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도에 대한 이야기라 할 수 있겠지만, 사형 뿐만 아니라 징벌 혹은 갱생 측면에 있어서의 형벌제도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는 것이 더 작합하다는 생각이 드는 소설이다.특히 일본의 특수한 과거 사무라이 계급에서 존재했던 사적복수라는 특이한 관습으로 인해 일본에서는 눈에는 눈 귀에는 귀라는 일차원적 범죄 대응에 대해 좀 더 떳떳하게(?) 주장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에 문제 제기라는 부분으로 이해될 수 있는 소설이라 하겠다.그래서인지 작가의 전작에 비해서는 재미 혹은 반전은 다소 부족한 것은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을까?하지만 와타세 형사외에 고테가와 형사 뿐만 아니라 히포크라테스 시리즈의 미쓰자키 법의학 교수, 속죄 3부작인 미코시바 변호사와 미사키 검사 등 작가의 주요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두 나오는 점은 반갑고 즐거운 경험이라 하겠다.이런말은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그때 가루베만 사형됐다면 적어도 하루카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의 운명은 달라졌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왜 그런 놈을 살려 둬야만 했을까요. 갱생은 고사하고 평생 감옥 안에만 눌어붙어 있을 그런 놈을 위해 왜 쓸데없이 세금과 인력을 낭비해야 할까요? p.73형벌은 피해자와 유족의 처벌 감정에 부응할 목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또 백번 양보해서 형벌에 그런 측면이 있다고 가정해도 가해자를 사형하는 것으로 피해자가 얼마나 큰 만족을 얻는지는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없지요. 범인이 사형된다고 해도 모든 관계자의 가슴 속에 응어리가 사라진다고 단언할 수 없습니다......진부한 말이지만 법정은 복수의 장이 아니에요. p.113그것도 대단히 천반한 견해입니다. 오랜 기간 감옥에 갇히는 사람은 일반 사회에서 적응할 능력을 조금씩 잃어 갑니다......징역형이라는 건 내부에서부터 천천히 인간성을 말살하는 형벌입니다.....인간이면서 동시에 인간이 아닌 현실을 음미하는 겁니다. 또한 범인이 살아 있으면 유족은 계속해서 그를 증오할 수 있습니다....따라서 징역형은 길면 길수록 좋습니다. 저는 그들이 더는 자신이 인간이 아니게 됐다는 절망을 맛보며 스스로를 영원히 저주하면서 죽어 가기를 바랍니다....시부사와가 계속해서 온정 판결을 내린 것은 피고인의 갱생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영원히 곁에 있는 듯한 지옥을 맛보게 하기 위한 방책이었던 것이다. p.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