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조금 보다 때려치워서 원작소설도 읽을 맘이 없었다. 그래서 작가 정세랑에게도 관심이 없었는데, 알라딘에 들어가면 자꾸 눈에 띄는 설자은이 궁금해서 읽었다가 푹 빠져서 정세랑을 기억하게 됐고 결국 이 책도 읽게 됐네. 좋았다. 좋지않은 것들과 싸우는 소설이 이렇게 알록달록 폭신 몽글한걸 본 적이 있던가. 어둡고 무겁지않아 좋았고 가볍지만 너무 가볍지않아서, 마음에 남을만큼 무게가 있고 따뜻해서 좋았다. 설자은도 그랬지만, 정세랑은 기본적으로 따뜻하고 곧은 사람이구나 싶었다.
책은 몰입해서 재미있게 거의 다 읽어가는데, 아무래도 거슬리는게 있어 일단 짚고 넘어가고자.105쪽 ... 경사도 가파르기 때문에 그 쪽으로 내려오기는 여간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476쪽 역시 다른 사람인 척하는 게 여간 쉽지 않은...두 문장 모두 문맥을 보면 매우 어렵다는 얘기임을 알 수 있다.그런데 여간 쉽지 않다, 는 말은 아주 쉽다는 말이다. 정반대의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인데 역자의 잘못인가, 혹여 그렇다고 해도 이 정도는 교정에서 바로잡아야 하는게 아닌가. 큰 출판사의 책들이 교정이 엉망인걸 자주 봐서 참 실망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