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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의 도시 - 서울의 풍경과 권위의 연출
이기봉 지음 / 사회평론 / 2017년 12월
평점 :
임금의 도시
지리를 전공하고 연구한 학자답게 도시의 탄생은 계획자(지배층)의 큰 그림(계획)을 기준으로 모든 것이 설계되었음을 전문가적 지식에 근거하여 증명한다. 또한 단순히 좋은 땅이라는 의미의 풍수가 아니라 당시 시대적 상황과 지배층의 논리를 펼치기위한 의도된 풍수의 원리도 잘 설명해 준다.
단순히 한국적 아름다움이라는 추상적인 감상 또는 숭배로 한양(서울)을 얘기하지 않는다. 한양은 왜 그런 모습으로 생기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유를 설명해 준다.
다만, 상당부분의 내용들은 도시 모습을 지배자의 기득권 강화라는 결론의 틀에 맞춰서 해석하려는 측면도 있어보인다.
하지만 분명 우리가 그냥 무심코 봤던 도시(한양)의 모습에 대해 신선한 시각을 던져주는 책 임에 틀림없다. 특히 작가의 전매특허처럼 언급되고 있는 하늘-(하늘)산-건축물의 3단계 풍경은 분명 신선하게 다가온다.
조선의 건국자들이 태평로를 만들지 않은 이유는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였다. 경복궁을 볼 수 있는 시야를 의도적으로 통제하여 극적인 풍경을 연출하고자 한 것이다. 이러한 의도에서 눈여겨 볼 점은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의 시야에 궁궐과 산 그리고 하늘이 일직선상에 위치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3단계 풍경이라 부른다. p.65
건축물이 아닌 산을 이용한 권위의 표현 방법은 경복궁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하늘-산-건축물의 3단계 풍경이라는 동일한 방식을 통해 모든 궁과 나아가 지방 고을의 관아 등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그래서 조선에서는 높고 웅장한 건축물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3단계 풍경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문화는 건축물의 규모라는 측면에서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건축현상을 만들었다. p.110
풍수는 일반백성이 살기 좋은 땅을 찾기위한 이론이 아니었다. 풍수의 목적은 지배자의 권위를 피지배자가 공간적으로 체험하고 받아들이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풍수는 권력과 지배를 정당화 해주는 성공적인 공간이론이었고, 오랜 세월 지배층의 핵심논리로 작용할 수 있었다. p.133
서울이라는 공간을 이해할 때 조선의 수도로서 한양을 만든 설계자들의 의도를 이해해야한다. 설계자의 입장에서 서울은 임금의 권위를 유지하고 안전을 지키기위해서 조선에서 감시와 통제가 가장 강하게 이뤄져야만 하는 공간이었다. 감시와 통제의 공간적 기준이 되었던 것이 바로 성곽이다. p.234
이렇듯 조선의 건국자들은 수도 한양을 감시와 통제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풍수을 지배와 권위를 위한 사상으로 인식했던 이들에게 중요했던 것은 지배의 논리를 내면화할 수 있는 공간이었고 새로운 수도가 권위있고 위엄있는 공간에 적합한지가 가장 중요했건 것이다. 그런의미에서 한양이라는 공간은 조선 최고의 명당이었던 것이다. p.243
높은 건축물을 짓지 않은 조선에서 유독 높은 누각을 세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선은 중국과 일본에서 정원을 만들 듯이 도시의 설계에서 시야를 통제하였고, 상대적으로 낮은 건축물을 지었다. 정원을 설계할 때는 반대였다. 시야를 정원 안으로 한정시키는 것에 대해 조선은 반대의 일이 일어났다. p.26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