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뇌를 열었을 때 - 수술실에서 찾은 두뇌 잠재력의 열쇠
라훌 잔디얼 지음, 이한이 옮김, 이경민 외 감수 / 윌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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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신경외과 일, 얼마나 뇌 수술에 애정이 많은지 느껴지는 책이다. 수술 사례와 함께 뇌의 기능을, 그리고 두뇌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생각보다 재밌다. 그리고 어렵지 않다.


새로운 사실도 많이 알았지만, 잘못 알고 있던 정보를 많이 알 수 있어 특히 좋았다. 레드와인이 특별히 다른 술보다 좋은 건 아니고 좌뇌와 우뇌 역할이 완벽히 나눠진 건 아니다. 뇌진탕을 겪으면 다 뇌 손상을 입는 것도 아니다. 아침을 꼭 먹어야 하는 건 아니고 전기자극은 효과도 있다고 한다.


두뇌를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는 방법도 꽤 다양하다. 두 가지 이상 언어를 하거나 교육을 받고, 식습관을 조절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붉은 육류와 포화지방, 당류를 내가 줄일 수 있을까? 밖에 나가서 돌아다니기도 하고 적당히 사람을 만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가끔 명상도 하고 늦잠도 자야 한다. 일주일에 두어 번 간헐적 단식을 하는 것도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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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잘 몰라도, 문과여도 (첫 부분만 무사히 넘기면)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그러니까 머리가 좋다고 해서 꼭 현실 세상에서 필요한 능력을 발휘하는 건 아니라는 말이다 - P40

잠을 자는 동안 쉼 없이 이루어지는, 뇌와 관계된 수많은 활동이야말로 생명의 필수 요소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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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지 않을 이야기 - 팬데믹 테마 소설집 아르테 S 7
조수경 외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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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곳곳에서 '불편한 부분'이 드러난다. 비정규직으로 생계를 위해 병이 의심되는데도 일하는 소영(그토록 푸른), 아들보단 딸에게 신경을 덜 쓰지만 그 사실을 인지 못하는 평범하고 착한 엄마, 애들 몸캠을 얻어내는 피싱범(특별재난지역), 전염병은 무조건 남의 애 탓하는 엄마, 여아나 선생을 만지고 성폭행하려고 하는 쓰레기들(두), 사이가 좋지 않은 가족(쓰지 않을 이야기) 등이다.


특히 성차별 문제가 두드러진다. 성차별은 흔하다. 차별인지 인지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나에게는 있을 수 있는 일, 차별적인 이야기가 남에게는 과장된 일, 전혀 차별적이지 않은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독서토론을 하며 알았다. 같은 사건을 두고도 시선이 다르다. 이 책을 읽으며 어떤 부분에서 차별을 느꼈는지 독자들에게 물어보면 성별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이해하려 해도 '내(가 겪을 수도 있는) 일'과 '남의 일'은 다른 문제니까.


괴로운 청춘의 이야기도 와닿았다. 생계를 위해 살아가다가 병에 걸리는 이야기를 보며, 매일 회사에 나가는 나를 생각했다. 병에 걸리기는 싫지만 집 밖에 안 나갈 수는 없고, 어차피 돈은 벌어야 한다. 매일 식사를 싸올 수도 없다. 쉰다고 해서 코로나는 없어지지 않고, 일도 없어지지 않는다. 늘어날 뿐이다.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자 한다는 아르테의 취지가 좋았다. 더 길게 썼다가 몇 번을 지웠다. 나도 그 사이 어딘가에 남고 싶다. 적당한 상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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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책방의 비밀 연애 상상 소설 시리즈 1
김지혜 지음 / 상상앤미디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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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아는 자신의 말을 들은 체도 안 하거나 말을 잘라먹고 아픈 건 신경도 안 쓰는 남편 지석 때문에 지쳐있다. 시가와 식사하면 세아에게는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다. 친구 수희를 만나러 프랑스에 갔다가 우연히 우진의 도움을 받고, 만남이 계속된다. 작가 우진은 프랑스에서 서점을 하며 12년 된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와 사귀면서도 본인을 놓지 못하는 걸 보며 속이 곪고 있다.


꿈 없이 가족만을 위해 희생한 엄마의 고통을 잘 담았다. 자신을 잃고, 결국은 엄마까지 잃으면서 슬픔만을 계속 간직하고 있었다. 의무만 계속해야 했던 세아는 우울감이 가득하다. 세아를 돌봐주는 사람은 없고, 돌봐야 할 사람만 있다. 자신이 좋아했던 일, 꿈은 뒷전이다. 꿈 없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의 사람은 얼마나 무기력한가.


다만 아무리 아름답게 꿈처럼 풀어냈더라도 불륜은 불륜이다. 정신적인 불륜. 물론 책에서는 남편 지석이 완전한 악인, 쓰레기로 그려 세아에게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일을 막고자 했다. 지금뿐 아니라 예전에 진작 버렸어야 할 사람이라고. 이혼이 말처럼 쉽지 않기에 오히려 이야기가 현실적인지도 모르겠다. 계속된 불륜을 알면서도 아이 때문에 살고, 결국 그 관계에서 안정을 찾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서 온기를 찾는다. 나쁜 놈과 같은 잘못(물론 지석이 훨씬 심각)을 하면 안 되는데, 사람의 감정이란 맺고 끊기가 참 어려운 듯하다.


쉽게 읽히지만 클리셰가 반복된다는 느낌이 있다. 그래도 세아와 우진을, 특히 세아를 응원하고 싶어진다. 각자 힘든 길을 걸어왔고, 서로에게 따뜻함을 찾을 수가 있으니까.


표지부터 '사랑'이 넘친다. 그래도 꿈 얘기가 더 나올 줄 알았는데 사랑 얘기가 주를 이뤄서 조금 아쉽기도 했다.

엄마들도 아빠들처럼 다 똑같이 꿈도 있고,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고 있어요. 당신도 같이 학교 다녔던 여자 친구들 다 하고 싶은 일 있었고, 꿈도 있지 않았어요? 저도 그랬어요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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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에게 필요한 11가지 약 이야기
정승규 지음 / 반니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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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임약, 위장약, 당뇨약 등 이제는 너무나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던 약도 이전에는 아주 큰 한 걸음이었다. 책에는 인류를 바꾸는 큰 공헌을 한 약 11가지에 관련된 전문적인 이야기부터 일화 등이 담겨있어 흥미를 자아낸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피임약 부분. 여행을 위해 종종 먹는데 '부작용'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어서 불안했다. 외국에서는 신경 안 쓰는 것 같아서 신체상 차이 때문인가 싶었다. 그런데 부작용을 많이 극복했음에도 우리나라에서 대중화되지 못했다고 한다. 여성 스스로 권리를 위해, 필요해서 먹은 게 아니라 '산아 제한'을 위해 국가가 주도한 부분이어서 인식 자체가 다를 수 있다는 부분에 설득력이 있었다. 많은 약이 초반보다 더 나아졌다.


저자는 약학에서도 발전을 위해서는 의견을 자유로이 논할 수 있는 사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다름을 인정하고, 연공서열에 따른 권력만이 있어서는 안 된다. 틀릴 것을 염려하지 않고, 윗사람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하게 다양한 생각을 이야기하는 날이 오기는 할까?


책에는 시저가 대머리 콤플렉스가 있어서 월계관을 썼다거나 탈모약을 자르면서 나오는 가루를 여성이나 아이가 만지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 유전자 가위로 유전자의 특정 부위를 잘라낸 적이 있다는 사실 등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다. 다만 전문적인 부분도 많아서 다소 어려운 부분도 있다. 어렵게 풀어내지는 않았기 때문에 평소 약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문제 없이 읽을 수 있을 듯.

반박하고 반증할 자유를 통해 검증을 거쳐 살아남는 것이 진리에 가까울 수 있기 때문이다 - P150

질문을 던지고 답변하는 과정에서 다양하고 이질적인 생각이 섞여 창조적인 발전이 일어난다 - P151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일에서 창조력이 발휘되면 그것을 기초로 혁신이 일어난다 - P154

좋은 용도로 사용하면 명약이 되지만 나쁜 곳에 사용하면 이보다 악한 약은 없다. 약의 활용은 사람의 마음에 있다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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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
도노 하루카 지음, 김지영 옮김 / 시월이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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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평점 1점 혹은 1점, 논란의 수상작. 나는 과연 몇 점을 주고 싶을지 궁금해하며 읽게 됐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요스케는 모교 럭비부에서 코치를 맡고 있다. 근육 트레이닝도 열심히 한다. 공연에서 만난 열아홉 살 신입생 아카리와 친해지면서 여자친구 마이코와는 헤어진다. 아카리는 점점 성적 자극에 중독이 되고, 요스케와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사람들에게, 특히 이성에게 관심을 받는 요스케는 겉으로는 정말 ‘성실하고 멋진 사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시점에서 서술되는 이야기를 보면, 요스케는 습관적으로 ‘공무원이 될 사람이니까' 상식적으로 행동한다. ‘내 여자친구니까’ 잘해준다. 감정보다는 이성이 앞서고, 양심이나 도덕보다는 본인 삶을 중시한다. 눈물이 나도 슬플 이유가 없으면 그치는 식이다. 성공한 ceo 중에 소시오패스가 많다고 한다. 어쩌면, 요스케도 그대로 공부하고 지냈다면 성공한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주인공의 시점에서 읽는데 주인공이 너무 변태같고 이상해서 1점을 왜 줬는지 너무 이해가 된다. 너무 달라서 파격적이다. 공감하며 볼 수는 없지만 내용이 색다르고 호흡이 빠르다.

사람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보는 편이 아름다우니까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지만, 생각해보면 사람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가 그렇다 - P34

고기는 역시 맛있고, 입에 넣으면 기분이 좋다. 껌처럼 간단하게 항상 고기를 씹을 수 있다면 매일이 좀 더 행복해지리라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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