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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유용주 지음 / 솔출판사 / 2002년 9월
평점 :
절판
누구나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는 철학자가 되면서 '왜 사는가'라는 질문을 진지하게 던져본다. 그러나 살다보면 바쁜 삶의 흐름 속에 그 질문은 파묻혀 버리게 마련이지만 때때로 작은 것들과 숨어있는 것들이 갑자기 새롭게 다가올 때가 있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리지 말 것. 모든 만남에는 새로운 자세가 필요한 법이다. 도토리를 주울 때에도 도토리가 나무에서 떨어지면 곧잘 가랑잎 속으로 숨어들기 때문에 허리를 굽혀야 겨우 보이기 시작한다고 한다.
저자의 성찰이 가슴에 와 닿는 것은 그만큼 몸을 굽히고 마음을 낮춘 탓이리라. 그는 길을 걸으면서 잠을 자면서 생각한다. 삶과 글은 노동판에서 인생을 보낸 사람들의 거친 팔뚝과 같다. 실제로 쉽지 않은 삶을 보낸 것 같다. 그러나 절망에서 희망을 노래한다. 언제나 몸으로 먼저 느껴야 한다고 하기도 한다. 따지고 보면 삶도 그렇고 문학도 그렇다. 특히 다음과 같은 고백은 가슴에 와 닿았다.
'우리가 처음 만나 스스로에게 약속한 것처럼 이 땅에 지천으로 널린 아픔들을 정면으로 바라볼 것, 그것의 원인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질 것, 나이가 들어간다 해도 처음의 마음이 변하지 않을 것, 문학을 핑계로 개폼 잡고 치기 어린 주장이나 일삼지 않을 것, 잘 벼리고 있겠지.'(120쪽)
그는 고백한다. '죄는 깊고 인간은 터무니없이 얕다.' 사람이란 참 신기하다. 죄를 지으면서 죄를 연구하기도 하고 영원한 구원을 기다리면서 끊임 없이 죄를 짓는 신기한 동물이다.