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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대오염의 시대 - 28년 차 환경정책 전문가가 진단한 오염의 과학
정선화 (저자) / 푸른숲 / 2026년 3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우리는 기후 위기를 이야기할 때 흔히 탄소와 온실가스에 집중한다. 그러나 그 거대한 담론 뒤에는 또 하나의 보이지 않는 위기가 존재한다. 바로 화학 오염이다. 『대오염의 시대』는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이 ‘투명한 침입자’의 실체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책이다. 저자인 정선화는 환경부에서 28년간 정책을 다루고 경제협력개발기구 대표부에서 활동한 리스크 전문가로, 과학적 불확실성과 정책적 판단 사이에서 고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 오염의 구조를 설명한다.

책이 제시하는 현실은 놀랍도록 불안하다. 현재 시장에는 수십만 종의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있지만, 충분한 위험 평가를 거쳐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물질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편리한 생활을 가능하게 한 산업과 기술의 발전은 동시에 ‘현대의 오염’을 만들어냈고, 우리는 그 결과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도입부에서 소개되는 ‘에어로졸의 역설’은 특히 인상적이다. 미세먼지를 줄이면 지구 환경이 좋아질 것이라 믿었지만, 오히려 햇빛을 반사하던 오염 입자가 줄어들면서 온실가스의 온난화 효과가 더 강하게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구 온도 상승을 가속시키는 기후 오버슛 가능성을 높이며, 우리가 직면한 환경 문제가 얼마나 복합적인지를 보여준다.
책은 역사적 사례들을 통해 화학물질의 양면성을 설명한다. 한때 인류를 구원할 ‘기적의 물질’로 찬양받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며 생태계의 재앙으로 드러난 경우가 많다. 납 첨가 휘발유는 대기 오염과 함께 사회적 지능 저하와 범죄율 증가와 연관성이 제기되었고, 프레온 가스는 오존층 파괴의 주범이 되었다. 말라리아 퇴치에 사용되던 DDT 역시 생태계를 교란하는 물질로 규제되었다. 인간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진 물질이 시간이 지나 전 지구적 문제로 변하는 과정을 이 책은 차분하게 보여준다.
오늘날 오염 문제는 더욱 복잡해졌다. 미세플라스틱과 과불화화합물(PFAS), 폐의약품과 같은 물질들은 국경을 넘어 순환하며 생태계와 인간의 몸속까지 침투한다. 태평양에는 이른바 ‘제7대륙’이라 불리는 거대한 플라스틱 쓰레기 지대인 그레이트 퍼시픽 가비지 패치가 형성되어 있고, 그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다. 오염은 이제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 전체의 생존 문제다.
저자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실마리로 녹색화학(Green Chemistry)을 제시한다. 유해물질을 사후적으로 규제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품 설계와 생산 단계에서부터 독성과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이는 과학자와 산업, 정책, 시민이 함께 참여해야 가능한 전환이다. 오염에는 국경도 여권도 없기 때문이다.

책을 덮고 나면 한 가지 사실이 분명해진다. 우리가 누려온 편리함 뒤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희생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부담은 결국 미래 세대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해결의 출발점도 거창하지 않다. 대중교통 이용, 일회용품 줄이기, 에너지 절약과 같은 작은 실천들이 모여 변화를 만든다.
『대오염의 시대』는 공포를 조장하기 위한 책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현실을 정확히 이해하고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돕는 차분하지만 강력한 경고다. 보이지 않는 오염의 시대에, 이 책은 우리가 길을 잃지 않도록 비추는 하나의 정직한 이정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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