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감정들 - 무엇이 우리를 감정의 희생자로 만드는가 자기탐구 인문학 4
조우관 지음 / 가나출판사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등학교 저학년 때 같은 반 아이가 "많이 울면 친구들이 싫어한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아마 그 때부터 난 잘 울지 않았던 것같다. 그깟게 뭐라고. 남성은 아마 더 할 거다.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 운다"는 말이 우스갯소리처럼 전해지는 걸 보면 말이다. 우리 사회는 감정을, 특히 '부정적'이라고 여겨지는 감정을 억눌러왔다.


저자는 감정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고 말한다. 다소 어색한 감정이 있을지언정 '틀린' 감정은 없다는 얘기다. 안 좋은 행위를 한다 해서 그것은 감정 자체가 아닌 그 행위의 문제다. 같은 일을 겪어도 누구는 대화로 풀고, 누구는 폭력으로 푼다. 슬픔을 술로 이기는 사람도 있고, 대화로 이겨내는 사람도 있다.


감정을 억누르는 데는 큰 정신력이 소모된다. 저자는 감정을 되찾는 데 늦은 시기란 없다고 한다. 행복이든 두려움이든 사랑이든 슬픔이든 감정 자체를 억누르지 말고, 어떻게 표현해나가야 할지를 생각해봐야겠다.


요즘 자꾸 화가 나거나 무기력하다면, 슬프거나 힘들다면 한 번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감정에 대해 생각해보고, 나의 감정을 다시 살펴볼 수 있게 해준다.

고진한다고 해서 꼭 감래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옆에 있는 행복의 작은 조각들을 슬쩍슬쩍 봐야만 한다. 큰 행복을 위해 작은 행복을 희생하면서 고통을 키우는 이상한 방법으로 미래의 달콤함만을 좇지 말아야 한다 - P63

남에게 친절한 사람일수록 No를 말하지 못하고 죄책감을 느끼곤 하는데, ‘쉬운 사람‘과 ‘좋은 사람‘은 다르다 - P23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카오와 네이버는 어떻게 은행이 되었나 - 핀테크 트렌드로 보는 밀레니얼이 원하는 미래 금융
김강원 지음 / 미래의창 / 2020년 12월
평점 :
품절


금융시장이 급변했다. 핀테크 기술은 이미 대다수 금융업계에 퍼져있다. 편한 이체 기술을 중심으로 고객을 모은 토스는 이미 관련앱 중 사용자 1위를 달성했다고 한다. KB금융은 은행 앱 구성을 간소화 하고 로그인 전 잔액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중요한 건 ‘고객의 편의성’이다. 기술이 뛰어나다고 해서 고객이 사용하는 건 아니다. 일례로 어느 가게를 가든 본인 지문으로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한 업체는 망했다고 한다. 개인정보 관리의 위험성뿐 아니라 지문을 등록하는 번거로움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대다수가 ‘잔액 확인’을 이유오 앱에 접속하니 첫 화면에서 잔액을 바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잡다한 건 다 없앴다. 금융상품마저 별로 없다. 사람들이 바라는 게 ‘다양함’이 아니라 ‘편리함’이라는 점을 확실히 드러내는 예가 아닐까 한다. 현지인이 카드가 별로 없으니 현금으로 충전 가능하게 한 그랩 페이나 알리 페이처럼 소비자 입장에서 ‘왜’를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즐거움'도 하나의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게임처럼 주식 거래를 하게 만든 로빈후드, 꽃이나 온라인 편집숍 등과 함께하는 국민은행, 과소비를 하면 팩폭을 날려주는 뱅크샐러드 등이 이런 부분에서 좋은 평가를 얻은 듯하다.


물론 따라하는 것만으로는 새로운 시대에 성공할 수 없다.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고, 기업만의 철학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왜 카카오뱅크가 1년 반만에 흑자로 전환됐는지 깨달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약간 다른 결이지만 ‘소파이’가 상당히 인상 깊었다. 학교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학자금 대출로 시작한 사업이 다른 대출부터 투자까지 다각도로 사업을 넓혀나가는 게 인상적이었다. 스탠퍼드에서 시작해 명문대부터 그 영역을 넓힌 게 성공 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 졸업하면 돈을 많이 벌 확률이 높았고, 대부분 학자금 대출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sky만 가입해 소개팅하는 앱은 있다고 했는데 이런 사업도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핀테크가 금융 기술 혁명이 아닌, 금융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임을 기억해야 한다 - P6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이 없는 어른도 꽤 괜찮습니다 - 내 삶을 취사선택하는 딩크 라이프
도란 지음 / 지콜론북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워킹맘' '육아대디'라는 말이 싫다. 예전에 여자들이 진출하기 어려웠던 분야의 직업에 '여'를 앞에 붙이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맘'이 육아를 하는 것과 '대디'가 육아를 하는 게 흔치 않다는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성별에 관계 없이 원하는 사람이 일을 하고, 육아를 하는 사회가 되어야만 이런 말이 없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 사회에서 육아란 여성에게 더 힘든 짐이 아닐까?


저자는 '딩크족'이라고만 하면 온갖 선입견에 부딪친다. '왜 아이를 낳지 않는지' '애 대신 개를 키우는건지' '남편은 괜찮다고 하는지' '부모님 허락은 받았는지'를 묻는다. 내 몸으로 내가 낳고 내가 쭉 키워야 하는데 왜 남의 허락이 필요하고, 이유가 필요할까. '나'를 대신할 수 있는 게 없듯 아이를 대신할 수 있는 것도 없다는 말에 공감한다.


아이와 함께하는 삶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마다 삶의 가치가 따르고 원하는 바가 다르다는 얘기다. 나만을 위해 돈과 자유를 쓰는 삶을 원하면 아이를 낳지 않을 수 있고, 아이를 낳고 싶으면 낳는 거다.


아직 결혼도 안 하긴 했지만, 결혼해도 아이는 낳고 싶지 않다. 행복해지는 건 내 의지와 생각이 중요하지, 뭔가가 있어야만 행복해지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나를 위해 사는 삶이 충분히 행복해서 '또 다른 행복'은 필요하지 않다. 나중에는 또 생각이 바뀔 수 있겠지만 말이다.

나와 내 남편은 어디에나 있을 법한 흔한 부부다. 다정하게 연애했고 죽을 때까지 함께 살자며 법률로 약속한 부부다. 그뿐이지 출산을 약속한 게 아니었다. 비출산의 이유를 억지로 지어내고 싶지 않다 - P10

사람마다 행복한 지점과 방법이 다르기에 비교하고 계산할 수 없는 가치와 존재가 있다 - P4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방촌의 채식주의자 - 휘뚜루마뚜루 자유롭게 산다는 것
전범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틀에 박히지 않은 그저 한 인간이고 싶었던 책방 '풀무질' 대표이자 출판사 '두루미'의 발행인, 사찰음식점 '소식' 대표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 밴드 '양반들'의 보컬 전범선이 자라온 이야기와 함께 쌓아온 생각을 풀어냈다. 민사고 졸업 후 다트머스 대학교를 가고, 컬럼비아 로스쿨에 합격하는 등 '탄탄대로'를 걷다가 다른 길을 선택한 연유, 채식주의를 하는 이유, 해방촌에서 스스로를 '해방촌장'이라 일컫는 이유가 흥미롭게 담겼다.


처음 와닿았던 부분은 '외국에서의 이름'이다. 예전에 어느 한국계 미국인 배우가 '유명해지면 어느 나라 이름이든 다 기억한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내 이름이 한국 이름이라 외우기 어렵다면 그 사람에게 내가 그만큼 중요한 인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도 미국에 잠시 있었을 때, 그들이 부르기 쉬우라고 굳이 내 이름을 바꿀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한국 이름을 고집했다. 친구는 다시 가르쳐주면 되고, 친해지면 다 비슷하게는 발음한다. 물론 스타벅스 같은 곳에서는 아무 이름이나 대기도 했지만 말이다. 저자는 거기에 더해 미국에서도 '성을 앞에 써도 된다'는 생각을 심어줬다. 선입견이란 참 무서운데 이렇게 하나하나 바꿔나간다는 게 대단하다.


그 다음은 제목에도 들어간 '채식주의' 부분이다. 군대에서는 내년부터 채식주의자를 위한 '맞춤식단'이 제공된다고 한다. 사회가 많이 변화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렵더라도 때로는 타협도 해가며 채식주의를 알리는 저자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저자에게 많은 깨달음을 준 책 '동물해방'도 한 번 읽어봐야겠다.


외국에서 살면서 오히려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자신의 뿌리를 깨달아가는 과정과 자유로이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인상 깊은 책이다.

내가 ‘한국인 이성애자 남성‘이라는 정체성의 울타리 안에 갇혀 있다는 사실이 싫었다. 그 울타리를 확장하는 일은 결국 공감의 영역을 넓히는 것이었다 - P55

세계화가 ‘미국‘화가 아닌 ‘다문화‘화였으면 좋겠다 - P102

문화예술 매체란 본질적으로 간접경험이다. 그 경험의 강도에 따라 고정관념도 깨지기 마련이다 - P119

동물해방운동은 동물이 느끼는 고통의 총량을 줄이기 위한 것이지 비건의 도덕적 숭고함을 주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 P15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치매 예방을 위한 두뇌성형
권준우 지음, 배상우 감수 / 푸른향기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치매를 피하고 싶다면 최소한 이 정도는 해라!”

고루하지 않을까 걱정했던 첫 인상과는 달리 굉장히 술술 읽히고 꽤 재밌다. 문장 자체가 잘 읽히기도 하지만 간간히 소개되는 치매 관련 영화와 치매를 이기기 위한 다양한 사례가 눈길을 끈다. 치매에 대해 꼭 알아야 할 일부만 전문적으로 서술하고, 나머지는 누구나 알기 쉽게 쓰도록 노력한 모습이 보인다.

저자는 치매 예방을 위한 방안으로 ‘인지예비능’ ‘기저질환 관리’ ‘생활습관 교정’을 꼽았다. 사람을 많이 만나고 외국어 등을 공부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기억의 시냅스를 풍부히 보유하고, 우울증이나 흡연, 비만 등을 잘 관리해야 하며, 몸에 좋은 음식을 챙겨먹어야 한다. 당연한 듯 보이지만 확연하게 결과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등한시하기 쉽다고 한다.

우리가 어느 병으로 병원에 가든 가장 많이 듣는 소리는 ‘건강한 음식을 먹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며 꾸준하게 운동을 하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니 최소한(?) 우리가 해야 할 것을 정리해준 책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관리하는 몸이 다르듯 관리하는 뇌도 다르다고 한다. 기억력을 미리 지켜야 나중이 다를 것이라 믿어야 하지 않을까?

참 친절하고 재밌는 책이니 주변 어르신들께 선물하기 좋을 듯하다. 치매에도 종류가 이렇게나 많은지, 어떤 질병이 치매에 영향을 미치는지 미처 몰랐다. 특히 치매 환자 가족들에게 주는 팁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책에 대해 말씀드리니 아버지께서 이 책을 궁금해하셔서 드리기로 했다. 아주 유용한 책이길.

우리의 뇌는 끊임없이 새로워지고 있다. 어제와 같은 뇌는 없다. 뇌는 발전하기도 하고 퇴보하기도 한다 - P62

환자를 탓하지 말자. 환자 탓이 아니다. 병 때문에 그런 것이다 - P21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