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 정호승


이 세상 사람들 모두 잠들고
어둠 속에 갇혀서 꿈조차 잠이 들때
홀로 일어난 새벽을 두려워 말고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겨울밤은 깊어서 눈만 내리어
돌아갈 길 없는 오늘 눈 오는 밤도
하루의 일을 끝낸 작업장 부근
촛불도 꺼져가는 어둔 방에서
슬픔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절망도 없는 이 절망의 세상
슬픔도 없는 이 슬픔의 세상
사랑하며 살아가면 봄눈이 온다.
눈 맞으며 기다리던 기다림 만나
눈 맞으며 그리웁던 그리움 만나
얼씨구나 부둥켜안고 웃어보아라.
절씨구나 뺨 부비며 울어보아라.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어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
봄눈 내리는 보리밭길 걷는 자들은
누구든지 달려와서 가슴 가득히
꿈을 받아라.
꿈을 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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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미나 2006-04-07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먼저 축복해주고 싶은 사람, 힘이 되는 사람, 유쾌해 지는 사람" 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 이 시를 읽으니.. 더 구체화 되는걸. 시가 구체화시킨다니... 참.. 대단한 시야.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옥중서간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199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

불모의 영토마다 자리잡고 있는 과거라는 이름의 숲은 실상 한없이 목마른 것입니다. 그늘도, 샘물도, 기대앉을 따뜻한 바위도 없습니다. 머물 수 있는 곳이 못됩니다. 나는 벽앞에 정좌하여 동공을 나의 내부로 열기로 하였습니다. 내부란 과거와 미래의 중간입니다. 과거를 미화하기도 하고, 현재를 자위하기도 하고, 미래를 전망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사색이 머리속의 관념으로서만 시종하는 것이고 보면, 앞뒤도 없고 선후도 없어 전체적으로는 공허한 것이 되고 맙니다. 그렇지만 나는 나의 내부에 한 그루 나무를 키우려고 합니다. 숲이 아님은 물론이고, 진정한 상록수가 못됨도 사실입니다. 비옥한 토양도 못되고 거두어줄 손길도 창백합니다. 염천과 폭우, 엄동한설을 어떻게 견뎌나갈지 아직은 걱정입니다. 그러나 단 하나, 이 나무는 나의 내부에 심은 나무이지만 언젠가는 나의 가슴을 헤치고 외부를 향하여 뻗어야 할 나무입니다.
이 나무는 과거에다 심은 나무지만 미래를 항하여 뻗어가야 하는 나무입니다. 더구나 나는 이 나무에 많은 약속을 해두고 있으며 그 약속을 지킬 열매를 키워여 하기 때문에 당장은 마움 아프더라도 자위보다는 엄한 자기 성찰로 스스로를 다그치지 않으면 안됩니다.


오늘은 유난히 햇빛이 밝은 날입니다. 어제 내린 비가 온갖 먼지를 씻어낸 자리에 오늘은 일제히 햇빛이 내려쪼고 있습니다. 멀리 산림과 눈앞의 벽돌담이 다함께 본래의 색깔로 빛나고 있습니다. 낮은 소리에서부터 서서히 음계를 높여가서는 가장 높은 꼭대기에서 폭팔하여 합창으로 되는, 아니 소리가 빛이 되는 그런 순간이 있습니다. 오늘도 씻은 듯 맑은 산림과 벽돌담에 은총처럼 쏟아지는 햇빛이 방금이라도 우렁차 아우성으로 비약할 듯 합니다. 자연의 위대함에 경탄하다가 창가에 목을 뽑고 있는 나 자신에게로 돌아오면, 광막한 자연으로부터 지극히 사고한 나의 애환으로 돌아오면 순간 고적감이 송곳같이 파고 듭니다.

고독한 상태는 일종의 버려진 상태입니다. 스스로 나아간 상태와는 동일한 조건이라고 하더라도 그 의미는 다릅니다. "창조의 산실"로서 고독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고독은 무엇을 창조할 수 있는 상태가 되지 않을것 같습니다. 지금 내가 처하고 있는 이 어두운 옥방의 고독이 창조의 산실이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찬란한 햇빛 아래 산과 들과 숯과, 건물과.. 모든 것이 저마다 생동하는 우람한 합창속에서 내가 지키고 있는 이 고독한 자리가 대체 어떤 의미가 있으며, 도대체 무슨 이름으로 불러야 할 것인가.
고독은 고독 그것만으로도 가까스로 한 짐일 뿐 무엇을 창조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우렁찬 저 햇빛 찬란한 합창을 향하여 문 열고 나아가지 않으면 안되다고 믿습니다..

- 고성밑에서 띄우는 글 中, 신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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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옥중서간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199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만일 내가 감옥에 있다면.. 그것도 장기수로 10년 이상 있다면.. 결코 희망적인 생각을 가질수 없을 것이고 우울과 절망상태로 하루하루 시간만 죽이며 살지 않을까 싶다..
 신영복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이런 나의 선입견을 깡그리 날려 주면서 희망의 논조로 소소한 일상을 매우 문학적으로 표현한 아름다운 책이다.  


 어디에도 휘둘리지 않는 관망한 어조로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아주 논리적으로 때론 문학적으로 정리한 글이란.. 이 글은 분명 가족에게 보낸 편지글 모음인데 단지 상대방에게만 말하는 편지 글이 아니다. 마치 옛 선자들의 문헌자료를 보는 듯, 먼가 해탈한 듯한 자아 성찰적 어구들이 가득하고 감정에 휘둘림없이 매우 진솔하게 표현하는 소소한 일상사 예기들이다. 가족들에게 쓴 글이나 그 어느 넉두리도 격한 감정도 찾아 볼 수 없다. 본인이 말하듯 위로의 편지가 아닌 대화의 편지로서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일들을 마치 문학책처럼 모두 주옥같은 표현들로, 자아를 정진하고 떨어질듯한 희망을 다시 세우려는 노력을 계속 보여주는 너무너무 멋진 책이다.

요즘 내게 종교와 같은 책으로 밑줄 주욱주욱 그으며 조금씩 조금씩 멋진 표현들을 마음에 새기고 있는 중이다. 꼭 한번 읽어 보라고 권장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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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작기만한 내 기억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 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 보낸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 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 김광석 노래,   서른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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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04 0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셀린 2006-04-04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런 실수를!!! 지적해주셔서 고맙습니당~
 

서른 잔치는 끝났다

                                 - 최영미

물론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운동보다도 운동가를
술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
그리고 외로울 땐 동지여!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로 사랑노래를 즐겼다는 걸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잔치는 끝났다
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 둘 지갑을 챙기고 마침내 그도 갔지만
마지막 생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났지만
어렴풋이 나는 알고 있다
여기 홀로 누군가 마지막까지 남아
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
그 모든 걸 기억해내며 뜨거운 눈물 흘리리란 걸
그가 부르다 만 노래를 마저 고쳐 부르리라는 걸
어쩌면 나는 알고 있다
누군가 그 대신 상을 차리고, 새벽이 오기 전에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리란 걸
환하게 불 밝히고 무대를 다시 꾸미리라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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