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작가의 <영원의 아이>를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너무 좋아서 책을 사서 소장하고 있다. 읽은지가 워낙 오래되었고 바로 얼마전에 읽은 책도 가물거릴만큼 기억력이 신통치 않아져서 자세히 기억은 안나지만.... 그 텐도 아라타의 신작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밀려있는 10여권의 책을 제치고 먼저 사서 읽을 이유는 충분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은 달랐던 전개에 의외의 범인. 사건 자체도 딱히 임팩트가 없었다. 그건 사건이 대단치않아서가 아니라 그만큼 흔한? 사건이어서다. 술이나 약을 먹여서 정신을 못차리는 여성을 몇명의 남성이 강간하고, 가해자들은 풀려나고 피해자가 2차 3차 피해에 시달리는 것. 외부에선 능력있고 좋은 사람으로 여겨지는 남편의 아내와 자식에 대한 폭력이라든지, 술만 안 마시면 좋은 사람이라는데 술만 들어가면 변하는 남자라든지... 너무 흔해서 별 임팩트가 없는 것이 진짜 문제인 것을.이 소설의 강점은 사건을 쫓는 재미가 아니라 이런 사건들의 진짜 문제가 무엇이고 가해자들의 심리나 피해자들의 고통 등을 생각하고 어떻게 변해야 할지를 고민하도록 하는데 있다. 사소한 표현이나 호칭에서 부터 변해가다보면 생각도 조금씩 바뀌어가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누구보다 마초인 구라오카가 파트너인 시바의 지적대로 생각해가며 스스로 바꾸고 다른 이에게도 바뀌도록 권하는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었다.젠더 크라임이라고 표현하지만 나는 젠더의 문제라기보다 인간이 자신보다 약한 인간을 동등한 존재로 보지않고 열등한 존재, 폭력을 가해도 괜찮은 존재로 보는데서 오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가장 많이 흔하게 드러나는 것이 젠더 크라임이라는 형태로 나타난다고. 주요 등장인물들이 각자 상처를 안고 있고 그것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마지막의 사장님의 후기가 소설만큼 재미있다는 것도 꼭 얘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