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유하기, 소유되기
율라 비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 입니다>
율라 비스의 저서 『소유하기, 소유되기』는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는 한 중산층 지식인의 고뇌와 성찰을 날카롭게 해부한 작품이다. 저자는 자신이 누리는 안온한 일상을 단순히 '노력의 결실'로 포장하지 않는다. 대신 그 기저에 깔린 출생, 교육 여건, 인종이라는 기득권의 그물망을 이데올로기적 관점에서 분석하며, 우리가 서 있는 운동장이 이미 얼마나 가파르게 기울어져 있는지를 가감 없이 폭로한다.


저자는 집을 사고 가구를 들이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행위에서 자본주의의 민낯을 발견한다. 자신이 중산층으로서 누리는 지위가 정당한 경쟁의 결과가 아니라, 백인이라는 인종적 배경과 고등 교육이라는 사회적 자본이 전제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결과물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과거 봉건제 하에서 귀족들이 누렸던 특권이 현대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자산'과 '투자'라는 이름으로 세련되게 변모했을 뿐이라는 통찰로 이어진다. 과거의 상류층이 육체노동으로부터 해방됨으로써 권위를 유지했다면, 오늘날의 자본가는 자본 수익을 통해 근로 소득을 위한 노동으로부터 해방된다는 점에서 그 본질은 궤를 같이한다.
율라 비스는 '소유하는 자'가 누리는 자유의 대가가 누군가의 '소외된 노동'임을 명확히 짚어낸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투자를 통해 자산을 증식하는 행위는 노동의 가치를 신성시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그 노동으로부터 멀어지려 애쓰는 모순을 낳는다. 저자는 이러한 시스템이 만들어낸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이 결코 평등한 기회가 아니며, 특정 계급에게만 허락된 사치임을 꼬집는다. 특히 이러한 불평등한 기득권이 자신의 자녀에게 고스란히 대물림되는 미국 사회의 관례를 목도하며, 저자는 '부모'로서의 애정과 '시민'으로서의 양심 사이에서 깊은 불편함을 느낀다.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저자의 솔직한 '불편함'에 있다. 자신이 시스템의 수혜자임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그 시스템이 정당하지 않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환기시킨다. 내 아이가 좋은 환경에서 자라기를 바라는 부모의 본능이, 결국 사회적 불평등을 고착화하는 기득권의 대물림에 기여하게 된다는 역설은 독자들에게도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소유가 곧 존재가 되는 자본주의의 논리 속에서 '무엇을 소유하고 있는가'보다 '어떻게 소유되고 있는가'를 묻게 함으로써, 우리 삶을 지탱하는 경제적 토대에 대한 윤리적 성찰을 촉구한다.


이 책은 자본주의라는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는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마주해야 할 거울과 같다. 율라 비스의 냉철한 자기 분석은 단순히 체제를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일상의 사소한 소비와 투자가 어떤 역사적, 사회적 맥락 위에 놓여 있는지를 깨닫게 한다. 소유의 욕망과 공정의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
에서 저자가 보여주는 지적인 정직함은, 이 기울어진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품격이 무엇인지 일깨워준다.
#소유하기소유되기#열린책들 #율라비스 #자본주의비판 #중산층의고민 #기득권대물림 #노동의가치 #계급사회 #미국사회 #인문학서평 #소유와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