게, 열렬하게, 한결같이 치즈를 좋아한 저자의 이야기는 치즈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치즈와의 미래를 그리게 한다. 다음에 유럽에 가면 먹어야 할 치즈 리스트가 생겼다. 브리 치즈와 꿀, 견과류의 조화를, 무화과 잼·블루베리 잼과 랑세 델리스 드 부르고뉴와 사토리 샤도네이 벨라비타노의 환상을, 카망베르의 왕 카망베르 드 노르망디를 맛보고 싶다.


‘억지로’가 아니라 ‘좋아서’ 하는 일은 어느샌가 개인의 역사가 되어 있곤 한다 - P10

‘유럽 교통의 중심’이라는 프랑크푸르트의 수식어는 과연 맞았다. 모든 것들이 그 원활한 교통수단을 타고 다 빠져나간 것 같았다. 작은 매력 하나까지도. 딱히 볼 것도, 할 것도 남지 않은 도시였다 - P29

가장 좋아하는 것 앞에 스스로를 방만하게 풀어놓는 것, 그것이 여행의 핵심이니까 - P79

분명 나를 제일 잘 아는 건 나라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 자체가 어느새 나를 편협하게 만들고 있었다. 경계를 알았다면, 슬며시 선을 넘어 밖으로도 나가볼 일이다 - P93

사람에게서 얻을 수 있는 위로는 드물다. 그건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이어서 더 귀하기만 하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일상 속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자신만의 작은 위로가 필요하다. 나의 치즈처럼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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