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의 도시지리를 전공하고 연구한 학자답게 도시의 탄생은 계획자(지배층)의 큰 그림(계획)을 기준으로 모든 것이 설계되었음을 전문가적 지식에 근거하여 증명한다. 또한 단순히 좋은 땅이라는 의미의 풍수가 아니라 당시 시대적 상황과 지배층의 논리를 펼치기위한 의도된 풍수의 원리도 잘 설명해 준다. 단순히 한국적 아름다움이라는 추상적인 감상 또는 숭배로 한양(서울)을 얘기하지 않는다. 한양은 왜 그런 모습으로 생기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유를 설명해 준다. 다만, 상당부분의 내용들은 도시 모습을 지배자의 기득권 강화라는 결론의 틀에 맞춰서 해석하려는 측면도 있어보인다. 하지만 분명 우리가 그냥 무심코 봤던 도시(한양)의 모습에 대해 신선한 시각을 던져주는 책 임에 틀림없다. 특히 작가의 전매특허처럼 언급되고 있는 하늘-(하늘)산-건축물의 3단계 풍경은 분명 신선하게 다가온다.조선의 건국자들이 태평로를 만들지 않은 이유는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였다. 경복궁을 볼 수 있는 시야를 의도적으로 통제하여 극적인 풍경을 연출하고자 한 것이다. 이러한 의도에서 눈여겨 볼 점은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의 시야에 궁궐과 산 그리고 하늘이 일직선상에 위치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3단계 풍경이라 부른다. p.65건축물이 아닌 산을 이용한 권위의 표현 방법은 경복궁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하늘-산-건축물의 3단계 풍경이라는 동일한 방식을 통해 모든 궁과 나아가 지방 고을의 관아 등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그래서 조선에서는 높고 웅장한 건축물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3단계 풍경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문화는 건축물의 규모라는 측면에서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건축현상을 만들었다. p.110풍수는 일반백성이 살기 좋은 땅을 찾기위한 이론이 아니었다. 풍수의 목적은 지배자의 권위를 피지배자가 공간적으로 체험하고 받아들이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풍수는 권력과 지배를 정당화 해주는 성공적인 공간이론이었고, 오랜 세월 지배층의 핵심논리로 작용할 수 있었다. p.133서울이라는 공간을 이해할 때 조선의 수도로서 한양을 만든 설계자들의 의도를 이해해야한다. 설계자의 입장에서 서울은 임금의 권위를 유지하고 안전을 지키기위해서 조선에서 감시와 통제가 가장 강하게 이뤄져야만 하는 공간이었다. 감시와 통제의 공간적 기준이 되었던 것이 바로 성곽이다. p.234이렇듯 조선의 건국자들은 수도 한양을 감시와 통제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풍수을 지배와 권위를 위한 사상으로 인식했던 이들에게 중요했던 것은 지배의 논리를 내면화할 수 있는 공간이었고 새로운 수도가 권위있고 위엄있는 공간에 적합한지가 가장 중요했건 것이다. 그런의미에서 한양이라는 공간은 조선 최고의 명당이었던 것이다. p.243높은 건축물을 짓지 않은 조선에서 유독 높은 누각을 세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선은 중국과 일본에서 정원을 만들 듯이 도시의 설계에서 시야를 통제하였고, 상대적으로 낮은 건축물을 지었다. 정원을 설계할 때는 반대였다. 시야를 정원 안으로 한정시키는 것에 대해 조선은 반대의 일이 일어났다. p.266
국가 인권위에서 기획한 ˝불편한˝시리즈의 3번째 책이다. 작가는 동의여부를 떠나 정답이 있는 인권의 문제와 논쟁의 여지가 있는 인권의 문제, 크게 2가지 카데고리를 기준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당연히 제목처럼 미술을 매개로하여 그 속에 나타난 여러 인권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정답이 있다고 작가 스스로 말하는 1부에서는 작가의 당당함과 주제에대한 자신감이 느껴진다. 예시의 미술 작품에 대해서도 작가의 자신감 넘치는 해석이 느껴진다.반면 2부에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음을 사전에 고백한 탓인지 몰라도 1부에서 느껴지던 작가의 자신감 보다는 다른 측면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 방점을 찍고있다. 개인적으로는 2부에서도 작가의 자신감 넘치는 주장을 보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 하지만 인권의 문제가 수학문제처럼 그렇게 명료한 정답이 있는 문제였다면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는 존재하지 않았을테니.....스테레오타입, 편견, 세뇌 어떻게 불리우든지 상관없이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고 행동하는 많은 행동 또는 발언들이 인권이라는 측면에서 어떤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기에 읽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이런 상상을 해본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의 아저씨 화가가 식민지 조선의 시골을 찾아가 벌거벗고 웅크린 조선 소녀를 그려놓고 ‘원시적 신비‘라고 주장한다면 우리 기분이 어떨까. 그 그림을 보면서 마음이 편할까? 타자화할 대상을 찾아 여기까지 찾아왔느냐고 화가 날 것 같다. 고갱의 시선은 여러가지로 불편하다. p.26삼강행실도의 관점에서 볼 때 왜적은 왜 나쁜가. 여성 최씨의 성적 자기 결정권이 아니라, 유부녀 최씨의 정조를 침해하려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최씨는 성폭력 피해자가 아니라 정조를 지킨 열녀로 칭송된다. 지나지체 남성중심적인 세계관이다. p.83이탈리아의 화가 게르치노의 ˝수산나와 두 노인˝. 그림 속에서 수산나는 아름다운 몸매를 드러낸다. 그러나 우리로부터 얼굴을 돌렸다. 철저하게 대상화된 피해자로 표현되어 있다. 훔쳐보는 남자들의 얼굴은 드러났다. p.88백마 탄 기사의 스테레오타입이 불편한 남성이라면,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면 된다. 고정된 성역할을 벗어나기 위한 싸움이 크게 보면 여성혐오에 맞서는 싸움이기도 하다. 여성들의 대답을 나는 이렇게 알아들었다. p.218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2018년 시작과 함께 선택한 3권의 소설중에서 마지막으로 다 읽었다. 역시 소문대로 대미를 장식하기에 충분한 책이었다.˝역사는 기억의 불완전성과 기록의 불충분성이 만나는 점에서 생산된 것이 확실하다.˝˝History is that certainly produced at the point where the imperfections of memory meet the inadequancies of documentation.˝꼭 한번은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하지만 한번 읽으면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게 만들 수 도 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초반부에 주로 나왔던 철학적 이야기에 대해 다시 한번 더 의미를 곱씹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아마도 몇번은 다시 읽게 될 것 같다.이기적 기억이라고 정의하기 보다는 내 생각에는 본능적 자기 보호적인 기억이라는 작가의 말이 더 와 닿는다. 우리는 모두 나약한 존재들이기에 남들 해치기위함이 아니라 나 스스로를 보호하기위한 편향적인 기억장치의 스위치를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나의 행동의 근원에는 선함이 존재했었다는 스위치를 키고 그것을 내 기억속에 담아두는 것이다. 자기 보호 본능적 기억의 미화라고 하겠다.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나는 지금 당시에 일어난 일을 내 입장에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당시에 일어난 일을 내 입장에서 해석한 것을 기억에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p.76역사는 승자들의 거짓말이 아니다. 이제 나는 알고 있다. 역사는 살아남은자, 대부분 승자도 패자도 아닌 이들의 회고에 더 가깝다는 것을. p.101어쩌면 이것이 젊은 사람과 나이 든 사람의 차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젊은 사람은 자신의 미래를 꾸며내고, 나이가 들면 다른 사람들의 과거를 꾸며내는 것. p.141그러나 시간이란........처음에는 멍석을 깔아줬다가 더음 순간 우리의 무릎을 꺾는다. 자신의 성숙했다고 생각했을 때 우리는 그저 무탈했을 뿐이다. 자신이 책임감 있다고 느꼈을 때 우리는 다만 비겁했을 뿐이었다. 우리가 현실주의자라 칭한 것은 결국 삶에 맞서기보다는 회피하는 법에 지나지 않았다. p.162
2018년의 시작과 함께 할 책들로 소설책 몇권을 골랐다.그 중 두번째로 다 읽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사람들에게 일상이 된 스마트폰과 SNS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그냥 우연히 접한 정보로 읽기 시작했다.전체적으로 잘 짜여진 소설이지만, 반전의 묘미나 치밀한 추리과정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거 같다.하지만 이 책의 작가의 데뷔작품이기에 아래와 같이 책 말미에 나오는 평이 적합한 것 같다.˝하지만 처음부터 완성된 작가가 있을까? 설령 그런 작가가 있다고 한다면 그 작가에게는 도리어 발전가능성이 없다. 작가는 분명히 지적당한 문제점을 잘 극복해갈 것이고, 그에게 잠재된 작가적 재능은 다양하고 풍부하다.˝
2018년의 시작과 함께 할 책들로 소설책 몇권을 골랐다.그 중 가장 먼저 다 읽은 책이 바로 이 책 ˝마구˝이다.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 작품이라해서 선택했다.그가 생각하는 일관된 주제인 가족을 위한 희생의 숭고함을 추리소설의 장르를 통해서 잘 나타낸 책임에 틀림없다.시간이 얼마가 흐르건 그것은 결코 우리들의 마음속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청춘과 목숨을 바쳐 우리들을 지키려 했던 사람이 있었다는 기억만은. p.386˝형은 언제나 혼자였어요.˝소설의 결말 부분에서 나오는 유키의 이 중얼거림에는 오로지 혼자서 인생과 싸워 이기려 하다가 죽어 간 형 스다에 대한 애달픈 진혼의 기원이 담겨있다. 평론가 곤다 만지. p.3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