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종의 조건 - 관심을 무기로 시장을 장악한 사람들의 법칙
임홍택 지음 / 웨일북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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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과는 다른 결의 재미를 준다. 가볍게 재밌는 게 아니라 쉽고 유용하면서 흥미롭다. 끊임 없이 자연스레 이어지는 생각의 고리가 마음에 들었다.


더이상 ‘관종’은 나쁜 뜻으로만 쓰이지 않는다. 책에서는 긍정적인 ‘관심 추종자’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관심 병자’를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는 관심을 받아야 할 때다.


이전보다는 많은 사람이 당당하게 관심을 받고 싶다 인정한다. 유튜버 등 개인이 경쟁시장에 뛰어드는 경우도 많고, 회사에서도 가만히 열심히 한다고 누가 알아주는 건 아니다. 물론 관심 하나만을 좇아 과한 행동을 하면 욕만 먹는다. 만약 본질을 잃는다면 잠깐 반짝하고 잊히기도 한다.


저자는 '성공적인' 관심 추종자가 되기 위해서는 '꺼지지 않는 가시성' '고집스러운 협력성' '절대적인 진실성' '감당할 수 있는 적절성'이 필요하다고 봤다. '관심'하면 떠오르는 셀럽들의 대중으로부터의 관심뿐 아니라 회사 등 조직에서의 관심, 제품 기획에서 필요한 관심까지 포괄한다. 성공적 관심추종자가 되기 위해서는 실력은 기본으로 깔고, 어느 정도 msg는 인정되지만 진실을 말해야 한다. 유니크하면서도 ‘착한’ 소비를 할 수 있게 해야 성공할 수 있다.


‘어떻게 해야 한다’는 부분보다는 현 상태를 풀어내는 글솜씨가 마음에 들었다. 적절한 예시와 함께하는 주장이 설득력 있다. 예상보다 더 흥미로웠던 책.

실력이 있으면 언젠가 회사가 알아줄 거라는 믿음은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범하는 실수 중 하나다 - P251

거짓된 손길은 언제나 곁에 있는 것 같았으나, 거짓과 진실의 경계는 누가 보도 명확했고 사람들은 거짓보다 진실의 힘을 믿고 움직였다 - P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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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사이트 오브 유
홀리 밀러 지음, 이성옥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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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엘은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예지몽을 꾼다. 예지몽은 평범한 어느 날일 때도, 기쁠 때도, 슬플 때도 있다. 누군가의 죽음을 보기도 한다. 조엘은 이런 상황에 괴로워하며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지 않고자 한다. 나쁜 일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버겁기에. 그러다 카페에서 캘리를 만난다. 빠져들 수밖에 없다. 거리를 두려 하지만 같은 건물로 이사를 와서 더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든다. 그렇게 연인이 되고, 조엘은 마주치고 싶지 않던 연인의 미래를 본다.


사랑이 어떻게 끝날지 안다고 해도 그 사람을 계속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람을 멀리하려고 했으나 사랑에 빠져버리는 조엘의 모습이 안타깝지만 좋았다. 캘리의 매력에 같이 빠져가는 느낌이다. 사랑이 어떻게 끝날지 알아도 마음은 쉽게 접을 수가 없다.


나라면 이런 상황에 어떤 선택을 했을까 생각해봤다. 사랑하는 사람의 미래를 바꾸지 않았을까? 조엘도 예정된 미래를 바꾸며 살아왔듯이. ‘상대방을 위해’ 놓아주는 게 과연 사랑일까 싶다. 내가 생각할 땐 배려지만 상대방에게는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상대방의 미래에 내가 없는 게 더 나을 것 같다고 상대방을 놓아주는 것보다는 내가 더 나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편이 낫지 않나? 미래를 위해 현재를 힘들게 보내라고 할 수는 없다.


영화화가 확정됐다고 한다. 영화는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진다.

늘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안전해 보이잖아요. 꿈을 꾸지 않으면 실망할 일도 없을 거고요 - P114

무슨 말로도 표현이 안 됐어요. 사랑하는 마음이란 게 그렇죠 - P133

"자유를 사는 건 미련한 짓이 아니에요."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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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클의 소년들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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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가 한창이던 시절 개인의 아픔과 사회의 분위기를 생생히 그려냈다. 엘우드 커티스는 차를 얻어탔을 뿐인데 니클 감화소로 보내진다. '검둥이'의 말은 아무도 듣지 않고, 믿지 않는다. 감화소에서는 힘 있는 자가 약자를 학대하고, 때로는 죽인다. '도망쳤다'고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밀 묘지에 묻혀있다. 엘우드는 그 속에서도 문제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잃지 않고, 니클에서 만난 터너의 생각도 바꿔놓는다.


이 책은 형제복지원 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인종'에서 비롯된 차별이 아닐 뿐이지, 온갖 인권 유린은 다 일어났다. 흑인 식량을 빼돌려 팔고 온갖 학대를 다 하는 니클 감화소와 불법감금과 구타와 암매장이 가득했던 형제복지원이 무엇이 다를까. 인간 답지 않은 사람들로부터 얻은 고통이 강하게 와닿는다. 자유세계로 나아갈 수 있던 '에이스' 이름을 회사에 사용하고, 가혹 행위를 일삼은 스펜서의 이름을 내뱉지 못하는 모습에서 과거의 일이 몇십 년이 지나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타인에게는 과거지만, 그들에게는 현재다.


다행히 세상은 변했다. 엘우드가 원하던 '리치먼드 호텔에 유색인종 손님이 당당히 현관으로 들어오는 일'은 실현됐다. 다만 완벽히 평등한 사회는 아니다. 여전히 인종차별은 존재한다. 드러내지 못하는 차별도 있다. 흑백으로만 나뉜 많은 서양권 소설 내용에 비춰보면, 동양인에 대한 차별은 더욱 심각할 것이다. 하지만 1960년대와 지금이 다르듯, 언젠가는 더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싶다.

니클의 일이 언제나 그랬듯이 다른 누군가가 같은 이야기를 하기 전에는 아무도 그들의 말을 믿지 않았다 - P12

할머니는 사람들에게 옳은 일을 알려주는 것과 그 사람들이 그 일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 P28

"그 말이 맞는 것 같아. 나는 어렸을 때부터 백인이든 흑인이든 너희 같은 애들을 봤어. 그러니 너희나 나나 다를 게 없다는 걸 알지. 다만 너희가 조금 운이 없었을 뿐이야." - P116

법을 바꿀 수는 있지만, 사람들이 서로를 대하는 태도는 바꿀 수 없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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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장, 기억하기 쉬운 세계사
라인하르트 바르트 지음, 콘스탄체 구어 그림, 서지희 옮김 / 생각의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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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교과서를 쉽고 간결하게 정리했다. 왜 독일에서 15년간 스테디 셀러인지 알겠다. 가볍게(?) 선사시대로 시작해 고대, 중세, 근대, 19세기, 20세기와 현대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부분은 모두 짚어냈다. 기억에 남을 구체적 내용을 깔끔하게 담아낸 이 책은 교과서보다는 부담이 없다.


읽으면서 ‘오, 아는 부분!’ ‘이건 뭐였더라’하면서 신나기도 했고, 때로는 이보다 깊은 내용을 알고 싶기도 했다. 그냥 읽고 지나가버릴 것이 아니라 공부를 해두고 싶어진다. 성경이나 불교, 이슬람교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게르만족과 프랑크족과 바이킹족이 누구인지, 십자군 전쟁과 흑사병, 르네상스와 계몽주의, 파시즘 등 다양한 사안에 대한 정보들을 한 눈에 볼 수 있어서 좋고, 더 궁금한 건 따로 찾아볼 수 있어서 더 좋다. 마지막에 연대기까지 나와있어서 유용하기도 하고.

다만 이렇게 세계사에는 한국사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게 안타깝기도 하다. 일본과 중국은 잠깐이라도 한 챕터로 존재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나중에 먼 훗날엔 외국에서 배우는 세계사에도 우리나라가 더 많이 자리잡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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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SF #2
정세랑 외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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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차다. 그리고 재밌다. SF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이미 우리 생활 속 깊게 다가와 있는 SF에 대한, 그리고 SF를 위한 그런 글들을 모아뒀다.


책에는 SF 단편만 있는 게 아니다. 정세랑 작가의 강렬한 인트로로 흥미를 끌고, 초단편과 중단편의 소설로 재미와 감동도 준다. 인터뷰나 작가론에서 작가와 연출가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칼럼, 에세이, 리뷰, 크리틱에서는 SF의 진지한 모습을 고찰해볼 수 있다. 물론 읽고 싶은 책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SF는 배경 등에서 공상과학을 그려내지만 결국은 사람들의 현실을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아닌 경우도 물론 있겠지만 딱히 SF라고 특별하게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클론을 다룬 '수진'에서 남에게 생각보다 관심 없는 사람들의 모습과 본인 생각이나 타인의 생활이 어떻든 판매를 통한 돈벌이에 열중하는 미정의 모습,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 원하던 임종을 맞게 해주는 시스템이 나오는 '이토록 좋은 날, 오늘의 주인공은'에서 딸과 함께 살고 싶어하는 게 마지막 소원이었던 춘희 씨나 고통 받았던 과거의 삶을 버리고 싶어했던 강임 씨의 이야기, 0부터 9까지 숫자를 무작위로 입력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0부터 9까지'는 그 사람의 삶이 어떻게 되든 그 일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는 이유로 현진 씨를 억지로 그 일에 붙들어두는 부분 등이 그러하다. 결국은 사람의 이야기가 아닐까.

SF는 사실 일어난 적은 없을지도 모르지만, 누구에게나 한번쯤 일어날 법한 이야기들을 현실에서 벗어난 세계관 속에서 구체적인 장면과 언어로 대신 표현해 줌으로써, 미처 구체화하지 못했던 다양한 감정들의 결을 좀 더 분명히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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