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 - '인도'라는 이름의 거울
이옥순 지음 / 푸른역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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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가진 편견은 참 무섭다. 첫 인상에 대한 이미지는  오랫도록 지워지지 않고 무의식중에 발동한다.

 오랫동안 서부영화에서 인디안들은 항상 소리를 지르며, 뒤에서 기습 공격하고 잔인하게 묘사되었다. 하얀 피부를 가진 영웅들은 항상 정의를 위해서 일을했고 약한자들의 편에서 그들을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물론 이것은 왜곡된 이미지다. 이런 잘못된 시각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용서받지 못할 자'(1992)가 나오기 전까지는 제대로 영화속에서 표현되지 못했었다.

 한 개인이 가진 왜곡과 편견도 있지만 집단적으로는 그것이 더욱더 무섭게 작용한다.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은 사람들이 어떻게 '인도'라는 나라를 왜곡했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오리엔탈리즘은 서양이 동양에 대해 가진 본질적인 이미지, 서양이 상상하고 날조하는 동양을 말한다.

 그럼, 왜 인도라는 나라의 이미지가 왜곡되었는가에 대한 의문점이다. 역사적으로 따지면, 인도는 영국의 식민지였다. 먼 유럽에서 인도에 도착한 소수의 영국인들은 광대한 영토와 엄청나게 많은 인구를 가진 이질적인 인도에 대한 식민 지배를 영속화하려면 단순히 물리적 힘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영국은 인도 정복과 지배를 합리화하고, 영국의 우수성과 인도의 열등성을 강조했다. 이 차이의 기준은 언제나 영국의 가치와 방식이었고, 그 내용은 인도의 부족함과 모자람이었다.  인도인은 과거 한때, 고대에는 훌륭한 문명을 가졌었지만 그것들은 모두 옛날 이야기이고, 이제는 문명국 영국의 통치를 받아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것은 문학과 영화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표현된다. 많은 것들이 있지만 우리가 잘 아는 대표적인 것을 들자면 셜록 홈즈의 추리소설과 영화 <시티 오브 조이>다. 서구인들이 바라본 인도의 모습이 그렇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인도의 모습은 어떤가. 안타깝게도 우리의 문학과 신문기사에 표현된 인도의 모습도 서양인의 그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이것을 저자는 '복제 오리엔탈리즘'이라고 부른다. 복제 오리엔탈리즘은 비서구의 전통을 가진 서구의 타자이며 '동양'인 우리가 다른 '동양'인 인도를 보고 말하는 방식이다.

우리도 서양이 구성한 인도, 인도에 대한 영국의 식민담론을 비판없이 차용하고  복제하여 우리보다 발전하지 못한 인도를 우리의 타자로 바라보면서 정체성을 세우려는 것이다.

한 나라에 대한 편견이 있다면 개인에게도 편견이 있다. 나와 다른 타인의 취향은 함께 할 수 없는 벽이라기 보다는 오케스트라에서 서로 음색이 다른 악기와 같은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

타인의 취향은 내 취향이 아니다. 이런 차이를 확인하는 것, 이것은 시작일 수도 있고, 끝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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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유용주 지음 / 솔출판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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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는 철학자가 되면서 '왜 사는가'라는 질문을 진지하게 던져본다. 그러나 살다보면 바쁜 삶의 흐름 속에 그 질문은 파묻혀 버리게 마련이지만 때때로 작은 것들과 숨어있는 것들이 갑자기 새롭게 다가올 때가 있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리지 말 것. 모든 만남에는 새로운 자세가 필요한 법이다. 도토리를 주울 때에도 도토리가 나무에서 떨어지면 곧잘 가랑잎 속으로 숨어들기 때문에 허리를 굽혀야 겨우 보이기 시작한다고 한다.

저자의 성찰이 가슴에 와 닿는 것은 그만큼 몸을 굽히고 마음을 낮춘 탓이리라. 그는 길을 걸으면서 잠을 자면서 생각한다. 삶과 글은 노동판에서 인생을 보낸 사람들의 거친 팔뚝과 같다. 실제로 쉽지 않은 삶을 보낸 것 같다. 그러나 절망에서 희망을 노래한다. 언제나 몸으로 먼저 느껴야 한다고 하기도 한다. 따지고 보면 삶도 그렇고 문학도 그렇다. 특히 다음과 같은 고백은 가슴에 와 닿았다.

'우리가 처음 만나 스스로에게 약속한 것처럼 이 땅에 지천으로 널린 아픔들을 정면으로 바라볼 것, 그것의 원인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질 것, 나이가 들어간다 해도 처음의 마음이 변하지 않을 것, 문학을 핑계로 개폼 잡고 치기 어린 주장이나 일삼지 않을 것, 잘 벼리고 있겠지.'(120쪽)

그는 고백한다. '죄는 깊고 인간은 터무니없이 얕다.' 사람이란 참 신기하다. 죄를 지으면서 죄를 연구하기도 하고 영원한 구원을 기다리면서 끊임 없이 죄를 짓는 신기한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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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전우익 지음 / 현암사 / 199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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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가수 양희은은 '가수가 제 목소리에 취하면 노래도 흔들린다'고 말했다. 따지고 보면 제 인생에 취해서 우리의 삶도 많이 흔들린다. 아마 그것은 이 땅에 살면서 차분히 하늘을 쳐다보며 천천히 땅을 걸어본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의 삶은 항상 바쁜 것이 아니라 분주했던 것이리라.

삶이라는 것이 그 무엇인가에, 그 누구엔가에 정성을 쏟는 일이라면 이 책의 저자인 '전우익'에게는 어울리는 말이다. 그는 농사꾼이다. 그것도 아주 고집쟁이 농사꾼이다. 그렇다고 자기의 것만 자랑하고 앞세우는 사람은 아니다. 그는 함께 사는 것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무엇보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것은 귀농을 권하거나, 농촌의 삶만이 유일한 해결책이고 진리에 가까운 것처럼 너스레를 떨지 않는 것이다. 단지 그곳에서 조용히 묻혀서 자기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너무 보기 좋았다. 그는 사람에게서 인생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동물을 통해서 인생을 배운다.

살아가면서 자기의 소리를 내지 못하고 흉내만 내는 인간들을 이렇게 꾸짖는다. '인간들의 명절에 떼죽음을 당한 짐승들만 해도 그래요. 그들은 평생 동안 남의 흉내는 내지 않지요. 개는 개소리, 닭은 닭소리, 새들도 각각 그들만의 독특한 소리를 내지요, 그걸 자효라고 한다지요. 인간만이 남의 흉내를 내기 위해 안달을 하고 그걸 못하면 좌절하는 것 같아요.'(104쪽)

끊임없이 자연을 이야기하지만 사람이 자연과 함께 또는 사람이 사람과 함께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본 것이 아니라 같이 어깨동무하고 배워나가야 할 소중한 친구로 본다. 이 조그마한 책에 쓰여진 깊은 글들은 짜증나는 여름날에 깊은 우물에서 퍼내는 시원한 물과 같다. 한번 마셔보고 권하는 것이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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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희의 아름다운 시절
조성기 지음 / 민음사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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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겨있는 한 장의 사진을 간직하고 있다. 언덕 아래에 기차가 지나가고 세 명의 어린 꼬마들은 손가락으로 한곳을 가리킨다. 꽉 다물었던 입술이 터지는 순간 찍었던 사진이다. 사진속의 예쁘게 웃던 모습과 추억들이 떠오른다. 지금은 어디에 사는지는 모르지만 내 기억 속에 그들은 잊혀지지 않고 있다.

저자의 말대로 '누구에게나 인생의 밤바다에서 명멸하는 추억의 금강(金剛) 덩어리'가 있을 것이다. 저자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었다. 종희 씨는 예전에 전세로 살던 집, 안 주인의 이름이다. 직접 들었던 이야기들을 열 개의 테이프에 보관해 왔었고 열 번 가까이 이사를 다니면서도 테이프가 들어있는 가방을 챙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고 한다.

종희 씨의 이야기는 마치 한 장의 흑백사진을 보는 것과 같다. 우리들의 어머니의 어머니, 아버지의 아버지가 겪어야만 했던 한국의 현대사들이 서럽게 기록되어 있다. 제목이 <종희의 아름다운 시절>이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잊지못할 '한의 덩어리'로 남아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타타르인의 참혹한 시절'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게 만든다. 6.25 당시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아 있던 타타르인 가족의 수난사와 동물의 세계를 번갈아 가면서 설명한다. 그리고 묻는다. 동물의 왕국과 인간의 왕국이 무엇이 다르냐고.

인생이란 가까이 보면 볼수록 비극이지만, 멀리 보면 볼수록 희극이라고 쇼펜하우어가 말했던가. 삶이란 무엇일까? 코미디언 이주일의 말이 생각난다. '여러분을 웃기느라 많이도 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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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이 넘어 다시 읽는 동화 - 동화 속에 숨겨진 사랑과 인간관계의 비밀
웬디 패리스 지음, 변용란 옮김 / 명진출판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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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스물살이 한창 넘었다. 책의 제목과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나이에 이 책을 읽었다. 그리고 지금. 동화같은 세상을 꿈꾸기에는 너무 늙었다. 동화같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도 그것이 '꿈'에서 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지금 내가 배우고 있는 것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 자기 변명에 충실해야 하며, 인간이란 존재는 참으로 복잡하고 모순적이라는 사실을 내 삶을 통해서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

<스무살이 넘어 다시 읽는 동화>는 최근에 읽은 책중에서 가장 나를 실망시킨 책이다. 이 책은 객관식의 항목을 정해놓고 미리 정답도 체크 해놓은것 같은 느낌이 든다. 주관적으로 생각할수 있는 공간을 남겨 놓지않았다. 저자의 논리를 따라가보면 '스무살이 넘어 다시 동화를 읽어야 하는 이유'를 세월이 지나도 녹슬지 않는 진리가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동화는 환상 속에서 펼쳐지는 얘기지만, 동화에서 쓰이는 마법의 효력은 현실에도 유효한 것이다.' (13쪽) 라는 것이 저자의 믿는 바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마법의 효력'이 통하지 않는 일들이 많다는 것을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이 책이 올바른 균형을 이룰려면 반드시 언급되어야 할 부분인데도 저자는 그냥 넘어간다. 단지, 아름다운 꿈을 꾸라고만 한다. 세상은 알라딘의 램프처럼 우리가 원하는 소원을 들어줄 준비가 되어있다고 한다. 그러나 어떤 하나의 생각을 전개하기 위해서 삶 전체를 왜곡해서는 안된다. 마녀의 거울이 아무리 '주인님이 가장 아름다우십니다'라고 해도 현실은 똑바로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세상은 문체가 내용을 가리고 이미지가 사실을 왜곡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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