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하나 구하기가 이렇게 힘들구나

생애최초주택구입 표류기 - 2년마다 이사하지 않을 자유를 얻기 위하여
강병진 지음 / 북라이프 / 2020년 7월

인간생활의 기본 요소라 불리는 ‘의식주’ 중 가장 구하기 힘든 게 ‘주’다. 돈은 없어도 집은 필요하다. 저렴한 집도 구하기 힘들지만, 사고 파는 타이밍도 맞아야 한다. 돈이 있어도 사지 못할 수도 있다. 이렇게 어려운 ‘집 구매’ 미션을 처음 도전하고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을 날 것 그대로 그려낸 책이다.

보통은 결혼해서 집을 구하거나 회사, 학교가 멀어 근처로 집을 구한다. 그냥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아니, 여자친구가 서울에 왔을 때 좀 더 편히 있을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그것도 살던 동네에 또 다른 집을 구하는 건 굉장히 드문 경우다. 금전적으로는 좋지 않은 결정일 수 있다. 근처에 가족이 사는데 대출까지 받아서 또 다른 집을 구한다고 하면 말릴 가능성도 높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매를 결정한 저자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기껏 계약금을 내고 왔는데 어머니가 “다시 생각해보자” 했을 때는 나도 답답했다. 기껏 힘들게 집을 알아보고 결정을 했는데, 다 결정한 뒤에 초치면 엄청 화나는데 그래도 잘 버티긴 했다 싶었다.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 매번 그래왔었다니 스트레스가 심각했을 법도 한데, 결국은 어머니가 자신의 성격대로 살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마무리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빌라를 구할 때 주의할 점이라거나 유용한 점, 비록 호구일 수밖에 없겠지만 그나마 집값을 낮추는 법 등에 대해서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나중에 내가 집을 구한다면 대출은 아파트만 쉽게 받을 수 있고, 대출 받으면 30일 이내에 돈을 내야 하고, 은행은 수없이 오고가야 한다는 점 등 저자가 뼈아픈 경험으로 알아낸 정보가 아주 유용할 듯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신축 빌라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내 편은 아무도 없었다. 인생 대부분의 일이 그러하듯 - P122

어차피 이 게임에서 나는 호구고 패자일 수밖에 없다. 다만, 나는 이 과정에서 나름의 시간을 끌며 그들이 여러 번에 걸쳐 다른 금액을 말하도록 했다 - P134

돈세탁의 진실

머니랜드 - 사악한 돈, 야비한 돈, 은밀한 돈이 모이는 곳
올리버 벌로 지음, 박중서 옮김 / 북트리거 / 2020년 7월

'21세기 해적질'이라니 얼마나 적절한 표현인지! 돈세탁에 대해 낱낱이 파헤치는 이 책은 자국민의 돈을 뜯어내 살기 힘들게 하는 동시에 본인의 부를 축적한 독재자, 그 은밀하고 사악한 돈이 유통되는 방법, 그런 상황이 가져오는 결과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 조사를 바탕으로 설명한다.

청렴해보이는 나라도 돈세탁은 이뤄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러운 돈'도 돈으로서 가치를 인정 받으며 이용된다. 탈세는 기본이다. 무국적 달러화와 무기명 채권 등이 머니랜드를 만들어낸다.

그 중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외교관의 면책특권을 이용해서 이혼 시 위자료를 주지 않으려고 했던 부분이다. 나머지도 충격적이기는 했으나 면책특권을 저렇게 써먹을 생각을 했다는 자체가 너무나도 놀라웠다. 면책특권 철회도 가능하다고 하지만, 정부에 도움을 주는 사업을 주도하는 한(특히 금전적으로 도움을 준다면) 국가는 이를 철회를 할 의사가 없을 수 있다고 한다. 위자료 청구는 폭행죄 등 형사사건이 아니라 민사사건이라는 이유로 국가에서도 나름대로의 명분을 가지고 도망칠 수 있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무서움이란 정말 대단하다. 공동체의 돈을 가져가고, 그걸 역외에 보관하고 나중에 사용하고. 우리가 알지 못하던 도둑이 얼마나 있을까?

세계 어디에 있는 법률이든지 간에, 머니랜드의 법률은 어느 때라도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부유한 사람들에게 최적화되어 있다 - P41

머니랜드인은 공동체에서 훔친 자기 자산을 그 바깥에 간직할 수 있기 때문에, 공동체 안에서 장기적으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 P43

구멍이 있는 곳에는 어디든지 머니랜드가 있게 마련이었으며,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이 나머지 모두에게는 부정되는 특권과 가능성에 접근하게 만들어 주는 전문가들이 있게 마련이었다 - P203

정의는 계속해서 국경을 넘지 못하며, 그런 일이 일어날 때 처벌받지 않고 빠져나가는 사람은 단지 도둑만이 아니다 - P280

날 것 그대로의 자전거 여행기

오늘도 아무 생각 없이 페달을 밟습니다 - 58일간의 좌충우돌 자전거 미국 횡단기
엘리너 데이비스 지음, 임슬애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6월

58일간 자전거를 타고 미국 횡단을 하면서 그려낸 삽화를 글과 함께 전한다. 그저 낭만만을 담아낸 것이 아니고 굉장히 현실적이다. 자전거 여행의 현장감이 확실하게 드러난다. 엄청나게 힘들어하고, 집에 가고 싶어한다. 약간의 후회를 하기도 한다. 힘들어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이겨내는, 굳건한 의지를 보이는 여타 여행기와는 사뭇 다르다. 감동을 살짝 받으려고 할 때마다 소소한 웃음을 준다.

엘리너 데이비스는 자전거 여행은 혼자 하지만, 계속 혼자는 아니다. 안전을 위해 남편과 같이 왔다는 거짓말을 하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과 일정을 비교해보기도 한다. 완두콩이 싫어서 깍지콩으로 찜질을 하면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사람과 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숙소에서 씻기도 하고, 아픈 무릎을 치료받기도 한다.

저자는 무조건 끝까지 기운을 해내라고 말하지 않는다. 힘들면 쉬어도 좋고, 포기해도 좋다고 한다. 너무 강박적으로 달려가기만 하지 않아도 좋다고 말해주는 것만 같다. 연필로 사각사각 그려낸 듯한 그림과 글이 마음을 위로해주는 듯하다.

손글씨의 매력에 한 번 푹 빠져보자.

영어공부를 알차게 할 수 있게 해주는 책

무조건 통하는 압축 영어 - 순수 국내파 영잘러 김태훈의 실전 영어 필살기
김태훈 지음 / 북라이프 / 2020년 7월

정말 필요한, 내가 사용할 만한 문장들로 가득한 영어 공부책이다. “이거 어떻게 말하지?”했던 문장은 여기 다 있는 것만 같다. 보거나 들으면 무슨 뜻인지 아는 기본적인 문장이면서도 막상 생각 안 나는 그론 문장들이 참 많았다. 여행에서도 직장에서도 이 책에 있는 문장만 완벽히 습득해도 생활에는 지장이 없지 않을까 싶다.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문장과 연습 문제, 알아두면 좋을 팁들을 함께 적어내서 굉장히 유용하다.

그뿐 아니라 문장의 기초가 되는 문법도 설명했다. 문장을 외워두며 동시에 공부하면 큰 도움이 될 듯하다. 또 대화에서 필수적인 발음을 영상으로 배워볼 수 있다. 책과 병행하면 좋을 유튜브나 앱을 추천해주는 마지막 챕터까지 참 알차다.

알차고 실용적인 이 책, 두고두고 한 챕터씩 필요할 때 보면 좋겠다.

현재를 즐기는 현재 세대의 모습

우아한 가난의 시대 - 2020 문학나눔 선정도서
김지선 지음 / 언유주얼 / 2020년 7월

“가난하다고, 돈이 없다고 말하면서 모든 걸 즐기고 다닌다.” 현 세대의 모습은 ‘우아한 가난’으로 축약된다. 마카롱 하나 안 먹고 좋은 호텔 한 번 안 가고 여행 한 번 안 떠난다고 집을 살 수 없다. 150년을 아끼며 집을 구하기보다는 현재의 즐거움을 찾는다. 작은 방이라도, 옷걸이가 무너질 것 같아도 15만 원 짜리 룸스프레이를 사고 비싼 스피커를 산다. 일상의 사치를 즐기지만 그 사치는 일상의 일부분일 뿐이다.

정형화된 ‘가난’의 이미지에 맞춰 살 필요 없다. 가끔은 나만을 위한 사치가 필요하다. 적은 돈으로도 품위 있는 생활을 영위하고 싶은 게 죄는 아니다. 차상위계층이어도 비싼 돈까스를 먹을 수 있고, 곤궁해서 장학금을 받더라도 뮤지컬을 즐길 수 있다. 계속 가난할 것이기에 더 늦게 전에 우아하게 살고자 한다는 말은 슬프지만, 부자가 아니라고 해서 모든 걸 즐기지 못한 채 살아가야 하는 건 아니다.

기성세대는 가난하다면서 돈을 쓰는 밀레니얼 세대의 모습이 이해되지 않을 수 있지만, 어차피 쭉 가난할 거라면 그 안에서 돈이 다소 들더라도 행복을 찾는 게 나쁘진 않을 것이다. 해외 여행을 1년에 4번 내외를 가는 내게 아버지는 이해할 수 없다고, 덜 쓰면 더 많은 돈을 아낄 수 있지 않냐고 하셨지만 나는 여행을 포기할 수가 없다. 그래서 보면서 공감이 되는 걸까.

그리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요즘 세대의 소비 방식에 대해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쉽고, 또 공감이 되게. 큰 행복을 바라기엔 너무 힘드니까 ‘소확행’이라도 바라는 현실이 슬프기도 하지만, 현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는 또 좋기도 하다.

망각은 편안하고 달콤한 반면 자각은 불편하고 괴롭다. 그러나 내가 지금 삶을 아껴 두는 대신 써 버리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삶을 낭비하는 것은 젊음의 특권이지만, 젊음의 속성이 그러하듯이 낭비는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 - P10

최고의 스펙에도 불구하고 형편없는 연봉을 받게 된 세대가 눈앞의 케이크를 탐닉하고 있는 이유는, 이것이 돈의 효용을 극대화시키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현실 감각이 없는 게 아니라 이것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인 것이다 - P20

전통적인 의미의 사치품은 주로 값이 비싸고, 글래머러스하고, 떠들썩하고, 누구나 인정할 만한 것이었다. 새로운 세대의 사치품은 보다 개인적이다 - P79

언젠가부터 우리는 무의미의 우주에 질서를 부여하려 하고, 이름을 붙이며, 아무것도 버리지 못한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무거워진다 - P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