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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가 아름다웠다

                                         - 이기철

잎 넓은 저녁으로 가기 위해서는
애인들이 더 따뜻해져야 한다
초승달을 데리고 온 밤이 우체부처럼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채소처럼 푸른 손으로 하루를 씻어 놓아야 한다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을 쳐다보고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 같은 약속도 한다
이슬 속으로 어둠이 걸어 들어갈 때
하루는 또 한 번의 작별이 된다
꽃송이가 뚝뚝 떨어지며 완성하는 이별
그런 이별은 숭고하다
사람들의 이별도 저러할 때
하루는 들판처럼 부유하고
한 해는 강물처럼 넉넉하다
내가 읽은 책은 모두가 아름다웠다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가 아름다웠다
나는 낙화만큼 희고 깨끗한 발로
하루를 건너가고 싶다
떨어져서도 향기로운 꽃잎의 말로
내 아는 사람에게
상추잎 같은 편지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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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 정호승


이 세상 사람들 모두 잠들고
어둠 속에 갇혀서 꿈조차 잠이 들때
홀로 일어난 새벽을 두려워 말고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겨울밤은 깊어서 눈만 내리어
돌아갈 길 없는 오늘 눈 오는 밤도
하루의 일을 끝낸 작업장 부근
촛불도 꺼져가는 어둔 방에서
슬픔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절망도 없는 이 절망의 세상
슬픔도 없는 이 슬픔의 세상
사랑하며 살아가면 봄눈이 온다.
눈 맞으며 기다리던 기다림 만나
눈 맞으며 그리웁던 그리움 만나
얼씨구나 부둥켜안고 웃어보아라.
절씨구나 뺨 부비며 울어보아라.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어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
봄눈 내리는 보리밭길 걷는 자들은
누구든지 달려와서 가슴 가득히
꿈을 받아라.
꿈을 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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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미나 2006-04-07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먼저 축복해주고 싶은 사람, 힘이 되는 사람, 유쾌해 지는 사람" 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 이 시를 읽으니.. 더 구체화 되는걸. 시가 구체화시킨다니... 참.. 대단한 시야.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작기만한 내 기억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 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 보낸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 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 김광석 노래,   서른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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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04 0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셀린 2006-04-04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런 실수를!!! 지적해주셔서 고맙습니당~
 

서른 잔치는 끝났다

                                 - 최영미

물론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운동보다도 운동가를
술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
그리고 외로울 땐 동지여!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로 사랑노래를 즐겼다는 걸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잔치는 끝났다
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 둘 지갑을 챙기고 마침내 그도 갔지만
마지막 생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났지만
어렴풋이 나는 알고 있다
여기 홀로 누군가 마지막까지 남아
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
그 모든 걸 기억해내며 뜨거운 눈물 흘리리란 걸
그가 부르다 만 노래를 마저 고쳐 부르리라는 걸
어쩌면 나는 알고 있다
누군가 그 대신 상을 차리고, 새벽이 오기 전에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으리란 걸
환하게 불 밝히고 무대를 다시 꾸미리라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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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의 커피

                                            - 이해인

 어느 날 혼자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허무해지고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가슴이 터질 것만 같고 눈물이 쏟아지는데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데 만날 사람이 없다.

주위에는 항상 친구들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날 이런 마음을 들어줄 사람을 생각하니

수첩에 적힌 이름과 전화전호를 읽어내려가 보아도

모두가 아니었다.

혼자 바람맞고 사는 세상 

거리를 걷다 가슴을 삭이고 마시는 뜨거운 한 잔의 커피

아! 삶이란 때론 이렇게 외롭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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