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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하우스 레이크
레이철 케인 지음, 유혜영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20년 2월
평점 :
오랫만에 읽은 피니스아프리카에 책.(가마슈 경감도 빨리 만나고 싶습니다!)
평소에 일본소설을 많이 읽다보니 상대적으로 영미 작가들은 잘 모르는데 레이첼 케인도 솔직히 처음 들어봤다. 피니스아프리카에 덕에 내 편협한 독서가 조금은 다양해지는듯.
그웬 프록터. 두 아이의 엄마. 본명은 지나 로열이었고 그웬은 몇번째인지 모를 이름이다. 그녀는 연쇄살인범 멜빈 로열의 아내였다. 더할 수 없이 충격적인 방식으로 남편의 정체를 알게 되고, 이후 그녀와 아이들의 인생은 지옥이 된다.
늘 읽던 책들은 대부분 경찰 또는 피해자, 가끔은 가해자의 입장이었는데 이렇게 가해자 가족의 입장은 읽은 기억이 없어 그 자체만으로도 새로운 느낌이라 기대가 컸는데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책이다. 그저께 읽기 시작했고 어제 밤에 피로한 눈을 비비면서 다 읽고 잠들었고 아침부터 리뷰를 쓰고 있다.
남편이 어떤 사람, 아니 어떤 괴물이었는지 알지 못했던 지나는 교통사고로 인해 범죄가 드러나 체포된 남편의 종범으로 체포되고 쏟아지는 분노와 비난, 협박과 위협, 실제로 가해지는 테러를 겪으며 무죄판결을 받지만 인터넷과 SNS를 통해 이어지는 마녀사냥과 스토킹, 살해위협은 그녀와 아이들에게 언제까지고 따라다니고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그녀는 전사가 되어간다. 몇 번이고 이름과 신분을 바꾸고 주거지를 옮기지만 어떻게든 찾아내서 인터넷에 올려지는 이른바 신상털이, 그걸 발견하면 다시 도망치고 발견되면 다시 도망치는 읽기만 해도 지옥같은 생활. 친구도 만들 수 없고 누굴 믿어야 할지도 알 수 없는, 아이들 역시 황폐해져 가는... 그리고 여기라면 정착하고 살아도 좋지 않을까 싶은 스틸하우스 레이크에서 시체가 떠오르고 ...
이 책은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전사가 된 그웬의 처절한 전투에 관한 이야기이고 작가는 읽는 내내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그 전투를 지켜보게 한다. 나도 엄마라는 입장이어서일까, 분명 스릴러를 읽고 있는데 읽으며 몇 번이고 눈물을 흘리는 나를 발견. 나라면 이렇게 싸우지 못했을 것이고 그녀는 엄마라는 이름의 위대한 전사이다.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터미네이터의 사라 코너의 모습이 떠올랐는데 그웬 프록터의 싸움은 몇 배는 더 처절하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