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역사학 비판 - 『환단고기』와 일그러진 고대사
이문영 / 역사비평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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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학하고 얼마되지 않았을때로 기억한다. 내 주변에서도 환단고기라는 책이 회자되었고, 심심찮게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 내 관심사는 우리나라의 고대사 보다는 현대사 였기에 난 이 책을 읽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찌보면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만약 당시 갓 대학생이 된 내가 이와 관련된 책을 읽었다면 소위 환빠들의 생각에 쉽게 빠지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다르게 보기, 삐딱하게 보기 혹은 신선한 관점이라고 하여 새로운 것에 대해 호감을 가질 수 있으나, 이 모든 것은 사실에 기반해야하고 특정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의도는 배제되어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는 소위 환빠나 유사역사학자들은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하는 사람들에 불과할 것이다.

이이화 역사학자가 인터뷰에서 말한 환단고기에 대해 하는 말이 역사를 좋아하는 일반독자가 새겨들을만한 말인 거 같다.
˝사서 읽지 마세요. 책값도 아까워! 어디 헌책방 같은 데서 한번 뒤져보라고. 완전 거짓말이야. 삼국유사에도 허황된 얘기는 나오지만, 어떤 민중적 사유라든가 그런 걸 담고 있죠. 단군신화는 그냥 신화로 해석해야지. 고대에 천조대신이 어쩌고저쩌고… 이게 말이 되냐고? 석기시대에 돌멩이 들고 싸우던 시절인데 어떻게 제국을 건설해요? 역사발전에서 그 시기는 부족국가 시대에요.˝



한편 나는 환단고기 같은 것은 믿지 않지만이라고 말머리를 꺼내면서도 유사역사학의 주장을 옹호하는 이들을 간혹 만날 수 있다. 그들은 흔히 일본에서 새역모가 중심이되어 교과서 등을 통해 역사를 왜곡하고 중국 역시 동북공정 등으로 역사 왜곡을 하는데, 이에 대항하기 위해사 우리도 환단고기같은 것들을 이용하여 역사를 포장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유사역사학 신봉자들이 ˝일본과 중국은 거짓말로 역사를 포장하지만 우리는 진실만 이야기해도 그들의 주장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외치는 것에 비하면 건전해 보일 지경이다. 그러나 역사학은 진실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거짓말임을 알지만 필요하니까 사용하자는 주장은 정말 위험천만기 짝이 없다. 더 이상 학문이라 할 수 없는 주장이다. p.12

우리는 한국사를 가문의 역사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민족주의 오랫동안 강조되어온 결과이다. 그리하여 고대의 일도 마치 어제 삼촌이 도둑 맞은 것처럼 여기면서 역사를 들여다본다. 로마의 멸망은 아무렇지도 않게 읽으면서 고구려의 멸망은 할아버지네가 망한 양 분통을 터뜨리면서 읽는다. 그러다보니 유사역사학을 믿는 사람들은 현재 한국사 교육에 극도의 저항심리를 느끼게 된다. p.33

개인적인 위로 차원에서 읽을거리가 필요하다면 웹소설과 웹툰을 읽기를 권한다. 추리소설처럼 두뇌회전을 요하는 읽을거리도 좋을 것이다. 편안하고, 느낌이 좋고, 위로도 받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세상을 위협하는 무서운 사상으로 발전하지도 않는다. p.62

일제 식민사학자들이 ‘조선은 반도 국가라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에 휘둘리며 사는 운명‘이라고 말하면 ‘반도 국가에 그런 운명따위는 없다‘라고 받아치는 것이 맞지, 엣날에 우리 집 창고에도 금송아지가 있었다고 추억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다. p.72

애초에 외적비판을 통과하지 못한 사료는 그 사료가 지칭하는 시대를 재구성하는 재료로서 가치가 없다. 가짜 히틀러의 일기를 가지고 히틀러의 사상을 분석하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역사학계에서 환단고기에 대한 외적 비판 작업은 벌써 끝났다. 하지만 이 책을 믿는 사람들은 이 비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환단고기 안에는 근대이후 사용하기 시작한 용어가 나타난다. 위작이라는 증거 중 하나다. p.181

배달국은 환국 다음에 환웅이 세운 나라 이름이다. 아무튼 이런 거대한 땅덩어리를 신석기시대에 다스렸다고 주장하는 그 배포에는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아유립은 생산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제국이 어떻게 성립 가능한지 생각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p.215

김정열은 이렇게 말한다. ˝홍산 문화가 우리 것인지 아니면 중국의 것인지에 대한 집착과 논쟁은 본디부터 근대 국민국가 성립이후 이 관점을 선사시대까지 무제한 확장하여 투영하는 가공의 영역을 넘어서지 못한다.˝ 목적에 맞춰 증거를 나열 하지 말고 홍산 문화 그 자체를 들여다보는 성숙한 역사의식이 필요하다.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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