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처럼 약초처럼
김인숙 지음 / 문학의봄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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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척박한 삶을 견디며 지혜의 향기를 피우다



인생의 어느 지점에 이르면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게 된다. 치열하게 살아온 날들이 무엇을 남겼는지, 고단했던 경험은 지금의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되었는지 묻게 된다. 젊은 날에는 견뎌야 할 현실이 먼저였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는 그 현실을 통과하며 얻은 지혜가 삶을 지탱하는 자산으로 남는다. 문학의봄에서 출간된 김인숙 작가의 회고록 『잡초처럼 약초처럼』은 한국에서 학업과 연구자의 길을 시작해 미국에서 오랜 세월 살아온 한 여성의 생애를 돌아보며, 고난과 인내가 어떻게 삶의 자양분으로 바뀌는지를 담담하게 들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성균관대학교에서 약학을 공부하고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일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조지타운대학교 메디컬센터와 존스홉킨스대학교 메디컬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생활하며 가정과 직업을 일구었다. 낯선 땅에서 연구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전문 지식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언어와 문화의 차이, 이민자로서 마주하는 보이지 않는 장벽, 여성으로서 감당해야 했던 현실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과 인내가 필요했을 것이다. 정년퇴직이라는 생의 전환점에 이르러 저자는 그 시간을 되돌아보며 자신이 지나온 길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한다.


이 책의 제목인 ‘잡초’와 ‘약초’는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식물을 가리키면서도, 결국 바라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존재의 가치를 생각하게 한다. 잡초는 흔히 원하지 않는 곳에서 자라 농사에 방해가 되는 식물로 여겨진다. 반면 약초는 사람에게 유용한 효능을 지닌 식물로 대접받는다. 그러나 잡초와 약초를 가르는 기준은 식물 자체의 본질만이 아니라 인간의 필요와 판단에 달려 있기도 하다. 같은 식물도 누군가에게는 귀찮은 존재가 되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자원이 된다.


사람의 삶도 이와 다르지 않다. 조직과 사회가 정해 놓은 기준에 맞지 않거나 다수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때로 불편한 존재로 취급받는다. 저자에게 낯선 미국 땅에서의 이민 생활은 거친 환경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남아야 하는 잡초의 시간과 닮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시간은 단순한 생존의 기록으로 끝나지 않는다. 오랜 세월 쌓인 경험은 자신을 단련하고 타인의 어려움을 이해하게 하며, 지나온 삶을 해석하는 지혜로 바뀐다. 잡초처럼 견뎌 낸 시간이 약초처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의 지혜로 익어 가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눈길이 가는 부분은 저자가 과거의 경험을 성공과 실패라는 단순한 잣대로 재단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나간 시간을 무조건 미화하거나 고난을 극복한 무용담으로 포장하기보다, 그 경험이 현재의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남겼는지 돌아본다. 과거는 다시 살아 낼 수 없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삶은 달라질 수 있다. 지나온 경험에서 후회만 남길 수도 있고, 다음 걸음을 위한 디딤돌을 찾아낼 수도 있다. 회고란 과거에 붙들려 사는 일이 아니라 과거에서 지금의 삶을 지탱할 지혜를 건져 올리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꼰대’, ‘만보 걷기’, ‘씨앗’, ‘텃밭’, ‘설날’, ‘졸업’, ‘코로나19’처럼 일상과 세월의 변화를 담은 소재들도 책에 친근함을 더한다. 특별한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나 살아가며 마주할 수 있는 일과 관계, 생활의 풍경을 통해 독자는 자신의 시간을 겹쳐 보게 된다. 세대가 다르고 살아온 환경이 달라도 나이가 들며 느끼는 변화와 가족에 대한 마음, 고국과 고향을 향한 그리움, 지나온 삶을 돌아보는 감정에는 서로 통하는 지점이 있다. 거창한 사건보다 평범한 일상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 회고록의 중요한 매력이다.


특히 오랜 세월 타국에서 살아온 저자에게 한국과 우리말은 단순한 출신의 흔적을 넘어 내면을 지탱하는 뿌리였을 것이다. 다른 언어와 문화 속에서 일하고 생활하면서도 마음속에 간직한 모국의 기억과 언어는 정체성을 이어 주는 연결고리가 된다. 이민자의 삶은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는 과정인 동시에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끊임없이 되새기는 과정이기도 하다. 저자의 회고에는 낯선 땅에서 일궈 낸 생활의 성취뿐 아니라 오랜 세월 마음 한편에 자리해 온 고국에 대한 애착과 그리움이 함께 배어 있다.


『잡초처럼 약초처럼』은 한 연구자의 이력서나 이민 정착기를 넘어, 한 인간이 살아온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남은 생을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 것인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누구나 인생의 어느 시기에는 잡초처럼 취급받는다고 느낄 수 있다. 자신의 노력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낯선 환경에서 홀로 버텨야 하거나, 세상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기 어려울 때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어려움이 삶 전체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오늘의 고단함이 훗날 어떤 의미로 남을지는 아직 알 수 없으며, 그 경험을 지혜로 바꾸는 일은 결국 자신의 몫이다.


잡초와 약초의 차이는 식물에 붙인 이름에만 있지 않다. 무엇을 바라보고 어떻게 쓰임을 발견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거칠고 쓸모없어 보이는 시간이라도 그 안에서 인내와 통찰을 길어 올린다면 삶을 지탱하는 귀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지나온 세월을 긍정하되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남은 날들을 더 깊고 충실하게 살아가려는 사람에게 이 책은 조용한 위로와 단단한 격려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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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의 조각
이다 투르페이넨 지음, 정보람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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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라진 생명에게 바치는 가장 아름다운 애도



인간의 호기심과 지적 탐구는 문명을 발전시켰지만, 그 이면에는 자연을 정복과 소유의 대상으로 바라본 오만도 자리하고 있다. 인간에게 유용하다는 이유로 수많은 생명이 사라졌고, 그중 일부는 존재의 흔적조차 온전히 남기지 못했다. 열린책들에서 출간된 핀란드 작가 이다 투르페이넨의 첫 장편소설 『숨의 조각』은 인간의 손에 의해 멸종한 스텔러바다소의 비극을 중심으로, 사라진 생명을 기억하고 복원하려는 사람들의 긴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과학과 역사, 예술과 문학을 넘나들며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되묻는 이 소설은 멸종이라는 차가운 사실에 문학의 온기를 불어넣는다.


스텔러바다소는 몸길이가 8~9미터에 이르고 몸무게가 8~10톤에 달했던 거대한 초식성 해양 포유류다. 북태평양의 다시마 숲을 터전으로 살아가던 이 동물은 1741년 러시아 탐험대의 박물학자 게오르크 빌헬름 스텔러에 의해 서구 학계에 알려졌다. 탐험대가 조난의 위기에서 살아남는 데 도움을 준 동물이었지만, 이후 풍부한 고기와 기름, 가죽을 얻으려는 인간의 탐욕은 이들에게 재앙이 되었다. 스텔러바다소는 발견된 지 불과 27년 만인 1768년 멸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명의 역사가 수백만 년에 걸쳐 이어질 수 있어도, 인간의 욕망 앞에서는 그 존재가 놀라울 만큼 짧은 시간 안에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참담하다.


작품은 이 비극을 한 시대의 사건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18세기 탐험과 발견의 현장에서 시작해 19세기 러시아령 알래스카의 역사적 풍경을 거쳐, 사라진 동물의 흔적을 찾아내고 골격을 복원하려는 과학자와 예술가들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시대와 인물은 달라지지만 중심에는 하나의 질문이 놓여 있다. 인간이 사라지게 한 생명을 인간은 어떻게 기억할 수 있는가. 발견의 기쁨이 착취의 출발점이 되고, 자연에 대한 지식이 때로는 파괴를 촉진하는 도구가 되는 역사의 역설은 오늘날에도 낯설지 않다.


이 작품에서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멸종의 비극 자체만큼이나 사라진 존재를 되살려 기억하려는 사람들의 노력에 주목한다는 점이다. 흩어진 뼈를 찾아내고, 각각의 조각이 어디에 놓여야 하는지 살피며, 거대한 골격을 하나씩 완성해 가는 과정은 단순한 과학적 복원 작업을 넘어선다. 그것은 인간이 저지른 파괴의 흔적을 직시하고, 더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생명에게 뒤늦게나마 존재의 자리를 돌려주려는 행위다. 그 과정에서 과학자의 관찰과 연구, 예술가의 세밀한 표현, 복원가의 끈기 있는 손길은 서로 다른 영역을 넘어 하나의 애도에 참여한다.


그러나 복원된 골격이 과거의 생명을 온전히 되돌려 놓을 수는 없다. 박물관에 서 있는 뼈대는 그 동물이 어떤 모습으로 헤엄쳤고, 어떤 방식으로 먹이를 구했으며, 바다의 다른 생명들과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 상상하게 해 줄 뿐이다. 그것은 존재의 흔적이지, 존재 그 자체는 아니다. 바로 이 간극에서 작품의 슬픔은 더욱 깊어진다. 아무리 정교한 기술과 학문이 동원되더라도 한 번 사라진 생명을 원래의 모습으로 완전히 돌려놓을 수는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복원은 과거를 되돌리는 일이 아니라,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을 인정하고 기억하는 일에 가깝다.


핀란드어 원제인 『Elolliset』은 살아 있는 존재들을 가리킨다. 이 제목은 작품의 시선을 스텔러바다소 한 종에만 머물게 하지 않는다. 인간 역시 자연을 지배하는 절대자가 아니라 수많은 생명이 얽혀 살아가는 거대한 생태계의 일부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스텔러바다소의 멸종은 오래전 북태평양의 한 섬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끝나지 않는다. 서식지 파괴와 기후 변화, 무분별한 자원 이용으로 다른 생명들이 사라지는 오늘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 한 종의 소멸은 단순히 동물 한 종류가 줄어드는 일이 아니라, 오랜 시간 형성된 생태계의 연결망에서 하나의 고리가 끊어지는 일일 수 있다.


이 소설이 전하는 메시지는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당위에만 머물지 않는다. 인간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소유하며, 무엇을 이용할 수 있는가를 묻기 전에, 다른 생명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먼저 생각하게 한다. 과학적 발견이 곧 지배의 권리가 될 수 없고, 인간에게 유용하지 않다는 이유로 다른 생명의 가치를 낮게 평가해서도 안 된다. 자연은 인간의 편의를 위해 존재하는 자원이 아니라,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생명의 터전이기 때문이다.


『숨의 조각』은 멸종된 동물의 이야기를 빌려 인간의 탐욕과 책임, 기억과 속죄를 깊이 있게 탐색하는 작품이다. 사라진 생명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그 생명이 왜 사라졌는지 기록하고 기억하는 일은 가능하다. 그리고 그 기억은 지금 살아 있는 생명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박물관의 골격 앞에 서서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한 동물의 죽음만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욕망이 남긴 흔적이자,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말라는 조용한 경고다.


사라진 생명에게 바치는 가장 아름다운 애도는 눈물이나 후회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아직 우리 곁에 살아 있는 존재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일일 것이다. 『숨의 조각』은 그 당연하지만 자주 잊히는 진실을 긴 시간의 이야기로 되살려 낸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돌아보고, 생명의 존엄과 공존의 의미를 생각하고 싶은 독자에게 권하고 싶은 작품이다.







#숨의조각 #이다투르페이넨 #열린책들 #북유럽 #북유럽서평단 #핀란드문학 #스텔러바다소 #생태문학 #환경소설 #멸종과복원 #생명의존엄 #인간과자연 #생태계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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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본 조직 안의 인간
이남 지음 / 좋은땅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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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성과와 존중 사이, 조직과 개인의 어긋남을 읽다


조직은 성과를 요구하고, 개인은 인정받기를 원한다. 조직은 효율과 통제를 통해 목표를 달성하려 하지만, 구성원은 자신의 노력과 역량이 존중받고 있다는 확신 속에서 일의 의미를 찾는다. 두 가지 욕구는 서로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조직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개인이 일에서 보람을 얻기 위해 반드시 함께 충족되어야 할 조건이다. 그렇다면 조직과 개인이 같은 목표를 향해 일하면서도 갈등과 피로, 냉소와 침묵을 반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좋은땅 출판사에서 출간된 이남 저자의 『심리학으로 본 조직 안의 인간』은 이러한 질문을 조직심리학의 관점에서 탐색하는 책이다. 24년간 민간기업과 공공기관, 군대, 병원 등 다양한 현장에서 인사관리와 조직 컨설팅을 경험한 저자는 직장 내 갈등을 어느 한쪽의 잘못으로 단순화하지 않는다. 대신 조직이 요구하는 것과 구성원이 바라는 것 사이에 어떤 간극이 존재하는지, 그 간극이 어떻게 개인의 심리와 조직의 성과를 함께 흔드는지 살펴본다.


이남 저자는 기업에서 HR부서장으로서 실무를 두루 경험 하였고 경영컨설턴트로서 조직 진단과 변화설계를 주도 하였다. 20대부터 80대에 이르는 직장인의 세대별 가치관차이를 실증적으로 분석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이 책의 학문적 토대로 사용하였다. 이러한 경험과 연구의 결과 결국 조직을 움직이는 것은 힘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라는 것이었다. 그 신뢰 위에서 AI시대에도 사람과 조직이 함께 성장하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잘 작동하는 조직은 통제와 자율의 균형이 잘 갖추어진 조직이다.


직장에서 문제가 생기면 조직의 권위적인 문화나 관리자의 잘못을 지적하기 쉽다. 반대로 구성원의 의지 부족이나 책임감 결여를 원인으로 돌리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의 갈등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조직은 목표 달성을 위해 효율과 통제를 중시하지만, 사람은 자신의 기여가 인정받고 공정하게 대우받기를 원한다. 노력에 합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거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되는 경험이 반복되면 구성원은 조직을 신뢰하기 어려워진다. 처음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던 사람도 점차 침묵하고, 주어진 일만 처리하며, 마음속으로는 조직과 거리를 두게 된다.


이 책이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변화의 과정이다. 조직에 대한 실망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다. 기대와 현실의 차이가 쌓이고, 공정성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며, 자신의 목소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경험이 반복될 때 사람은 조금씩 의욕을 잃는다. 결국 퇴사라는 행동에 이르기 전부터 심리적으로 조직을 떠나 있을 수도 있다. 직장인의 무기력과 냉소를 개인의 성격이나 태도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유다. 조직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식을 이해해야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책의 또 다른 강점은 추상적인 이론에 머물지 않고 대기업과 스타트업, 공공기관, 군대, 학교, 병원 등 서로 다른 일곱 조직의 사례를 통해 문제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는 점이다. 조직의 규모와 업무 환경은 달라도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의 심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 공정하지 않다는 인식은 신뢰를 무너뜨리고, 일방적인 지시는 자발성을 약화하며, 존중받지 못한다는 감정은 협력의 동기를 떨어뜨린다. 저자는 심리학과 경영학의 개념을 활용해 일상적인 직장 경험을 분석하고, 구성원의 주인의식을 막연한 구호가 아닌 ‘심리적 오너십’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도록 이끈다. 조직문화 진단 도구인 KOHI 모델을 제시하는 대목 역시 조직의 문제를 막연한 인상이나 개인적 판단에 맡기지 않고, 진단과 개선의 대상으로 다루려는 시도로 읽힌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조직의 성과와 구성원의 행복을 서로 양보해야 하는 가치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구성원을 배려하면 성과가 떨어지고, 성과를 높이려면 어느 정도의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생각은 오래된 조직 운영 방식의 한계일 수 있다. 경청과 질문, 공정한 피드백, 심리적 안전감이 마련되면 구성원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 이러한 환경은 개인의 만족을 넘어 창의성과 협업, 지속 가능한 성과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인공지능과 자동화가 업무의 상당 부분을 바꾸어 가는 시대일수록, 사람의 자발성과 판단력, 관계를 형성하는 능력은 더욱 중요한 경쟁력이 된다.


물론 모든 조직의 갈등을 심리적 요인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불합리한 업무량과 보상 체계, 불안정한 고용, 권한의 불균형처럼 제도와 구조의 문제도 함께 살펴야 한다. 그러나 제도를 바꾸는 일 역시 그 제도 안에서 일하는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사람을 단순히 성과를 생산하는 자원으로 취급한다면 조직은 당장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인 신뢰와 몰입을 잃을 수 있다. 반대로 구성원을 존중한다는 말이 실제 의사결정과 평가, 소통 방식에 반영될 때 조직문화는 비로소 변화하기 시작한다.


『심리학으로 본 조직 안의 인간』은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는 개인을 탓하거나, 조직의 문제를 무조건 비판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도록 돕는다. 직장인에게는 자신이 느끼는 피로와 무력감의 원인을 돌아보게 하고, 관리자와 인사 담당자에게는 구성원의 침묵을 무관심으로 오해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건넨다. 조직이 원하는 성과와 개인이 바라는 존중은 반드시 충돌해야 하는 가치가 아니다. 서로의 욕구를 이해하고 그 간극을 줄이려는 노력이 있을 때 두 가치는 함께 실현될 수 있다.


조직은 결국 사람으로 이루어진다.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조직이 지속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조직의 언어와 개인의 언어가 서로 어긋나는 지점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다시 소통을 시작하는 것. 이 책이 제안하는 변화의 출발점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사람을 사람으로 바라보는 태도에 있다. 조직과 개인이 함께 성장하는 길을 고민하는 직장인과 리더, HR 담당자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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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 근력
스튜어트 샌드먼 지음, 이창엽 옮김 / 김영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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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숨을 다스려 몸과 마음의 균형을 되찾는 과학적 연습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숨을 쉬지만, 정작 자신이 어떻게 호흡하는지 의식하는 순간은 많지 않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숨이 가빠지고, 불안하면 가슴이 답답해지며, 긴장이 풀리면 호흡도 자연스럽게 느려진다. 이처럼 호흡과 감정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단전호흡과 기수련, 요가와 명상에서 오래전부터 강조해 온 호흡의 지혜는 오늘날 자율신경계와 스트레스 반응에 관한 과학적 연구를 통해 새로운 조명을 받고 있다.


김영사에서 출간한 스튜어트 샌드먼의 『호흡근력』(원제 Breathe In, Breathe Out)은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호흡을 의식적인 훈련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하는 책이다. 저자는 개인적인 상실과 고통을 계기로 호흡의 힘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다양한 호흡 수련과 과학적 자료를 탐구하며 그 원리와 실천법을 소개한다. 이 책의 핵심은 특별한 도구나 비용 없이 언제든 실천할 수 있는 호흡을 통해 몸과 마음의 상태를 살피고 조절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있다.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호흡이 단순히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보내는 과정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호흡의 속도와 깊이는 심박수와 자율신경계의 활동, 긴장과 이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불안하거나 초조할 때 호흡이 얕고 빨라지는 현상은 누구나 경험한다. 반대로 편안한 자세에서 호흡을 천천히 조절하면 몸의 긴장을 낮추고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저자가 호흡을 몸과 마음을 연결하는 다리로 바라보는 이유다.


특히 기억에 남는 문장은 “확신이 서지 않을 때는 숨을 길게 내쉬어라”이다. 상황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마음에 사로잡혀 생각을 거듭하고, 때로는 감정에 휩쓸려 성급한 판단을 내린다. 이때 잠시 멈춰 숨을 천천히 내쉬는 것은 현실을 회피하는 행동이 아니다. 즉각적인 반응을 늦추고 자신을 관찰할 여유를 확보하는 방법이다. 저자가 소개하는 느린 호흡이나 4초 들이쉬기, 4초 멈추기, 8초 내쉬기 같은 기법도 이런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호흡을 멈추거나 길게 내쉬는 방식이 모든 사람에게 편안한 것은 아니므로, 자신의 몸 상태에 맞춰 무리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코호흡과 횡격막 호흡에 관한 설명도 실생활에서 적용해 볼 만하다. 코는 들이마시는 공기를 걸러내고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며, 비강에서 생성되는 산화질소는 호흡 생리에 관여한다. 횡격막을 자연스럽게 활용하는 호흡은 과도한 가슴 호흡을 줄이고 호흡의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코호흡 하나만으로 여러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코막힘이나 수면무호흡증 등 호흡 관련 문제가 있다면 원인을 확인하고 적절한 의료적 도움을 받는 것이 우선이다. 특히 입을 테이프로 막는 방법은 누구에게나 안전한 실천법이 아니므로 신중해야 한다.


이 책에서 호흡은 감정을 다루는 방법이기도 하다. 불쾌한 감정이 생겼을 때 그것을 억누르거나 확대하기보다 먼저 알아차리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상황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감정은 단순히 의지로 없앨 수 있는 대상이 아니지만, 감정에 즉각 반응하지 않고 잠시 머물러 바라보는 연습은 대응 방식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된다. 저자가 제안하는 ‘알아차리기-호흡-재구성’은 마음속에 쌓인 부담을 하나씩 내려놓는 실천으로 읽힌다.


호흡은 몰입과 일상의 성과라는 주제와도 연결된다. 한 가지 일에 온전히 집중하는 몰입은 도전과 역량, 성취가 맞물릴 때 깊어질 수 있다. 호흡이 몰입을 자동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지만, 호흡을 가다듬으며 산만한 주의를 정돈하는 일은 지금 하는 일로 돌아가는 하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운동이나 업무,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잠시 호흡을 살피는 습관은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고 다음 행동을 선택하는 데 유용하다.


무엇보다 이 책이 전하는 중요한 메시지는 자기 돌봄의 우선성이다. 우리는 가족과 이웃, 사회와 지구를 돌보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자신이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지는 뒤늦게 알아차리곤 한다. 몸이 지치고 마음이 소진된 상태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온전히 마음을 내어주기도 어렵다. 먼저 자신의 호흡을 살피고 몸과 마음의 신호에 귀를 기울이는 일은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기초다.


『호흡근력』은 호흡을 만병통치약으로 제시하기보다, 매일 반복하는 생명 활동을 의식적으로 관찰하고 훈련하는 계기로 읽을 때 더욱 의미가 있다. 건강을 위해 특별한 장비를 마련하기 전에,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려 애쓰기 전에, 잠시 멈춰 지금 자신의 숨이 어떤지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크리슈나무르티의 말처럼 자신을 변화시키는 일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호흡 하나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숨을 고르는 짧은 순간은 감정에 끌려가기보다 자신을 돌아보고, 반응하기보다 선택하며, 소진되기 전에 스스로를 돌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숨을 바꾸는 일은 삶을 단번에 바꾸는 마법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를 조금씩 바꾸는 연습이다. 그 소박하지만 꾸준한 연습의 가치를 일깨운다는 점에서 이 책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독자에게 의미 있는 안내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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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석 셰프의 계절 밥상 1 - 제철 재료로 만드는 건강한 집밥 레시피
김대석 지음 / 경향BP / 2026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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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따뜻한 밥 한 그릇이 건네는 삶의 온기와 연대



초고령사회와 1인 가구의 증가로 ‘혼자 살아가는 삶’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혼자 사는 삶에는 자유와 편안함이 있지만, 그 이면에는 불규칙한 식생활과 건강의 문제,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짙어지는 고립과 고독의 그림자도 있다. 그래서 밥을 제대로 차려 먹는 일은 단순히 허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자신을 돌보고 삶의 질서를 세우는 중요한 생활 기술이 된다.

김대석 셰프의 35년 동안 외식업계에서 쌓아온 조리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계절의 제철 재료를 활용한 건강하고 맛있는 집밥을 소개하는 책이다. 저자는 2019년부터 자신의 실전 레시피를 유튜브로 공유해 왔으며, 현재 282만 명의 구독자와 10억 3천만 뷰의 누적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 끼 식사라도 제대로 맛있게 만들어 먹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그의 요리 철학을 관통한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제철 재료와 계절의 맛이다. 봄에는 부추겉절이, 여름에는 김치말이국수, 가을에는 아욱된장국, 겨울에는 굴국처럼 계절마다 가장 맛있는 재료를 찾아 식탁에 올린다. 단순히 재료 목록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봄·여름·가을·겨울로 나누어 그때그때 장을 보고 오늘의 메뉴를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계절 별로 대표적인 몇가지 조리법만 익혀두어도 입맛을 잃지 않게 하는것은 물론 손님 대접용으로도 훌륭한 준비가 된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좋은 재료만으로 좋은 음식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같은 재료라도 어떻게 손질하고, 어떤 양념을 사용하며, 어떤 순서로 조리하느냐에 따라 맛은 달라진다. 이 책은 복잡한 전문 요리법을 늘어놓기보다 집밥을 맛있게 만드는 데 꼭 필요한 핵심을 짚어준다. 결국 요리의 핵심은 값비싼 재료가 아니라 익숙한 재료의 본래 맛을 제대로 끌어내는 데 있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집밥’이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혼자 산다는 이유로 한 끼를 대충 때우기 시작하면 식생활뿐 아니라 하루의 리듬도 쉽게 흐트러진다. 반대로 스스로 장을 보고, 재료를 다듬고, 냄비에 불을 올려 정성껏 한 끼를 차려 먹는 일은 나 자신을 소홀히 대하지 않는 가장 구체적인 방법이다.


주방에서 칼을 쥐고 재료를 손질하고 불의 세기를 조절하는 일은 몸과 감각을 깨우는 생활의 수련이기도 하다. 누군가가 차려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 밥은 내가 책임진다는 점에서 요리는 자립의 기술이다. 잘 차린 밥 한 끼는 잘 살아가기 위한 가장 작고 확실한 실천이 된다.


그러나 밥상의 의미는 혼자 먹을 때보다 누군가와 나눌 때 더욱 커진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사람과의 지속적인 교류다. 관계는 거창한 약속보다 함께 밥을 먹는 소박한 자리에서 다시 이어질 때가 많다.

누군가를 집으로 초대해 직접 만든 국 한 그릇과 몇 가지 반찬을 내놓는 일은 음식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상대에게 내 시간과 정성을 건네는 행위이며, “당신과 이 시간을 함께하고 싶다”는 따뜻한 환대이기도 하다. 밥상 앞에서 오가는 대화는 어색한 침묵을 녹이고 멀어진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힌다.


그런 의미에서 『김대석 셰프의 계절 밥상』은 단순한 레시피북에 머물지 않는다. 부엌에서 시작된 한 끼가 식탁으로 이어지고, 식탁이 다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관계의 공간으로 확장된다. 혼자 먹기 위해 차린 밥상이 누군가와 나누는 밥상이 되는 순간, 집밥은 음식 이상의 힘을 갖는다.


우리는 건강을 위해 운동하고, 노후를 위해 돈을 준비하며, 외롭지 않기 위해 인간관계를 고민한다. 하지만 그 모든 삶의 기반에는 잘 먹고 잘 살아내는 일상이 있다. 거창한 변화보다 매일의 밥상이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될 때가 많다.

『김대석 셰프의 계절 밥상』은 그래서 요리책이면서 동시에 건강한 자립생활을 위한 생활 지침서다. 계절이 주는 가장 좋은 재료로 나를 위한 한 끼를 만들고, 때로는 소중한 사람을 불러 그 밥상을 함께 나누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일상은 조금 더 건강하고 풍요로워질 수 있다.


결국 좋은 밥상은 배만 채우는 것이 아니다. 나를 살리고, 사람을 부르고, 관계를 이어주며, 삶을 다시 따뜻하게 만든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식탁의 재료도 달라지듯 우리의 삶 역시 끊임없이 변한다. 그 변화 속에서 스스로를 돌보고 누군가와 따뜻한 한 끼를 나눌 수 있다면, 혼자 사는 삶도 결코 고립된 삶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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