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문 2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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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찌질하고 답답한 평범한 주인공 -어쩌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들의 모습일 수도 있는- 이 계기와 동기, 그리고 주변상황에 따라서 살인자가 될 수 있다는 것에 관한 이야기이다.
막장드라마처럼 주인공을 욕하면서도 매회 찾아보게 되는 그런 에피소드와 극 전개가 흥미롭다. 그래서인지 2권으로 구성된 책 임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읽을 수 있다. 역시 몰입감 하나만큼은 최고의 소설가라 하겠다.


˝어떤 계기가 주어짐으로써 살인이라는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선생님의 경우 바로 그 계기가 필요했는지도 모릅니다. 계기가 없으면 살인자가 되는 문을 통과하지 못하죠. 아, 물론 통과하지 못하는 편이 낫지만 말입니다. 그런 문른 영원히 지나가지 않는 게 좋아요.˝

얼마나 그러고 있었는지 모른다. 사람들이 달려와 나를 제압하려 했다. 그러나 내 눈에는 구라모치 외에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구라모치늬 얼굴이 검푸르게 변하고 그 눈은 허공을 향해 있었다.
누군가 억지로 떼어 놓기 전까지 나는 있는 힘을 다해 구라모치의 목을 졸랐다. 그러면서 혼한스러운 머리로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제 나는 살인의 문을 넘어선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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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7 - 시오리코 씨와 끝없는 무대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7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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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부터 1권을 읽기 시작해서 11월에 7권까지 모두 읽었다. 매월 한권씩 읽은 것은 아니지만 7개월만에 완독했다.
이 책이 실제로 존재하는 고서를 소재한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라는 컨셉으로 기획되었다는 작가의 마지막 후기처럼 그 기획에 매우 적합한 소설이라 하겠다. 물론 아침드라마의 막장 요소처럼 다소 과도하게 얽힌 출생의 비밀을 내포하고 있긴 하지만 결국 책과 독자의 관계에서 비롯된 많은 이야기들은 읽는 내내 힐링의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고보니 비블리아 고서당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 1년이 되었다. 이번에는 책 한 권 들어갈 틈 없이 그녀에게 딱 붙어 앉았다.
시오리코 씨는 책을 펼치고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편안한 목소리오 유창하게 말문을 열었다. ˝예전에도 잠깐 이야기했었지만, 퍼스트 폴리오는 1623년에 간행된 세익스피어의 희곡집이에요......˝ p.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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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너머의 한국 고대사 - 왜곡과 날조로 뒤엉킨 사이비역사학의 욕망을 파헤치다
젊은역사학자모임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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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역사학자 모임에서 나온 전작인 ˝한국고대사와 사이비역사학˝의 제목이 직설적이었다면, 이번에 나온 책의 제목인 ˝욕망너머의 한국고대사˝는 훨씬 더 세련되게 느껴진다. 은유적이지만 실제 그들이 비판하고 싶은 대상의 본질을 한마디로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든다.
학자들은 역사학 특히 사료가 많지 않은 고대사에 대해서 언제나 조심스러운 결론을 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단정적으로 주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조심해서 받아 들여야 한다. 소위 환빠 또는 국뽕이 단순히 민족적 자긍심만을 이야기하려 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매우(?) 고구마스러운 결론을 내리지만 그것이 잘못된 역사해석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에 대처하는 학자적 양심이라 하겠다.
그러면에서 이 책의 제목은 짧은 문장으로 책 내용 전체를 한마디로 정리했다 하겠다.



이러한 연구에 덧붙여 이성시는 19세기 말 이래로 광개토대왕비문 해석을 두고 벌어진 한일 양국 연구자들의 논쟁이 사실상 역사적 사실 자체에 대한 탐구였다기보다는 근대 일본의 욕망과 이를 부정하려는 근대 한국의 욕망이 서로 대립해 온 과정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1600여년 전 비문 작성의 당사자인 고구려인의 욕망을 끄집어낸 것이다. p.92

이 시기에 고구려나 백제, 왜, 당은 신라 입장에서 모두 외세였으며 서로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관계였다. 그리고 이들에게 고구려, 백제, 신라라는 삼국이 하나의 민족이라는 인식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들의 관계에 민족이라는 터울 씌우는 순간 역사는 역사가 아닌 현재의 우리가 보고 싶어하는 관점 속에 있는 상상 속 산물이 될것이다. 그러한 산물 속에서 김춘추는 사대주의자로 포장돼 비판을 받게 되는 것이다. 후대의 산물, 인식을 그것이 실재하지 않았던 시기에 실재한 것처럼 덮어씌워 이야기하는 것은 그 시대 사람들에게 미안한 일이 아닐까. p.185

즉 김일제가 신라 김씨 왕실의 선조이면 흉노가 아우르던 드넓은 영토가 곧 우리 민족의 영토가 되고, 중국 왕조를 위협하던 흉노의 강한 군사력이 곧 우리 민족의 힘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김일제에 대한 기록은 관념적인 표방이며 오히려 김일제란 인물은 이민족으로서 중국 왕조에 충성을 바친 상징적 인물이란 사실을 떠올리는 편이 좋을 것이다. p.216

김석형의 분국설은 북한에서는 아직 정설이며 한국에서도 모자란 복제품 수준의 주장이 이따금씩 제기된다. 하지만 그의 연구는 이제 학설로서 생명력을 거의 상실했다. 그의 학설이 성립하는 결정적 근거였던 일본열도내 조선식산성이 6~7세기 대 유적으로 밝혔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해서 그의 연구에서 학설사적 가치가 사라지지 않는다. 그의 연구는 일본서기에 기록된 왜를 야마토정권과 무비판적으로 동일시하는 일본 역사학계의 관성에 경종을 울렸다. 본격적인 일본서기 사료 비판의 길을 열었던 것이다. p.230

그렇다면 이들이 줄기차게 주장한 국민정신혁명의 기본인 민족사관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공산주의의 전략에 대응하는 반골의 체계로서 자유와 민족 개념을 상고사로부터 뿌리내린 하나의 가치관으로 묶어 내려는 움직임이었다. 이들은 민족사관의 반대편에 공산주의의 유물사관을 놓고 이들에 대한 사상적 대비 차원에서 민족사관을 정리해 나갔다. 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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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의 사자 와타세 경부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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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도에 대한 이야기라 할 수 있겠지만, 사형 뿐만 아니라 징벌 혹은 갱생 측면에 있어서의 형벌제도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는 것이 더 작합하다는 생각이 드는 소설이다.
특히 일본의 특수한 과거 사무라이 계급에서 존재했던 사적복수라는 특이한 관습으로 인해 일본에서는 눈에는 눈 귀에는 귀라는 일차원적 범죄 대응에 대해 좀 더 떳떳하게(?) 주장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에 문제 제기라는 부분으로 이해될 수 있는 소설이라 하겠다.
그래서인지 작가의 전작에 비해서는 재미 혹은 반전은 다소 부족한 것은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을까?
하지만 와타세 형사외에 고테가와 형사 뿐만 아니라 히포크라테스 시리즈의 미쓰자키 법의학 교수, 속죄 3부작인 미코시바 변호사와 미사키 검사 등 작가의 주요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두 나오는 점은 반갑고 즐거운 경험이라 하겠다.


이런말은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그때 가루베만 사형됐다면 적어도 하루카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의 운명은 달라졌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왜 그런 놈을 살려 둬야만 했을까요. 갱생은 고사하고 평생 감옥 안에만 눌어붙어 있을 그런 놈을 위해 왜 쓸데없이 세금과 인력을 낭비해야 할까요? p.73

형벌은 피해자와 유족의 처벌 감정에 부응할 목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또 백번 양보해서 형벌에 그런 측면이 있다고 가정해도 가해자를 사형하는 것으로 피해자가 얼마나 큰 만족을 얻는지는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없지요. 범인이 사형된다고 해도 모든 관계자의 가슴 속에 응어리가 사라진다고 단언할 수 없습니다......진부한 말이지만 법정은 복수의 장이 아니에요. p.113

그것도 대단히 천반한 견해입니다. 오랜 기간 감옥에 갇히는 사람은 일반 사회에서 적응할 능력을 조금씩 잃어 갑니다......징역형이라는 건 내부에서부터 천천히 인간성을 말살하는 형벌입니다.....인간이면서 동시에 인간이 아닌 현실을 음미하는 겁니다. 또한 범인이 살아 있으면 유족은 계속해서 그를 증오할 수 있습니다....따라서 징역형은 길면 길수록 좋습니다. 저는 그들이 더는 자신이 인간이 아니게 됐다는 절망을 맛보며 스스로를 영원히 저주하면서 죽어 가기를 바랍니다....시부사와가 계속해서 온정 판결을 내린 것은 피고인의 갱생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영원히 곁에 있는 듯한 지옥을 맛보게 하기 위한 방책이었던 것이다. p.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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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뼘 한국사 - 한국사 밖의 한국사
만인만색연구자네트워크 엮음 / 푸른역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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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팟캐스트에서 듣던 만인만색 네트워크에서 발간한 역사책이다. 부제인 한국사 밖의 한국사에 잘 어울리게 평소 잘 다루지 않는 것들에 대한 경험을 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
특히 대다수 저자들이 대학원생 또는 젋은 연구자들인 만큼 주제 선정부터가 평소 책에서 잘 접해보지 못했던 것이 대다수여서 읽는 내내 신선한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이 책의 서문에서 말했듯이 전문성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노력했던 그들의 첫번째 시도는 좋은 성과를 거둔 것같다에 한표를 던지고 싶다.


정부와 기업주는 다 같이 잘 살수 있다는 환상을 유포하여 노동문제를 은폐하거나 생산성을 향상시키고자 했다. 이것이 환상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노동자들은 국가 안보 담론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그 틀거리 즉 새마을운동을 자신들의 처지에 맞게 활용했다. 노동자들에게 잘 살기 운동이란 노동현장에서의 대등한 노사관계, 노사공동운명체를 구현하기위한 자기 목소리 내기였다. 공장새마을운동이 내걸었던 기만적인 수사를 현실의 구호로 옮긴 것이다. p.125

낙랑군 대방군은 중국 식민지였다. 혹은 낙랑군 대방군 사람들은 우리 민족이 아니다 라는 생각은 결국 근대 민족이나 식민지 개념을 바탕으로 고대사를 바라보는 것에 불과하다. 고대사회에는 대한민국도 자본주의도 제국주의도 없었다. 낙랑군 대방군 사람들은 근대 민족과 식민지 개념이 없었던 시대를 살고 있었다.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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