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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처럼 인생을 살아라 ㅣ 세계철학전집 6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5년 10월
평점 :
이근오 엮음의 <개처럼 인생을 살아라>는 고대 그리스 견유학파의 대표 철학자 디오게네스를 오늘의 언어로 다시 불러낸 책이다. 원전 특유의 난해함을 걷어내고, 마치 짧은 소설을 읽듯 술술 넘어가는 문장 속에 디오게네스 사상의 핵심을 명료하게 담아낸 해석이 돋보인다. 철학 입문자나 일상의 성찰을 찾는 독자들에게 특히 권하고 싶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1. “가장 단순한 삶이 가장 자유로운 삶이다” — 비워내는 삶의 힘
이 책이 던지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단 하나다. 행복은 더 많이 가지는 데서 오지 않고, 더 많이 비워낼 때 비로소 시작된다.
디오게네스는 사회적 지위, 물질적 소유, 타인의 시선 같은 ‘불필요한 짐’을 단호히 내려놓음으로써 자유를 실천한 사람이다. 그가 말한 단순함은 가난이나 고행이 아니라 나를 비좁게 만드는 욕망을 걸러내는 능력이다.
지금 시대야말로 이 메시지가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더 많은 정보, 더 많은 옵션, 더 많은 비교에 짓눌린 현대인에게 ‘비움의 자유’는 오히려 가장 어려운 실천이기 때문이다.
2. 사회적 규범이 만든 ‘인위적 부끄러움’에 대하여
견유학파의 핵심은 **“자연에 따라, 단순하고 자유롭게 살라”**는 명제다. 디오게네스는 우리를 옭아매는 부끄러움의 상당수가 사실은 사회가 만들어낸 허상임을 지적한다.
이 책은 규범을 무작정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규범이 진정으로 의미 있는지 분별하는 태도를 강조한다.
익숙함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관습을 의심하며,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의 진실에 귀 기울이는 삶—이 책은 그 용기를 독자에게 조용히 권유한다.
3. ‘개처럼 살아라’의 참뜻 — 무례함이 아닌 정직함
이 책의 제목이 오해를 부를 수도 있지만, 디오게네스가 말한 ‘개처럼 산다’는 것은 극단적 무례함의 옹호가 아니다.
그는 ‘개’라는 존재가 가진 솔직함, 비위선성, 본능적 정직성을 삶의 기준으로 삼았다.
선한 이에게 꼬리를 흔들고, 악한 이에게는 이를 드러내며, 거짓에는 단호하게 짖어대는 그 단순명료한 가치판단을 위선의 시대와 대비되는 하나의 철학적 자세로 보여준다.
권력자에게는 냉소적이되, 약자에게는 따뜻했던 디오게네스의 태도는 오늘날의 윤리 문제—정직, 정의, 공정함—을 돌아보게 하는 힘을 가진다.
4. 미래를 좇기보다 ‘지금’을 보는 감각
책은 또한 미래에 대한 불안이 우리를 얼마나 흔들어 놓는지를 지적한다.
반대로 현재를 바라보면 이미 내 삶에 존재하는 평범하지만 귀한 것들—건강, 사랑하는 사람들, 하루의 안정—을 재발견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욕망과 공포가 만들어낸 ‘허상의 미래’에서 벗어나 삶의 중심을 현재에 두는 존재론적 태도에 가깝다.
<개처럼 인생을 살아라>는 디오게네스라는 고대 철학자를 빌려, "어떻게 더 자유롭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현대적 인문서다.
간결한 문장, 이야기처럼 읽히는 구성, 그리고 원전의 정신을 현대적으로 번역한 이근오 역자의 해석이 결합되어 철학이 낯선 독자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타인의 시선을 이유로 스스로를 억누르는 시대,
생산성과 효율이 인간의 가치를 대신하는 시대에
이 책이 제안하는 ‘개처럼 단순하고 정직한 삶’은 오히려 더 혁신적이고 더 용기 있는 선택처럼 느껴진다.
철학을 통해 삶의 방향을 한 번쯤 다시 점검해보고 싶은 이들에게,
그리고 ‘나답게 살아간다’는 말의 실질적 의미를 찾고 싶은 이들에게
충분히 가치 있는 읽을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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