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끌리다 - 나를 위한 특별한 명화 감상
이윤서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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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신간 정보를 보고 교보문고에서 이 책을 찾았다. 하지만 깔끔한(?) 비닐커버로 인해 그 내용을 볼 수 없어 다소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책을 읽어보니 출판사에서도 많은 고민 끝에 그렇게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이 책은 참. 쉽.게. 읽.힌.다.
글을 쓰는 사람에 좋은 말일 수도 그 반대일 수도 있는 말이다. 자칫 내용의 빈약함으로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쉽게 읽히는 것은 작가의 개인적 일상에서의 느낌과 이를 연결시켜 적정한 수준에서의 화가와 작품에 대한 해설이 잘 어우러져 있기 때문인 거 같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과하거나 부족하지 않은 적정수준의 작품 해설에 대한 글쓴이의 고뇌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로인해 이 책의 제목처럼 그림에 끌릴 수 있는 그 계기를 만들어 주기에 충분한 책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죽음은 끝이 아니다.
단지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내 인생의 교훈이 새겨진 반지를 만지작거려본다.
This too shall pass away.
이 또한 지나가리라. 어떤 것도 지나가게 되어 있다. 너무나 사랑한 자신의 일부인 벨라를 잃은 그(샤갈)처럼 우리의 삶도 만남과 이별의 연속이다.
이별 뒤에는 다시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나도 누군가에게 좋은 기억으로남았으면 좋겠다. p.63

‘일상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날 보다 그렇지 않은 날이 많다. 모든 게 너무나 바쁘고 빠르게 흘러간다.
하지만 베르메르 그림 속 주인공들의 일상은언제나 평화름은 아름다워 보인다.‘
아주 천천히 누군가에게 전해야 할 편지를 쓰고 있는이 여인과 하녀의 얼굴을 비추는 빛이 아름다움을 더한다. 그 누구도 서두르지 않는다.
어쩌면 그의 그림에 우리가 원하는 일상이 담겨 있는지도 모른다. p.83

도시 빈민의 삶을 어떠한 과장도 없이 적나라하게 그려낸 그림은 [3등 열차]가 아닐까 싶다. 
화가(오노레 도미에)의 사회 비판적인 안목을 읽을 수 있는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열차는 현대적인 교통 수단이다.
그들은 빠르게 움직이고 더 많은 일을 해야 했다.
치열한 삶에서 살아남기 위해 빼곡히 붙어 앉아 고단한 몸을 열차에 싣는다. 마치 짐칸에 실린 짐처럼 서로 어깨가 맞닿아 있거나 등을 온전히 기대지 못하기도 한다.
‘창밖으로 보이는 밝은 풍경과 달리 열차 안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어둡고 암울해 보인다. 무관심한 표정으로 오지 목적지에 다다르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p.130

그녀(천경자)가 그려내는 여성의 이미지는 끊임없이 변화했으며 1990년대 들어 사회적 관습과 물질문명으로 부터 자유롭게 사는 자신을 화폭에 투영하고자 했다. 다시 말해 천경자는 단지 아름답기만 한 여성을 그리는 게 아니라 자아와 자기주장이 확고한 여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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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역사학 비판 - 『환단고기』와 일그러진 고대사
이문영 / 역사비평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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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학하고 얼마되지 않았을때로 기억한다. 내 주변에서도 환단고기라는 책이 회자되었고, 심심찮게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 내 관심사는 우리나라의 고대사 보다는 현대사 였기에 난 이 책을 읽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찌보면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만약 당시 갓 대학생이 된 내가 이와 관련된 책을 읽었다면 소위 환빠들의 생각에 쉽게 빠지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다르게 보기, 삐딱하게 보기 혹은 신선한 관점이라고 하여 새로운 것에 대해 호감을 가질 수 있으나, 이 모든 것은 사실에 기반해야하고 특정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의도는 배제되어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는 소위 환빠나 유사역사학자들은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하는 사람들에 불과할 것이다.

이이화 역사학자가 인터뷰에서 말한 환단고기에 대해 하는 말이 역사를 좋아하는 일반독자가 새겨들을만한 말인 거 같다.
˝사서 읽지 마세요. 책값도 아까워! 어디 헌책방 같은 데서 한번 뒤져보라고. 완전 거짓말이야. 삼국유사에도 허황된 얘기는 나오지만, 어떤 민중적 사유라든가 그런 걸 담고 있죠. 단군신화는 그냥 신화로 해석해야지. 고대에 천조대신이 어쩌고저쩌고… 이게 말이 되냐고? 석기시대에 돌멩이 들고 싸우던 시절인데 어떻게 제국을 건설해요? 역사발전에서 그 시기는 부족국가 시대에요.˝



한편 나는 환단고기 같은 것은 믿지 않지만이라고 말머리를 꺼내면서도 유사역사학의 주장을 옹호하는 이들을 간혹 만날 수 있다. 그들은 흔히 일본에서 새역모가 중심이되어 교과서 등을 통해 역사를 왜곡하고 중국 역시 동북공정 등으로 역사 왜곡을 하는데, 이에 대항하기 위해사 우리도 환단고기같은 것들을 이용하여 역사를 포장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유사역사학 신봉자들이 ˝일본과 중국은 거짓말로 역사를 포장하지만 우리는 진실만 이야기해도 그들의 주장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외치는 것에 비하면 건전해 보일 지경이다. 그러나 역사학은 진실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거짓말임을 알지만 필요하니까 사용하자는 주장은 정말 위험천만기 짝이 없다. 더 이상 학문이라 할 수 없는 주장이다. p.12

우리는 한국사를 가문의 역사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민족주의 오랫동안 강조되어온 결과이다. 그리하여 고대의 일도 마치 어제 삼촌이 도둑 맞은 것처럼 여기면서 역사를 들여다본다. 로마의 멸망은 아무렇지도 않게 읽으면서 고구려의 멸망은 할아버지네가 망한 양 분통을 터뜨리면서 읽는다. 그러다보니 유사역사학을 믿는 사람들은 현재 한국사 교육에 극도의 저항심리를 느끼게 된다. p.33

개인적인 위로 차원에서 읽을거리가 필요하다면 웹소설과 웹툰을 읽기를 권한다. 추리소설처럼 두뇌회전을 요하는 읽을거리도 좋을 것이다. 편안하고, 느낌이 좋고, 위로도 받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세상을 위협하는 무서운 사상으로 발전하지도 않는다. p.62

일제 식민사학자들이 ‘조선은 반도 국가라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에 휘둘리며 사는 운명‘이라고 말하면 ‘반도 국가에 그런 운명따위는 없다‘라고 받아치는 것이 맞지, 엣날에 우리 집 창고에도 금송아지가 있었다고 추억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다. p.72

애초에 외적비판을 통과하지 못한 사료는 그 사료가 지칭하는 시대를 재구성하는 재료로서 가치가 없다. 가짜 히틀러의 일기를 가지고 히틀러의 사상을 분석하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역사학계에서 환단고기에 대한 외적 비판 작업은 벌써 끝났다. 하지만 이 책을 믿는 사람들은 이 비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환단고기 안에는 근대이후 사용하기 시작한 용어가 나타난다. 위작이라는 증거 중 하나다. p.181

배달국은 환국 다음에 환웅이 세운 나라 이름이다. 아무튼 이런 거대한 땅덩어리를 신석기시대에 다스렸다고 주장하는 그 배포에는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아유립은 생산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제국이 어떻게 성립 가능한지 생각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p.215

김정열은 이렇게 말한다. ˝홍산 문화가 우리 것인지 아니면 중국의 것인지에 대한 집착과 논쟁은 본디부터 근대 국민국가 성립이후 이 관점을 선사시대까지 무제한 확장하여 투영하는 가공의 영역을 넘어서지 못한다.˝ 목적에 맞춰 증거를 나열 하지 말고 홍산 문화 그 자체를 들여다보는 성숙한 역사의식이 필요하다.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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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향의 삼국유사, 이 땅의 기억
이주향 지음, 정선자 사진 / 살림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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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철학자가 쓴 글을 읽었다. 이 책의 기본 텍스트인 삼국유사의 저자가 일연스님인 관계로 아무래도 불교적 사상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 이 책에서 상당부분 다뤄지고 있다. 물론 이 책의 주된 내용은 삼국유사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 사람들의 삶에 대한 자세 혹은 인식을 현재 시점의 한 철학자가 지금 우리 삶과 연결시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에 읽기에 어울리는 책인 것 같다. 올해 동안 있었던 나의 모자람과 집착과 독선 그리고 여러 마음의 혼돈을 돌이켜보며 한 해를 정리하기에 딱 좋은 책이다.
책을 읽는동안 흥미를 잃지 않을 수 있도록 역사적 사실과 신화를 주제로 하여 철학자의 고찰 그리고 함께 실려있는 사진까지 참 잘 어울려져 있는 책이다.



나는 생각합니다. 삼국유사는 스님의 창작품이 아니라고 그것은 이 땅이 낸 이야기. 이 땅의 이야기라고. 그 이야기의.힘을 알고 있었던 그는 그저 이야기를 모았을 뿐이라고. 중요한 이야기에 사족을 달지 않을 수 있는 힘은 아무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집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p.8

삼국유사에 나오는 원효를 느끼고 있노라면 문득문득 전해오는 편안함이 있습니다. 생각에 생각을 더하고 편견에 편견을 더하며 진창이 되어버린 삶에서 일순간 편견을 뚫고 생각을 깨고 나타나는 진실의 꽃을 본 느낌이랄까요. 아마 원효도 종종 생각의 진창을 경험했던 것 같습니다. p.47

경순왕은 무능했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의 무능을 알았던 점에서 그는 무능하면서도 무능한지도 모르는 리더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그렇다고 경순왕이 옳았다고는 할 수 없겠습니다. ˝목숨 걸고 싸우다 힘이 미치지 못하면 그때에야 빼앗길 일이지 천 년의 사직을 어찌 그리듀 선선히 넘겨주느냐˝는 마의 태자의 결기가 훨씬 힘이 있고 매력적입니다. p.82

그러나 언제나 잘 나가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곰처럼 호랑이처럼 쑥과 마늘로 버터야하는 동굴의 시간이 오고야 마니. 그 시간은 소중한 것을,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리게되는 몸살의 시간입니다. 그 길고 긴 몸살 후에 우리는 새롭게 태어난 웅녀가 될 수도 있고, 혼돈의 경험 속에서도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호랑이가 될 수도 있습니다. p.99

그러고 보니 꿈인 줄 알고 사는 삶이 깨어 있는 삶이고 , 꿈인 줄 모르고 집착하며 허우적거리는 삶이 중생의 삶입니다. 꿈인 줄 모르고 집착하며 아웅다웅 아귀다툼이니 하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또 우리는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걸까요? 지금 내가 사랑하거 미워하고 안타까워하는 모든 것은 또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어떻게 꿈을 깰 수 있을까요? p.113

불타지 않기는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언제나 그의 삶을 그에게 주지 못하는 불이 ‘나‘를 괴롭히니까요. 기대의 불이 실망의 불이 되어타오르고, 애착의 불이 분노의 불, 절망의 불로 변해 뜨겁게 ‘나르태웁니다. 모두 자기로부터 시작된 불입니다. 그의 삶은 그에게 주어야 나의 정원을 불태우지 않고 가꿀 수 있습니다. p.162

한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태양도 있어야 하고 바람도 있어야하고 손길도 있어야 합니다. 그러그러한 인연으로 피어난 한 송이 꽃은 자성이 없는 겁니다. 그것은 모든 존재에게 공명하며 피워낸 춤입니다.  그 춤도 영원한 춤이 아닙니다. 열흘 붉은 꽃이 없다고 꽃을 피워냈던 힘은 어느 순간부터는 꽃을 지게 하는 힘이 됩니다.열흘 붉은 꽃이 없습니다. 영원히 사는 인간이 없습니다. 영원한 권력이 없습니다.  그렇게 자성이 없다는 것을 알면 대상에 대한 집착이 끊어 지겠지요? 그러면 전체가 노사나불입니다.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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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 시크릿 파일 - 우리가 몰랐던 조선 왕들의 인성과 사생활 이야기
박영규 지음 / 옥당북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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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내공이 느껴지는 책이다. 베스트셀러인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의 작가인 만큼 짧은 분량에서 핵심만을 언급하는 능력에 그저 감탄할 따름이다.
제목은 다소 자극적이고 마치 사생활의 큰 비밀을 다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각 임금별 주요 핵심적인 정책과 시대상을 이야기하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인 거 같다. 물론 임금의 개인적인 성격으로 인한 에피소드와 비하인드 스토리도 충분히 다뤄지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임금들의 비밀스러운 부분도 모두 기록하는 조선시대의 기록문화에 대한 부분이다. 이 책도 대부분 조선왕조실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정식 기록인 실록에 가감없이 왕의 민낯의 모습도 기록한 부분은 조선왕조실록이 가진 진정한 가치일 것이다.



심온을 죽음으로 내몬 사람이 당시 좌의정 박은인 것처럼 꾸며놓은 것이나 민무구 형제를 죽일 때도 이화와 하륜과 같은 대신들의 의견인 것처럼 연출한 것이나 양녕대군을 내쫓은 것고 조정 대신들의 공론에 의한 것처럼 만든 것이나 모두 그랬다. 본인이 주모자 이면서 교묘하게 다른 사람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는 수법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좋게 말하면 영리한 것이고, 나쁘게 표현하면 영악하고.야비한 품성을 지닌 왕이었다. p.80

그런와중에도 인종은 계모 윤씨에게 효성을 다했다.
임금이 장례 치르는 일에 예를 다하고 자전대비를 지극히 효성스럽게 받드니 여러신하가 임금에게 내통함을 억제하여 몸을 보전하기를 청했으나.듣지 않고 점점 병이 되었다. 을사년 6월 27일에 벼락이 경회루.기둥을 때려서 둘러싼 쇠가 부서지기까지 하니, 인존이 위독한 와중에도 이렇게 말했다.
˝벼락이 어디를 때렸느냐? 대비께서 놀라셨을까 걱정이구나.˝ p.210

저리한 일은 이리하지 않았다고 꾸중하시고, 이리한 일은 저리하지 않았다고 꾸중하였다. 이일 저일 다 격노하시며 마땅치 않게 여기셨다. 심지어 얼어 죽는 사태나 가뭄으로 인한 재앙 같은 천재지변이 있어도 ˝쯧쯧 이는 다 소조에게 덕이 없어 이러하다.˝며 꾸중했다. 일이 이러하니 소조는 날이 흐리거나 겨울에 천둥을 치면 또 무슨 꾸중을 들을까 하여 근심하고 염려하였다. 그래서 모든 일에 겁을 내며 몹시 두려워하였다. 그런 까닭에 망령이 나서 병환의 징조가 싹트고 있었다. p.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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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역사 1 - 소인배와 대인들 땅의 역사 1
박종인 지음 / 상상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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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을 돌리다 몇번 이 책의 저자가 진행하는 제목이 같은 TV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여행 전문기자답게 전문가적 느낌이 물씬 묻어나는 방송이었던거 같다. 이 책도 방송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단순히 지역과 관련된 얘기 뿐만아니라 관련된 역사적 사실과 당시 배경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담고 있다.
다만, 다소 많은 주제를 담아서 그런지 다소 내용이 축약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기자정신의 발로일 수도 있겠지만 모든 주제 말미에 한 두문장으로 메세지를 던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묻어나는 마무리는 가슴에 썩 와닿지 않는 부분들도 많이 있다.
최근 읽은 책중에서 문장을 가장 짧게 구성하는 점이 색달랐다. 이또한 사실관계를 잘 전달해야하는 기자의 문법일지도 모르겠다.


공신 명단이 발표되던 날, 사관은 이렇게 썼다. 단서철권을 만든 것이 당초 이처럼 구차한 데 쓰려고 한 것이겠는가(1604년 6월 25일 선조실록) 단서철권은 공신 표창장 두루마리와 쇠로 만든 표지이니, 훈장을 이 따위로 줘서야 되겠는가라는 뜻이다. p.27

조종암은 이 같은 숭명배청과 조선중화사상의 시초요 상징이었다. 조종은 가평의 옛 이름이기도 했지만, 제후가 황제를 배알하다라는 뜻도 있었다. 더군다나 조종천눈 만절필동, 조선에서 보기 드물게 동쪽으로 흐르는 강이 아닌가. 조선이 망할 때까지 많은 유림들이 이 궁벽한 가평응 찾아 제사를 올리곤했다. p.65

수양대군을 끌어내리려단 충신들은 모사꾼의 변절로 죽었다. 변절자 이름은 김질이다. 그리고 190년 뒤 우직한 장군 임경업이 한 간신배의 모략에 누명을 쓰고 죽었다. 이 간신배가 바로 유자광, 임사홍과 함께 조선 3대 간신으로 꼽히는 김자점이니 사육신을 배신한 모사꾼 김질의 현손(증손자의 아들)이다. 충신무리와 간시배 무리가 200년만에 만난 것이다. 제멋대로 굴러가는 듯 보여도 이렇듯 역사는 법칙이 있다. p.140

우리 조선 사람은 매양 이해이외의 진리를 찾으려 하므로 석가가 들어오면 조선의 석가가 되지 않고 석가의 조선이 되고, 공자가 들어오면 조선의 공자가 되지 않고 공자의 조선이 되며, 무슨 주의가 들어와도 조선의 주의가 되지 않고 주의의 조선이 되려한다. 그리하여 도덕과 주의를 위하여 조선은 있고, 조선을 위히는 도덕과 주의는 없다. 아! 이것이 조선의 특색이냐, 특색이라면 특색이나 노예의 특색이다. 나는 조선의 도덕과 조선의 주의를 위하여 곡하려 한다. 1925년 1월2일 동아일보 신채호「낭객의 신년만필」 p.142

황현은 ˝내가 죽어야 할 의무는 없으나 나라가 망하는 날 한 사람도 죽는 사람이 없어서야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하고 아편을 먹고 죽었다. 스스로 죽어서 일본을 이롭게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지식인들은 망명을 택했다. p.173

경주에는 삼국 통일 주인공 태종무열왕과 문무왕, 심유신을 모신 통일전이 있다. 통일전은 1977년에 건립됐다. 경주 시내 황성공원에는 김유신 동상이있다. 같은 시기에 건립됐다. 김춘추 동상은 없다. 남쪽 서라벌 분지를 향해 있던 동상은 1980년대 북쪽으로 방향을 바뀌었다. 건립 취지문은 작가 노산 이은상이 썼고 글자는 서예가 일중 김충현이 썼다. 자세히 보면 호인 노산은 지워지고 전주라 세겨놨다. 또 일중을 지우고 안동이라 바꿔놓았다. 영호남 통합과 고구려가 있는 븍쪽을 향한 군인의 동상. 의미는 적나라하다. 신라인의 생각지 않았던 삼국통일이 1970년대 갑자기 민족의 염원이 돼 버린 것이다. 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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