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특별한 우울 - 우울증에 걸린 정신과 의사의 치료 일기
린다 개스크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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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울증에 걸린 정신과 의사가 쓴 본인, 그리고 본인이 맡은 환자들의 치료 일기를 써내려갔다. 저자는 우울증을 진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제에 공감하며 환자뿐 아니라 본인도 치유해나간다. 물론 다른 의사의 도움을 받아서.


정말 솔직해서 누군가를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그 사람의 머릿속에 들어가보는 느낌까지 든다. 본인이 바람을 펴서 이혼한 사실과 어머니와의 불화 같은 건 쉽게 얘기할 수 없을 것 같은데 말이다. 심지어 유부남을 만난 사실을 책에 남기다니! 본인 상담을 맡았던 E가 갑자기 사라진 이유를 알았을 때의 반응도 충격이었다. 보통이라면 욕할 이유인데도 애정이 가장 먼저 드러난다는 게 놀라웠다.


저자는 아버지의 임종과 어머니와의 다툼, 그리고 우울증. 이 모든 걸 겪으면서 오히려 상담자들을 더 잘 이해한다. 의사가 우울증이면 좀 불안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비슷한 감정을 겪어본 사람이라 더 와닿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말했듯 중요한 건 신뢰니까, 나를 이해할 수 있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면 신뢰도 더 쉽지 않을까?


그렇다고 사적인 이야기 전달로만 그치는 건 아니다. 심리학적 분석과 그에 따른 처방, 그리고 본인이 어떤 처방을 받았을 때 달라진 점 등을 모두 상세히 서술했다. 신뢰와 강박, 외로움, 소통 등의 문제에 대해 저자가 겪은 일과 저자의 환자들이 겪은 일을 엮어서 보여주니 더 이해가 쉽다.


상실의 아픔을 겪지 않을 사람은 없다. 아직 겪지 않았다면 아픔을 미리 들여다볼 수 있고, 겪었다면 일부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을 만한 책 같다.

그러나 상실의 아픔을 치유하려면 먼저 꼭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내가 아버지를 잃었을 때 하지 못한 일이다. 그것은, 상실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 P64

나는 무엇보다도, 내가 죽는지 사는지에 그가 관심을 갖는다는 확신을 느끼고 싶었다. 그런 기본적인 인간적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그와의 상담은 잘해야 의무처럼 느껴질 뿐이었고, 다른 건 제치고서라도 비용만큼의 가치가 없었다 - P146

아픈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의식의 전면에 다시 떠오를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을 뿐이다 - P203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남들의 기대에 맞춰 살기 마련이다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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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은 보이지 않아도 태도는 보인다
조민진 지음 / 문학테라피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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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하고, 또 공감하다가 다짐하게 만든다. 16년째 기자로 지내온, 그리고 작가로 새로운 자아를 만들어낸 저자의 마음가짐은 너무나도 본받고 싶다. 진심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태도는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고 말의 진정성을 다르게 느끼게 해준다. 왜 저자에게 이런 주제로 책을 써달라고 했는지 읽다보면 너무나도 이해가 되고, 편집자의 눈에 감탄하게 된다.


특히 와닿았던 부분은 일터에서 날것의 마음을 드러낼 필요가 없다는 부분이다.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는 내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의사 표현은 해야하지만, 감정은 드러내면 드러낼수록 후회하게 된다. 적당한 거리감과 적당한 감정을 드러내기란 불가능에 가깝겠지만 적어도 노력은 해야 한다.


후배의 문장을 고쳐주면서 “문장 고치면 싫어하겠지”와 “잘 다듬어줬으니 좋아하겠지”의 마음이 공존하는 부분에도 공감이 됐다. 사람마다 글 쓰는 방식이 있어서 싹 고쳐버릴 순 없는데, 비문이거나 맞춤법을 틀리는 것에 반해 문장이 너무 길다거나 감정이 너무 들어갔다거나 부사가 과하다는 등 지적은 조금 어렵다. 그렇다고 안 하지는 않고, 더 고쳐주려다가 그냥 두기도 한다. 나도 완벽하지 않으니까. 또 내 글도 아닌데 상대에게 너무 스트레스를 주면서 고치나 싶기도 하고. 나도 점점 익숙해지겠지만 아직도 참 어렵다.


잘 들으려면 대화 주제를 잘 알아야 한다는 점도 숙지해둬야 한다. 대화가 매끄럽게 이어지려면, 이해가 돼야 한다. 이해를 하지 못하면 묻고 공부해야 한다. 그냥 앉아만 있으면 저절로 깨칠 수는 없다. 당연한데도 생각보다 어려운 문제다. 의욕이 있으면 가능하겠지만.


일단 회사에서는 말을 안 해야 반은 가는 것 같다. 자주 다짐해왔지만, 자꾸 말을 꺼내게 되는데 이제 정말 말을 말아야겠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너무 감정에 치우치지 않도록.

물론 나는 내게 애정을 갖고 있고, 스스로를 최대한 좋게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판단의 근거를 제공해 주는 객관적인 팩트(fact)를 미화하거나 수정하긴 어렵다. 평가의 주체로서 자신을 직시할 때면 때때로 더 크게 좌절하고 상처받는다 - P17

일터에서 날것의 진심을 섣부르게 내보여서 좋을 건 없다. 아무리 솔직한 게 좋다 해도 감정이나 마음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건 적어도 일터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차츰 알게 되었다 - P38

직장은 늘 유연성을 요구한다. 내가 절대 하지 않을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 게 좋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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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없고, 잘하고는 싶고 - 10년 차 서점인의 일상 균형 에세이
김성광 지음 / 푸른숲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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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로 정리하면 10년 넘게 서점 직원으로 일해온 사람의 육아 에세이가 아닐까 싶다. 온라인 서점 MD로서의 업무도 잘하고 싶고, 아이를 잘 돌보고도 싶지만 시간은 없다. 책을 읽을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저자는 '워라밸'도 중요하지만 '라라밸'의 중요성을 피력한다. 부모로서의 삶과 개인으로서의 삶 모두 '라이프'이기에 어느 하나 놓칠 수 없고, 모두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나는 아이를 키우는 지인이 별로 없어서 서점 이야기가 더 많았으면 했지만, 육아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엄청나게 와닿을 것 같다.


일도 그렇지만 일하는 과정에서의 인간 관계란 참 힘들다. 완전 감정을 버리고 일하는 건 불가능하고, 그러다보면 쓸데없이 과한 감정을 표출하기도 한다. 저자도 힘들고 지치면 일을 하며 짜증을 내기도 하고, 기계처럼 같은 말을 반복하기도 했다. 수많은 책을 다 메인화면에 소개해줄 여력은 없고, 모든 책을 사들일 수도 없는 상황에서 상대방에게 일일이 양해를 구하기도 어려운 일이었을 거다. 상황과 여건의 탓이라고 해버리기엔 왜 더 긍정적으로 반응해주지 않았을까 고민하는 저자의 모습이 대단하다 싶었다. 나에게 잘못을 돌리는 게 참 어려운 일인데도. 나는 과연 무엇을 탓하고 있을까.


저자는 아이에게서 배울 점을 찾는다. 아이와 대화하며, 아이를 바라보며 많은 것을 느낀다. 평소에도 많은 생각을 하고,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듯하다. 나도 모든 일에서, 모든 이에게서 배울 점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게 서점이란 책 한 권을 사서 나가는 곳일 뿐 아니라, 오래 살펴보며 새로운 책을 발견하고 마침내 어떤 세계로 들어서는 곳이었다 - P8

각자의 최선이 우리의 최선 - P114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고민은 아이를 대하는 태도뿐 아니라 세상을 대하는 태도를 성찰해보는 데까지 다다라야 할 것 같다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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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위상학 한병철 라이브러리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김영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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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이란 무엇일까. 흔히 생각나는 건 육체적 폭력이다. 그 다음은 정신적 폭력. 저자는 그 모두를 포함해 폭력의 변화 과정에 대해 저술했다. ‘피로사회’에 전개된 사유에 깔린 폭력의 논리를 담았다고 한다.


과거에는 가시적인 형태에서 숨겨진 형태로 바뀌었다. 범인은 자신을 가리며, 폭력조차 숨긴다. 디지털 바이러스와 같이 노골적이기보다는 매개를 이용하며, 육체보다는 심리를 공격한다. 폭력은 점차 자기 자신을 향하고, 이 시대의 폭력은 내부화, 습관화, 심리화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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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응 방법도 변화했다. 원시 사회에서는 폭력에는 폭력으로 대응했지만, 이제는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형벌 시스템을 이용해 폭력을 예방하고자 하며, 이는 폭력이 늘어나는 걸 어느 정도 막아준다. 자본은 무한한 시간의 환상을 낳고, 죽음에 대항하는 수단으로 그려진다.


현대 과잉생산사회에서는 긍정성의 폭력이 나타난다. 이상적이지만 뭔가를 이루는 과정 혹은 그 결과에서 후유증이 나타난다. 우리 자신을 망가뜨리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후유증이 오고 난 다음에야 그 사실을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다. 폭력을 자유로 착각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 무섭다.


일단, 참 어려웠다. 이해가 되는 부분도, 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도전하면서 읽게 되는 기분이었다. 리뷰에 틀린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여러 번 곱씹고, 또 진지하게 오랫동안 읽어야 할 듯하다.

성과주체는 궁극적으로 자기와 경쟁하며 자신을 뛰어넘으려고 시도한다. 이로써 치명적인 경주가 시작된다. 언젠가 실신할 때까지 자기 주위를 끝없이 맴도는 경주 - P77

진정 막강한 권력을 쥔 지배자는 폭력을 휘두르겠다는 협박이나 반복하면서 권력을 유지하지 않는다. 물론 폭력을 동원하여 억지로 권력을 획득할 수는 있겠지만, 폭력의 강제를 통해 얻어낸 권력은 견고하지 못하다 - P111

한 인간이 인터넷에 제공하는 데이터만 분석하더라도 그가 지금까지 자신에 대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이 투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인터넷은 그 무엇도 잊어버리지 않고 그 무엇도 기억에서 밀어내지 않는다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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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좀 괜찮아지고 싶을 때 - 이따금 우울하고 불안한 당신을 위한 마음의 구급상자
이두형 지음 / 심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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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쓴 마음 돌봄서. 내 마음이 힘든 이유가 뭔지, 그리고 어떻게 해결해나가면 좋을지를 담았다.


누구나 과거에 고민했을, 현재 고민하고 있는, 그리고 미래에 고민하게 될 일을 모두 적어놓은 듯하다. 이 책에는 그간 살아가면서 겪었던 많은 일들에 대한 이유가 적혀있다. 왜 일을 자꾸 미루게 되는지, 왜 나쁜 놈을 계속 만나는지, 목표를 이룬 사람이 왜 힘들어하는지를 알려준다.


해결책도 함께 제시한다. 긴장이 될 때 편안한 환경을 떠올리고, 번아웃 증후군을 겪을 때 워라밸을 지키며 행복을 찾고, 나를 싫어하고 거절할까봐 두려워하는 마음이 들 때 그 걱정이 타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닫고, 수량화되고 계량화 된 목표가 아닌 가치를 따르는 삶을 살아가도록 해야 하고. 타인과의 관계 설정에서도 도움이 된다. 이상화와 평가절하를 경계하며 누구에게나 장단점이 있음을 생각하고, 우울한 사람에게는 해결책이 아니라 그저 옆에 있어줘야 할 때도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은 건 당연하지만, 내가 함께 있어야지만 그 사람이 행복해지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책을 읽으며 마음이 힘들 때 공통적으로 가장 중요한 건 ‘소소한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 속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다 보면 어느새 힘든 점은 잊힌다. 물론 바로 나아지는 건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고통은 흐려진다. 힘들 때 그 고통, 그 슬픔에 너무 집중하지 않도록 해야겠다. 온전히 쉬면서 마음을 돌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잊지 않고. 나 자신에 대해 알아가면서 점점 더 나 자신에게도 관대해져야겠다.


여행도 다니지 못하고 마스크에 갇혀있는 현재가 참 힘들고 지쳤다. 이렇게 힘들 때 읽으니 소소한 위안이 된다.

편견은 한 번도 힘들어보지 않은 이들의 시각이 아니라 절실한 아픔을 회복한 이들의 경험에서 비롯될 수도 있다. 서글픈 역설이다 - P32

또한 아끼고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실망했다면, 어쩌면 그의 문제가 아닌 내 환상에 기인했을 수도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 P112

마치 삶의 원리가 그렇게 만들어진 것처럼 우리는 서로 끊임없이 사랑하거나 미워하거나 무관심할 것이다 - P141

‘마땅히 그래야만’ 하는 삶은 없다 - P215

오늘 하루가 행복할 것이라 해서 내일도 무작정 행복할 예정은 아닌 것처럼 어제까지의 불행이 오늘도 고통스러울 것임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 P229

당연히 오늘을 산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실은 그동안 얼마나 과거와 미래에 사로잡혀 있었는지. 어제와 내일이 가득 찬 마음에 오늘이 들어올 틈은 없다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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