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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 근력
스튜어트 샌드먼 지음, 이창엽 옮김 / 김영사 / 2026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숨을 다스려 몸과 마음의 균형을 되찾는 과학적 연습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숨을 쉬지만, 정작 자신이 어떻게 호흡하는지 의식하는 순간은 많지 않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숨이 가빠지고, 불안하면 가슴이 답답해지며, 긴장이 풀리면 호흡도 자연스럽게 느려진다. 이처럼 호흡과 감정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단전호흡과 기수련, 요가와 명상에서 오래전부터 강조해 온 호흡의 지혜는 오늘날 자율신경계와 스트레스 반응에 관한 과학적 연구를 통해 새로운 조명을 받고 있다.
김영사에서 출간한 스튜어트 샌드먼의 『호흡근력』(원제 Breathe In, Breathe Out)은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호흡을 의식적인 훈련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하는 책이다. 저자는 개인적인 상실과 고통을 계기로 호흡의 힘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다양한 호흡 수련과 과학적 자료를 탐구하며 그 원리와 실천법을 소개한다. 이 책의 핵심은 특별한 도구나 비용 없이 언제든 실천할 수 있는 호흡을 통해 몸과 마음의 상태를 살피고 조절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있다.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호흡이 단순히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보내는 과정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호흡의 속도와 깊이는 심박수와 자율신경계의 활동, 긴장과 이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불안하거나 초조할 때 호흡이 얕고 빨라지는 현상은 누구나 경험한다. 반대로 편안한 자세에서 호흡을 천천히 조절하면 몸의 긴장을 낮추고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저자가 호흡을 몸과 마음을 연결하는 다리로 바라보는 이유다.
특히 기억에 남는 문장은 “확신이 서지 않을 때는 숨을 길게 내쉬어라”이다. 상황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마음에 사로잡혀 생각을 거듭하고, 때로는 감정에 휩쓸려 성급한 판단을 내린다. 이때 잠시 멈춰 숨을 천천히 내쉬는 것은 현실을 회피하는 행동이 아니다. 즉각적인 반응을 늦추고 자신을 관찰할 여유를 확보하는 방법이다. 저자가 소개하는 느린 호흡이나 4초 들이쉬기, 4초 멈추기, 8초 내쉬기 같은 기법도 이런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호흡을 멈추거나 길게 내쉬는 방식이 모든 사람에게 편안한 것은 아니므로, 자신의 몸 상태에 맞춰 무리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코호흡과 횡격막 호흡에 관한 설명도 실생활에서 적용해 볼 만하다. 코는 들이마시는 공기를 걸러내고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며, 비강에서 생성되는 산화질소는 호흡 생리에 관여한다. 횡격막을 자연스럽게 활용하는 호흡은 과도한 가슴 호흡을 줄이고 호흡의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코호흡 하나만으로 여러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코막힘이나 수면무호흡증 등 호흡 관련 문제가 있다면 원인을 확인하고 적절한 의료적 도움을 받는 것이 우선이다. 특히 입을 테이프로 막는 방법은 누구에게나 안전한 실천법이 아니므로 신중해야 한다.
이 책에서 호흡은 감정을 다루는 방법이기도 하다. 불쾌한 감정이 생겼을 때 그것을 억누르거나 확대하기보다 먼저 알아차리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상황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감정은 단순히 의지로 없앨 수 있는 대상이 아니지만, 감정에 즉각 반응하지 않고 잠시 머물러 바라보는 연습은 대응 방식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된다. 저자가 제안하는 ‘알아차리기-호흡-재구성’은 마음속에 쌓인 부담을 하나씩 내려놓는 실천으로 읽힌다.
호흡은 몰입과 일상의 성과라는 주제와도 연결된다. 한 가지 일에 온전히 집중하는 몰입은 도전과 역량, 성취가 맞물릴 때 깊어질 수 있다. 호흡이 몰입을 자동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지만, 호흡을 가다듬으며 산만한 주의를 정돈하는 일은 지금 하는 일로 돌아가는 하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운동이나 업무,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잠시 호흡을 살피는 습관은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고 다음 행동을 선택하는 데 유용하다.
무엇보다 이 책이 전하는 중요한 메시지는 자기 돌봄의 우선성이다. 우리는 가족과 이웃, 사회와 지구를 돌보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자신이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지는 뒤늦게 알아차리곤 한다. 몸이 지치고 마음이 소진된 상태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온전히 마음을 내어주기도 어렵다. 먼저 자신의 호흡을 살피고 몸과 마음의 신호에 귀를 기울이는 일은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기초다.
『호흡근력』은 호흡을 만병통치약으로 제시하기보다, 매일 반복하는 생명 활동을 의식적으로 관찰하고 훈련하는 계기로 읽을 때 더욱 의미가 있다. 건강을 위해 특별한 장비를 마련하기 전에,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려 애쓰기 전에, 잠시 멈춰 지금 자신의 숨이 어떤지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크리슈나무르티의 말처럼 자신을 변화시키는 일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호흡 하나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숨을 고르는 짧은 순간은 감정에 끌려가기보다 자신을 돌아보고, 반응하기보다 선택하며, 소진되기 전에 스스로를 돌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숨을 바꾸는 일은 삶을 단번에 바꾸는 마법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를 조금씩 바꾸는 연습이다. 그 소박하지만 꾸준한 연습의 가치를 일깨운다는 점에서 이 책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독자에게 의미 있는 안내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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